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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쁠 희 Dec 26. 2020

3. 대충 먹지 않기

매일이 달라지는 습관 세 번째, (자취생들 특히 주목)

이제 나는 거의 10년 '프로 자취러'이다. 살림에도 많은 노하우들이 생겼지만, 지금이 오기까지 여러 가지 실수들을 많이 했고, 후회스러운 것들이 매우 많았다. 그중 하나가 나의 식습관이다. 이는 단순한 반찬 투정이나 편식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무엇을 어떻게 먹는지도 이 습관 중 하나인데 나는 처음 자취를 시작하던 시절 이런 것들에 매우 무지했다.


누군가가 놀러 오지 않는 이상 나는 설거지를 늘리기 싫다는 이유로 그릇을 많이 사용하지 않았다. 대신, 냄비 하나 그리고 프라이팬 하나에 다 때려 넣고 만들 수 있는 요리들을 즐겨했다. 그리고 퀄리티도 지금 여러 가지 소셜 미디어에 나오는 예쁜 '원 팬 요리'와는 조금 달랐다. 그냥 내가 잘 아는 재료들을 사다가 한 곳에 넣은 뒤 소스를 넣고 팔팔 끓이거나 볶은 후 햇반이랑 같이 먹는 것으로 내 요리는 끝이었다. 맛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때 나는 무언가를 잘 챙겨 먹는데 의미를 둔 것이 아니라, 배고픔을 달래는 용으로 요리를 했기에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내 감정은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으로 달랬는데, 그 욕구를 외식이나 배달로 채웠으며, 그랬기에 몸에 좋지 않은 음식들이 내 식탁을 차지했다. 


그러다가 한창 레스토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때였는데, 그때 사장님이 라면을 먹더라도 예쁘게 차려놓고 먹는 연습을 해보라고 하셨다. 그것만으로도 삶의 질이 달라진다고 그 또한 네가 너 자신을 아껴주는 방법 중 하나라고 조언해주셨다. 그때부터 조금씩 내 밥상에 변화를 주었다. 영양 밸런스에도 조금 더 관심을 가져서 일부러라도 야채를 더 섞을 수 있도록 했고, 말 그대로 라면을 끓이더라도 야채와 고기도 추가하고, 예쁠 보울에 담았다. 김치도 종지에 덜어 놓음으로써 조금 더 차려먹는 듯한 분위기를 주었다. 그러니 요리가 재밌었졌다.


나 스스로를 위해서, 조금 더 신경을 썼고, 맛있는 음식이 먹고 싶을 때는 내가 만들어볼 수는 없을까 고민을 했다. 그렇다 보니 당연히 음식점을 가도 충분히 내가 해 먹을 수 있는 음식에는 괜한 지출을 하지 않아도 되었다.


'혼자 먹는 밥상에 힘 뺄 필요가 있나?' '귀찮은데 굳이..'라며 미뤄오던 설거지와 같은 집안일도 내가 나를 가꾸는 일의 일부로 느껴지니 불편하지 않았다. 오히려 기분이 좋았다. 


인간에게 의식주란 매우 중요하다. 이 중 하나가 무너져도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크게 타격을 입을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초보 자취생들이 귀찮음을 핑계로 먹는 것에 부실하다. 낙이라고 생각하고 먹는 치킨, 피자와 같은 야식들도 내 몸이 원해서가 아니라, 내 감정이 원해서인 경우가 많지만 이것도 더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는다. 내가 최근에 나 스스로 차려 먹은 음식들이 얼마나 되는지, 정말 내가 '잘' 먹은 것이 맞는지 한 번쯤 생각해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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