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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솔 Mar 15. 2016

인생의 계획을 세운다는 것

고작 스무살의 내가 백 살 때의 나를 정할 수 있을까

2016.03.14-15


중학생 때, 나는 자기계발서를 좋아했다.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는 것이 좋았고, 나 역시 그들처럼 성공한 사람이 되고 싶었으며, 책에 나온 대로만 따라 하면 나도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 믿어왔다. 책을 보고 나서 한동안은, 책에 나온 주인공처럼 부지런하게 생활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공부를 했고, 아침밥을 먹고 일등으로 등교를 했다. 그러나 나는 그런 생활을 일주일을 넘기지 못했고, 결국 나는 원래대로 이틀에 한 번씩 늦잠을 자는 게으름뱅이로 돌아왔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이틀에 한 번씩 늦잠을 자는 게으름뱅이인 나도, 나 나름의 성공한 인생을 살았던 것 같다. 내가 늦을 때마다 기다려주던 친구와, 가다가 만난 다른 친구들과 함께 학생부장 선생님을 피하고자 친구네 집에서, 근처 편의점에서 시간을 때우곤 했다. 게으른 나는 한심하기는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 때 친구와 함께하는 추억을 얻었다.

- 요즈음 이게 내 나름의 삶의 방식인 것 같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조금 게으르고 늦어도, 나는 지금 생각해도 웃을 수 있는 추억을 만들었다. 설사 그 게으름과 늦음 때문에 성공하지 못한다고해도 좋다. 다른 사람의 삶을 따라서 사는 것 보다는 조금 더 나답게 게으르게 사는 것이 나름의 가치가 있으니.


물론, 조금 더 부지런해질 필요성은 느낀다. 하지만 나는 한 것도 없는데 어느 날 갑자기 20살이 되어 이제 나의 것은 내가 챙겨야한다는 말을 많이 듣게 되었고, 별다른 사고가 없다면 앞으로 팔십년은 족히 더 살아야 할텐데, 로 시작해서 어떻게 살꺼냐는 질문을 받았다. 까놓고 말하면 나는 구체적인 계획도, 생각도 없다. 그냥 흘러가는대로 살고 싶은 마음이다. 스무살의 나는, 앞으로 팔십년동안 어떻게 살지를 계획한다는 것이 답답하게만 느껴지기도 한다.

- 그냥 그때그때 마음이 가는 것을 하면 안될까? 하고 싶은 공부를 하고, 읽고 싶은 책을 읽고, 보고 싶은 영화, 공연을 보고, 가고 싶은 곳을 가고,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나며, 나에게 다가오는 것들을 품고 살고 싶다. 그 사이에서는 상처받아도 좋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나는 세상에게 많은 것을 바라지 않는다. 또한 세상도 내게 많은 것을 바라지 않았으면 좋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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