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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나는 왜 돈을 쓰고 있는 걸까?

매일이 달라지는 생각, 나의 소비의 이면 알아보기

by 기쁠 희

여기서 말하는 소비는 필요 지출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소히 사람들이 욕까지 섞어가며 말하는 '홧김'지출이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옷이나 화장품을 사고, 예쁜 것들을 걸치고 밖에 나가서 사진 찍기 좋은 음식점에 가는 게 하나의 힐링인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이걸 이해하는 이유는, 내가 굉장히 오랜 시간 욜로(YOLO: You Only Live Once) 생활을 해왔기 때문이다. 내가 이렇게 열심히 일해서 돈을 버는데 이것도 못써?'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고, 무언가를 사지 못하거나, 먹지 못할 때, '내가 이거 먹으려고 돈 버는 거지, 내가 왜 참아?' 하는 생각으로 초라함을 밀어내고는 지갑을 열었다.


하지만 나에게 이런 말들은 다 나의 낮은 자존감에서 비롯된 나쁜 습관을 감추기 위한 표면적인 변명이었다.


난 어릴 때부터 왕따를 많이 당했다.

정확히는 괴롭힘인지도 모르고 호구 잡힌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런 일들을 여러 번, 여러 해, 겪으며 성장하다 보니 많은 트라우마가 생겼고, 그게 성인이 된 지금까지도 나를 쥐고 흔들 때가 있다. 바로 내가 '무시당한다'라는 느낌이 들 때이다. 힘들었던 학교를 가깟으로 졸업하고 사회에 나온 나는 무시를 당하는 게 못 견디게 싫어졌다. 실제 어떤 사람이 내 눈앞에서 어떤 말을 하지 않았더라도, 뭔가 나를 아래로 보는 것이 느껴질 때 내가 느끼는 초라함에 숨이 막혔다. 그래서 돈을 쓰고, 나를 꾸몄다. 돈도 많이 벌고 싶었다. 그리고 그만큼 써서, 정말 누가 봐도 '잘' 사는 것처럼 보이는 게 내 목표였다. 그때 당시에는 인정하고 싶지 않았는데 나의 소비가 알량한 자격지심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 들었다.


내가 왜, 무엇 때문에, 돈을 쓰는지 이유를 알고 나니깐 신기할 정도로 물욕이 사라졌다. 아마 이 시국도 한몫했겠지만, 존 리 대표님이 강연에서 자주 말씀하시는 것처럼 '부자처럼 보이려 하지 말고, 부자처럼 생활해라'라는 말을 가슴에 새겼고, 빈 껍데기였던 나 자신을 채우기 위해 노력했다. 하고 싶은 것들을 눈치 보지 않고 하고, 배우고 싶은 것들을 공부하고, 겉에 보이는 것보다는 지식과 스킬에 집중하여 조금 더 쓰임 받는 사람이 되길 선택했다.


모두가 다 나 같지는 않겠지만 홧김에 지르는 간식 및 야식 비용들 또는 꾸밈 비용들의 이면에는 내가 몰랐던 나의 상처, 트라우마, 스트레스들이 있을 수도 있다. 이런 상처들은 자산이 많아져도, 내가 돈을 아무리 많이 써도, 해소가 되지 않는다. 그러니 더 곪기 전에 스스로에게 솔직해져 보자.


나는 왜 돈을 쓰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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