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파와 치즈의 반전 조합, ‘양파전’
창밖으로 빗줄기가 한두 방울씩 떨어지기 시작하면, 이상하게도 마음이 먼저 지글지글 끓기 시작한다. 꼭 누가 알려주지 않아도, 전을 부칠 시간이란 걸 몸이 먼저 알아채는 것이다.
하지만 늘 똑같은 김치전, 파전 말고 조금은 색다른 무엇을 찾게 되는 날이 있다. 그럴 땐, 냉장고 구석에서 익숙하게 기다리던 양파와 피자치즈가 비밀스럽게 손을 잡는다.
이름도 조금 낯선 ‘치즈 양파전’, 들어본 적 없는 조합이지만 한 입 베어 물면 알게 된다. 이건 전보다 더한, 조용하고 깊은 중독이다.
요리라 부르기 민망할 만큼 간단한 준비다. 양파는 반 개면 충분하다. 두툼하게 썰어야 식감이 살아나니, 1.5cm쯤 되는 링 세 개를 준비한다.
피자치즈는 넉넉하게 두 봉지, 스리라차 소스 한 줄기면 끝이다. 요리의 시작은 마치 캔버스에 물감을 뿌리듯 치즈를 팬 위에 넓게 펼치는 일로 시작된다.
약불에서 치즈가 천천히 녹으며 내는 지글거림은 그 자체로 하나의 음악 같다.
그 위에 양파 링을 얹는다. 치즈 기름이 양파를 감싸며 익혀줄 때, 매운 맛은 사라지고 은근한 단맛이 올라온다. 마치 무심한 듯 시작한 대화가 어느새 깊어지는 느낌처럼.
양파가 조금 투명해지고 향이 퍼질 즈음, 남은 치즈를 다시 양파 위로 덮듯 올려준다. 이중 치즈의 고소함은 그 자체로도 반칙이다. 가장자리가 바삭하게 변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뒤집개로 살포시 뒤집는다.
황금빛의 치즈 누룽지가 양파와 함께 하나의 작품이 되어간다. 마지막은 스리라차의 몫이다. 지그재그로 한 줄기. 매콤한 산뜻함이 치즈의 농도를 정리해주며 균형을 잡아준다.
이렇게 완성된 치즈 양파전은 그 어떤 날보다 더 따뜻하게 마음을 데운다. 막걸리 한 잔, 혹은 시원한 맥주와 함께라면, 오늘의 빗소리는 그저 배경음일 뿐.
가끔은 이런 음식이 필요하다. 단순하고 예쁘고, 무심한 듯 내 마음을 읽어주는 맛. 오늘 한 번 해보자, 비 오는 날의 작은 사치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