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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쁠 희 Mar 18. 2021

퇴사할 용기는 없고, 돈은 벌고 싶어서

내가 몸 담은 회사의 단점을 극복하는 법

사람 사는 모든 곳은 장단점이 있다. 내가 한국에서 일을 하지 않고, 여기에 자리를 잡은 이유가 있는 반면, 나는 한국에서 누릴 수 있고, 혜택 볼 수 있는 많은 것들을 포기하기도 했다. 어떤 선택을 할 때는 그만한 기회비용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지금 내가 선택해서 거의 3년 가까이 몸 담고 있는 회사도 그러하다. 분명 극적인 루트로 일을 시작하게 됐고, 정말 배운 것도 많았으며, 나는 아직도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매우 좋다. 하지만 결국 나는 '내가 평생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에 대한 고민을 해소하지는 못했고, 계속해서 여러 가지 다른 경험들에 대한 갈증이 남아있었다.


근데 내 경력에 이 정도로 주는 곳이 어디 있을까라는 생각과 여러 가지 장점 때문에 바로 이직이나 퇴사를 결정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단점들을 스스로 극복할 방법들을 찾아냈다.





1. 마케팅에 대해 배울 사람이 없다.

회사에 마케팅을 하는 사람은 나 혼자다. 그게 대체 불가한 인력이라는 말이 되기도 하지만, 사실 그만큼 이 업계 특성상 할 수 있는 마케팅 업무가 많이 없다. 그래서 '마케팅 매니저'라는 타이틀도 나중을 위해 내가 거의 우기듯이 따낸 것이었다. 그래서인지 이름을 가지고 있어도 항상 허한 기분이 들었다. 게다가 홀로 하는 업무가 있다 보니 가끔 찾아오는 마케팅 일을 해야 할 때도 도움이나 가이드를 줄 사수가 없었기에 맨 땅에 헤딩을 해가며 방법을 찾아야 했다. 사수의 중요성을 그때 더 느꼈다.


그래서, 나는 주중 밤에 하는 야간 수업을 찾아서 들었다. 대학에서 제공하는 온라인 코스였는데 생각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들을 수 있었고, 내가 흥미로워하는 것들을 공부할 수 있어 매우 좋았다. 대학 시절 전공이 비즈니스와 전혀 관련이 없었기 때문에 알 수 없었던 것들에 대해서도 공부할 수 있었고, 코스 자체가 실제로 output(아웃풋)을 많이 낼 수 있도록 유도를 해줬기 때문에 북미 시장에서 어떤 식으로 디지털 마케팅이 이뤄지고 있는지에 대해 알 수 있다는 점도 매우 만족스러웠다.





2. 친구처럼 일 할 동료가 없다.


현 회사에 20대는 나뿐이다. 아마 가장 젊은 사람이 서른 중후 반일 거고 대부분 40대, 50대 분들이다. IT계열에 3/4가 개발자이다 보니 여자도 거의 없다. 그렇다 보니 대화의 주제는 대부분 육아, 정치, 개발 업무, 새로운 기술 그리고 차 정도이고, 나는 거의 대부분에 섞이기 어려웠다. 다들 친절한 사람들이고 일 할 때 잘 맞는 부분들이 있는가 하면 한편으로는 비슷한 나이대 동료와 함께 커피도 마시러 가고 일 끝나면 같이 밥도 먹는 회사 생활을 한 때 꿈꿨던 나이기에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이 문제에 대한 솔루션을 밖에서 찾아냈다. 봉사 활동을 통해서 우연히 알게 된 커뮤니티 그룹에는 좋은 친구들이 많았고, 나보다 어리거나 나 또래의 친구들이어서 말도 굉장히 잘 통했다. 여러 가지 프로젝트들을 같이 하고 좋은 일에 동참함으로써 배운 것도 많았고, 내가 하고 싶었던 디지털 마케팅에 관련된 일들도 자유로이 하고 재능기부의 일환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점도 너무 좋았다.






3. 프로세스가 체계적이지 않다.

