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 없이도, 조미료 없이도 속 편하게 먹을 수 있는 볶음 한 접시
바쁠수록 단순한 식사가 더 위로가 되는 날, 기름 없이도, 조미료 없이도 속 편하게 먹을 수 있는 볶음 한 접시.
가끔은 입맛이 있는 것도, 없는 것도 아닌 애매한 날이 찾아온다.
무언가 간단히 먹고는 싶은데 기름진 음식은 부담스럽고, 자극적인 건 더더욱 멀게 느껴진다.
그럴 때 나는 냉장고에 남아 있던 양배추를 꺼낸다.
겉으론 투박하지만 속은 부드러운 이 채소 한 장이 이상하게도 속을 편안하게 해줄 것 같은 믿음이 생기기 때문이다.
양배추는 생으로 먹자니 거칠고, 삶으면 쉽게 물러진다. 하지만 팬을 센 불에 달군 뒤 짧게 볶아주면 얘기가 달라진다. 빠르게 볶을수록 단맛은 살아나고, 식감은 아삭하게 유지된다.
여기에 채 썬 당근을 함께 넣고 볶으면 전체적인 풍미가 더 부드러워진다. 조미료 하나 없이도, 들기름과 들깻가루, 멸치 액젓의 조합만으로 충분히 감칠맛이 살아난다.
이 레시피에서 가장 중요한 건 순서와 타이밍이다. 팬을 예열한 뒤 올리브유를 두르고 당근을 먼저 볶는다. 당근이 살짝 투명해질 때쯤 양배추를 넣고 딱 1분만 볶아준다. 오래 볶으면 숨이 죽고 수분이 빠져나와 채소볶음이 아니라 찜처럼 변해버리기 때문이다.
양배추가 살짝 투명해졌다면 바로 불을 끄고, 그다음에 액젓, 들기름, 들깻가루를 순서대로 넣어 섞어준다. 멸치 액젓은 볶지 않고 잔열에 섞어야 비린내 없이 은은한 감칠맛만 남고, 들기름 역시 열을 받지 않아야 고소한 향이 살아난다. 마지막으로 들깻가루를 넣으면 고소한 풍미가 완성된다.
이 양배추볶음은 복잡한 과정 없이도 꽤 완성도 높은 한 접시가 된다. 조미료 없이도 밍밍하지 않고, 고기 없이도 충분히 든든하다. 무엇보다 위에 부담 없이 들어가는 편안한 맛이 있어 아침 반찬으로도, 도시락 반찬으로도 두루 어울린다.
자극은 없지만 맛은 살아 있고, 자주 먹어도 질리지 않는 이유가 있다. 냉장고에 반쯤 남은 양배추와 당근만 있다면, 오늘 저녁 이 볶음을 한 접시 올려보자.
복잡한 요리보다 이런 단순한 음식이 오히려 더 큰 위로가 되는 날이 있다. 이 볶음은 바로 그런 날에 어울리는 음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