여름을 담은 한 그릇, 입맛을 깨우는 청량한 반찬 '오이냉국'
덥고 눅눅한 날, 식탁에 앉아도 수저가 잘 가지 않는 때가 있다. 그런 날 나는 늘 생각한다. ‘이럴 땐 오이냉국이 딱인데.’ 아삭한 식감, 새콤달콤한 국물, 그리고 입 안 가득 퍼지는 시원함.
그 한 숟갈만으로도 하루의 더위가 조금은 가시는 기분이 든다.
오이냉국은 그 이름처럼 간단하지만, 제대로 만들면 그 어떤 반찬보다 존재감이 크다. 중간 크기 오이 두 개를 깨끗이 씻어 어슷 썰고, 다시 얇게 채 썬다.
얇게 썰수록 양념이 고루 스며들어 맛이 살아난다. 여기에 양파 반 개를 채 썰어 넣으면 오이의 아삭함에 은은한 단맛이 더해지고, 송송 썬 홍고추 한 개는 색감을 더해준다. 다진 마늘 한 스푼을 넣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포인트. 알싸한 향이 국물의 균형을 잡아준다.
양념은 채소에 바로 입히는 게 핵심이다. 소금 한 큰술, 설탕 네 큰술, 국간장 두 큰술, 매실청 한 큰술, 식초 여섯 큰술. 이 순서대로 넣고 조심스럽게 버무리면, 채소에서 서서히 수분이 빠져나오며 깊고 진한 맛이 우러난다.
이렇게 몇 분만 두었다가 냉수 700ml를 부으면, 단숨에 시원하고 맛있는 냉국이 완성된다. 마지막으로 고소한 통깨를 듬뿍 뿌리면 향긋함까지 더해진다.
오이냉국은 차게 마셔야 제맛이다. 냉장고에 30분쯤 두었다가, 먹기 직전 얼음을 살짝 띄워내면 처음부터 끝까지 시원함이 유지된다.
나는 얼음을 따로 담아 두었다가 식사 바로 전에 넣는 걸 좋아한다. 청양고추를 살짝 더하면 칼칼한 맛이 살아나, 입맛이 유난히 없는 날에도 금세 숟가락이 움직이게 된다.
무엇보다 이 반찬은 불을 전혀 사용하지 않아 여름 주방을 덥히지 않는 게 큰 장점이다. 손질도 간단해 누구나 손쉽게 만들 수 있고, 재료도 흔해서 늘 냉장고에 있을 법한 것들이다.
그 덕에 ‘오늘 뭐 먹지?’ 고민되는 날, 아주 훌륭한 대안이 되어준다.
하루 이틀 먹을 양만 미리 만들어 두면, 매 끼니 시원한 반찬 하나로 밥맛이 살아난다.
간단하지만 입안을 깨우는 힘은 절대 가볍지 않은 오이냉국. 오늘, 냉장고 속 오이 두 개로 여름 밥상 위의 청량한 여유를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