대기업들은 너무 체계적이다 보니 새로운 일이 제대로 진행이 되기까지 컨펌만 받고 받고 받다가 너무 오래 걸린다는 단점이 있다면, 작은 회사의 경우, 한 사람이 맡고 있는 일이 많고, 다양하다 보니 급한 일이 터졌을 때 원래 하던 우선순위가 조금 낮은 다른 일들이 갑자기 묻혀버리는 경우가 있다. 근데 이게 문제가 그러고 잊힌다는 거다. 프로젝트 매니저가 코로나 시기에 회사를 나가면서 이 문제점은 더더욱 심각해졌다. 업무 분담은 점점 더 안 되고 다들 '이거 누구한테 말하면 돼?'라고 물어보면 서로 자기 일이 아니라고 말하기 급했다. 처음에 사장님은 '네가 다른 사람들을 재촉해'라고 했지만, 다들 바쁜 거 아는데 새파랗게 어린 내가 언제까지나 사람들을 재촉할 수 도 없는 노릇이고 워낙 그렇게 하는 걸 싫어하는 편이라 한 두 번 정도 리마인드를 시키고 나면 더 이상 내가 말하고 싶지 않아 졌다.


이건 결국 외부에서 해결하지 못하고 사장님께 다이렉트로 나의 고충과 문제점을 털어놓는 방법을 선택했다. 내가 스트레스받는 부분들과 '내가 맡지 않았으면' 하는 부분 등을 솔직하게 얘기했고, 사장님도 그 문제점들을 인지하고 있었다며 업무 분담을 제대로 하겠노라 약속했다. 이미 알고 있었지만, 근본적인 업무량과 인적 자원이 문제가 해결될 수 없는 분위기라 화끈한 해답은 없지만 오히려 말을 다 하고 나니 속이 시원했다. 사장님은 '너 다른 사람들한테는 이렇게 말 안 하면서 왜 나한테만 그래'라고 했지만, 


사장님 회사잖아요. 내가 누구한테 말하겠어요.





4. 네트워킹 하기 어렵다.

북미권에서 네트워킹은 아주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다들 큰 기업을 들어가고 싶어 하는 데엔 복지나 연봉 수준도 있지만, 가장 큰 것이 바로 네트워킹 기회이다. 여러 부서의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고, 또 좋은 연으로 그 사람들이 이직을 하게 되면 또 다른 기회를 얻기도 한다. 어떻게 보면 철저한 '인맥 사회'라고 느껴질지 모르나, 네트워킹도 여기서는 굉장히 노력이 필요한 부분이다. 스스로 새로운 사람을 찾아서 먼저 말을 걸고 커리어에 대한 대화를 나누고, 개인적인 친분도 만들어 나가는 것까지 그냥 앉아서 되는 일이 아니라는 걸 회사들도 알고 있기에 그런 기회들을 만들어주려고 노력하는 편인데, 작은 기업의 경우 그게 불가능하다. 보통 한 회사의 한 팀만 한 사이즈로 운영되다 보니 거의 1인 1 부서의 역할을 하고 있어서 각자가 매우 바쁘기도 하고, 애초에 사이즈가 작다 보니 네트워킹을 할만한 환경이 주어지지 않는다. 심지어는 재택근무 전에는 회사가 너무 멀리 있고, 주변에 아무것도 없어서, 점심시간에 다른 회사 사람들과 만날 수 있는 방법도 없었다.


그래서 이것도 회사 외적인 시간을 적극 활용했다. 링크드인을 통해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칼퇴할 수 있는 날을 정해서 다른 사람들의 퇴근 시간에 맞춰 몇 명을 만나서 커리어 조언을 듣거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네트워킹 이벤트도 찾아서 최대한 참가하면서 여러 사람들과 대화를 나눴고, 이 시국이라 대면이 어려워진 지금은 비대면 Zoom이벤트에 조인하거나 온라인 트레이닝을 통해서 사람들을 만났다. 






이직이나 퇴사로 어떤 상황에서 벗어나는 것도 분명 멋진 선택이지만,

여러 개인적은 이유들로 당장 큰 변화를 주기엔 분명 에러 사항이 많다고 느꼈다.

그래서 선택한 방법들이었다.


20대 초반부터 커리어에 행복한 행운아들은 생각보다 적다.

그래서 지금  현 본인의 상황들이 만족스럽지 않은 사람이 대다수이지 않을까.

조금이나마 동기 부여를 주는 글이었으면 좋겠다. 다 솟아날 구멍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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