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비계가 우리 몸에 건네는 의외의 선물
오랫동안 식탁에서 밀려나거나, 일부러 떼어내곤 했던 돼지비계. 기름지고 무겁다는 이유로 꺼려졌던 이 식재료가 요즘은 전혀 다른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슈퍼푸드’. 한때는 건강의 적으로 몰렸지만, 이제는 영양과 과학의 시선으로 다시 조명되고 있는 돼지비계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먼저 돼지비계에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지방 말고도, 눈여겨볼 만한 영양소가 숨어 있다. 대표적인 것이 비타민B1, 즉 티아민이다.
돼지고기는 소고기의 여섯 배에 달하는 비타민B1을 함유하고 있어 탄수화물을 에너지로 바꾸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덕분에 피로 회복은 물론, 운동 시 지구력을 유지하는 데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또 하나는 비타민D다. 뼈와 치아 건강은 물론, 면역력까지 챙길 수 있는 이 비타민이 돼지비계에 풍부하다는 사실은 조금 놀랍다.
미국 미네소타대 연구에 따르면 혈중 비타민D 수치가 높을수록 체중 감량 효과가 크고, 복부 지방 감소에도 도움이 된다고 하니, 그동안 너무 간과해왔던 재료가 아닌가 싶어진다.
더 흥미로운 건 ‘올레산’이라는 성분이다. 돼지비계에 포함된 이 불포화지방산은 염증을 줄이고 세포 재생 능력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고 알려져 있다.
심지어 피부 재생과 줄기세포 연구 분야에서도 그 잠재력을 인정받고 있으며, 실제 줄기세포 시술에서 지방의 질이 중요한 만큼, 올레산이 풍부한 돼지비계는 자연스럽게 주목을 받게 되었다.
물론, 이런 장점만 보고 마냥 많이 먹을 수는 없다. 돼지비계의 약 40%는 포화지방산으로 구성되어 있어 과다 섭취 시 심혈관계에 부담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전체 지방의 55%가 불포화지방산으로 이루어져 있고, 소 지방보다 건강에 덜 해롭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결국 중요한 건 ‘얼마나, 어떻게’ 먹느냐다.
기름에 튀겨내는 것보다는 삶거나 구워내 기름기를 적절히 제거한 형태로, 채소나 통곡물과 함께 균형 있게 곁들이는 것이 돼지비계를 가장 건강하게 즐기는 방법이다.
한국영양학회가 권장하는 하루 돼지고기 섭취량은 100~150g. 그 안에 소량의 비계를 포함시킨다면, 영양은 챙기되 부담은 줄일 수 있다.
한때는 기피의 대상이었던 돼지비계. 이제는 ‘알고 보면 좋은’ 재료로 우리의 식탁에 다시 자리 잡을 수 있다. 중요한 건 극단적인 거부나 무분별한 섭취가 아니라, 그 사이 어디쯤에서 균형을 찾는 것이다.
오늘은 돼지고기를 구울 때, 한 번쯤은 비계를 함께 구워보자. 고소한 향과 함께, 우리가 미처 몰랐던 자연의 영양이 조용히 다가올지도 모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