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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쁠 희 Feb 11. 2021

오지랖이 안 좋은 건가요?

필요한 순간에 선한 오지라퍼가 되는 일

나는 오지라퍼다. 그것도 어찌 보면 꽤 중증. 남에 일에 훈수 두는 것을 좋아한다기보다는 누군가가 고민을 털어놓으면 내가 그 사람이 된 것처럼 감정 이입해서 공감하고, 내가 어떤 말을 해주는 것이 좋을까 고민하다가 최대한 도움을 주려고 노력한다. 힘든 시간을 겪고 있는 사람이 내 친구나 가족일 경우는 물론이고, 사실 그리 친분이 없는 사람에게 까지도 나랑 어떠한 연관이 있다면 그것에 나름의 의미를 부여해서 최대한 도와주려고 한다.


'참 피곤하게 산다' '그 사람은 너 기억해줄 것 같아?' '사서 고생이다'부터 '너 착한 척하고 싶은 거야'까지..

별별 소리를 다 들어왔지만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을 눈으로 보고, 귀로 들었는데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나는 더 고통스럽다.


그러면서 당연히 나는 여러 가지로 뒤통수도 많이 맞았다. 장난 반 진담 반으로 친구가 "너 뒤통수 움푹 들어가 있지 않아?" 물어봤는데, 나도 여기에 "난 원래 뒤통수가 없어"라고 대답을 했다.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만 이런 일을 당한 건 아니고 몇 년간의 신뢰가 쌓였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에게도 비슷한 일을 당했(?)기에 솔직히 조금만 똑똑한 사람이었다면 학습효과가 생길 때도 됐다. 하지만, 나는 이런 부분에서 꽤나 멍청함 편임을 인정했다.


트라우마가 와도 훨씬 예전에 왔을 내가 왜 아직도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람들에게까지 도움을 주려고 하는 걸까, 진지하게 고민해봤는데. 최근에 그 답을 얻었다.


몇 달 전 내게 이메일이 한 통 왔다. 내 몇 안 되는 소소한 유튜브 구독자분이셨는데 레쥬메와 커버레터에 관한 영상을 보고 내게 도움을 요청하신 것이었다. 어쩌면 그냥 지나칠 수 도 있는 이메일이었다. 하지만 그냥 너무 도와주고 싶었다. 그분의 레쥬메를 보고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다 해주고 싶어 졌다. 그렇게 시간을 쏟아서 이메일로 피드백을 드리고, 내가 할 수 있는 부분 내에서 첨삭을 도와드렸다.

그러고 나서 내가 받은 답장이었다.


그냥 이걸로 내가 쏟은 시간이나 에너지가 아깝지 않아 졌다. 내가 누군가에게 도움을 조금이나마 주었다는 사실이 행복했고, 울컥했다. 항상 응원해주신다는 말도 너무 감사했다. 취준 생활을 꽤 오래 했어서 저 마음을 너무나 이해했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 그래서 나는 지나치고 싶지 않았다.


그러고 나서 가장 최근에 어떤 분이 내가 활동하는 카페에서 고민을 털어놓으셨다. 무거운 주제였기에 그 누구도 함부로 댓글을 달지 못하는 분위기였는데 또 내가 참지 못하고 답글을 달았다. 그러고 나서 이런 쪽지를 받았다.



생각보다 나는 인생에 우여곡절을 많이 경험했다. 그래 봐야 '유학생'이라는 프레임이 있겠지만, 너무 어린 나이에 유학길을 택해서 더 그랬는지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피폐했다. 그런 나를 구해줄, 도와줄 사람을 만나지 못해 외롭게 그 시간들을 버텨내야 했고, 그 이후로 나는 내가 그런 사람이 되어주기로 했다. 누군가에게 내가 할 수 있는 그 모든 걸 동원해서라도 무언가를 퍼주는 게 내가 사람들을 사랑하는 방법이고, 이어서 나를 사랑하는 방법이다.


나는 계속해서 선한 오지라퍼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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