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알고 먹자! 약 복용 중 먹으면 독 된다는 과일

자몽, 상큼함 속에 숨은 두 얼굴

by 데일리한상

여름 문턱에 들어서면 유리컵 속에 차갑게 담긴 자몽주스가 유난히 반갑다. 비타민 C와 항산화 성분이 풍부하고, 칼로리와 혈당 지수가 낮아 몸을 가볍게 챙기고 싶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과일.


하지만 이 상큼한 한 조각이 어떤 이들에겐 약보다 무서운 독이 될 수 있다는 사실,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grapefruit2.jpg 간의 약물 해독 / 푸드레시피


그 이유는 우리 몸의 ‘해독 공장’에 있다. 간 속에서 약물을 분해하는 CYP3A4라는 효소는 외부에서 들어온 약 성분을 무해한 형태로 바꾸어 몸 밖으로 내보낸다.


그런데 자몽에 들어 있는 ‘푸라노쿠마린’이라는 성분이 이 효소의 스위치를 꺼버린다. 공장이 멈춰 서면 약이 해독되지 못한 채 혈액 속을 돌고, 처방량 그대로 먹었더라도 체내에선 몇 배의 효과가 나타나버린다.


그 결과 혈압이 갑자기 떨어지거나, 근육 손상, 심장 박동 이상 같은 치명적인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grapefruit4.jpg 자몽과 피해야 할 약물 / 푸드레시피


특히 고혈압 치료제인 칼슘채널차단제나 고지혈증 약인 스타틴 계열은 자몽과 함께 복용했을 때 위험이 크다. 약의 혈중 농도가 비정상적으로 높아져 저혈압 쇼크나 횡문근융해증 같은 심각한 상태를 초래할 수 있다.


불안·우울증 치료제, 장기 이식 환자의 면역억제제, 일부 항생제와 항히스타민제도 예외가 아니다.


grapefruit3.jpg 시간차를 둔 복용 / 푸드레시피


혹시 ‘그럼 시간차를 두고 먹으면 괜찮지 않을까?’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자몽의 영향은 며칠씩 이어진다. 효소가 다시 만들어지기까지 24시간에서 길게는 3일이 걸리기 때문이다.


아침에 마신 자몽주스 한 잔이 며칠 뒤 약물 대사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1989년 한 임상시험에서 혈압약의 쓴맛을 가리려 자몽주스를 썼다가, 약물 농도가 예측 불가능하게 치솟는 사건이 처음 보고됐다.


grapefruit5.jpg 자몽과 자몽주스 / 푸드레시피


그렇다고 상큼한 감귤류를 포기할 필요는 없다. 오렌지, 귤, 레몬처럼 푸라노쿠마린이 거의 없는 과일을 고르면, 비타민 C와 향긋함은 그대로 즐기면서도 약물 상호작용의 위험은 피할 수 있다.


자몽은 분명 건강한 과일이지만, 약과 함께할 땐 그 두 얼굴을 알아야 한다. 오늘 식탁에 자몽을 올리기 전, 그리고 새로운 약을 복용하기 전, 의사나 약사에게 한 번 묻는 습관.


그 작은 질문이 약이 독으로 변하는 일을 막아줄 수 있다. 상큼함이 건강으로 이어질지, 위험으로 이어질지는 결국 우리가 얼마나 알고 선택하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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