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포자에서 영주권까지, 끝없이 나를 찾는 여정
한국에서 대학에 진학하기로 마음먹었을 때, 사실 어떤 공부를 해야 할지 잘 몰랐었다. 결국엔 점수에 맞춰 여러 대학에 원서를 넣었고, 운 좋게 지방에 있는 국립대에 합격해 대학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공부는 흥미는 있었지만, 잘하는 편은 아니었다. 하필이면 자연과학을 전공하게 되어 미적분과 물리에서 늘 허우적거렸다. 좋은 학생은 아니었다. 놀고 싶어서 중간에 휴학도 했고, 앞서 말했듯 졸업도 두 번이나 유보한 끝에 겨우 마무리할 수 있었다. 그래도 결국은 졸업을 했고, 운 좋게 전공을 살려 공공기관에서 일할 수 있었다. 한국에서 대학을 '점수 맞춰 간 것'에 대한 불만은 없다. 어쨌든 먹고사는 데에는 성공했으니까.
하지만 캐나다에 살면서, 생각하고 둘러볼 여유가 생기자 진짜 내가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고민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영주권을 취득하고 일을 해도, 나는 여전히 이방인처럼 느껴졌다.
대부분의 영어권 국가가 그렇듯, 캐나다도 화려한 스펙보다는 신뢰할 수 있는 인재를 원한다. 그래서 능력이 조금 부족해도 회사 내부 추천이 있는 사람이 채용되는 경우가 많다. 처음엔 불공평하다고 생각했지만, 반대로 생각해 보면 낯선 사람보다 익숙한 사람과 일하는 게 당연히 편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민 후 나의 주변 사람들은 대부분 한국인이었고, 다들 나처럼 네트워킹이 거의 없는 상태였다. 내가 구직을 할 때 나를 추천해 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바닥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다. 결국 내 네트워크를 넓히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다시 학교로 돌아가 배우는 것이었다.
모든 회사가 그렇진 않지만, 실제로 여러 곳에서 특정 전공이나 학교 졸업 여부를 기준으로 채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나는 다시 생각해보기로 했다. 내가 과거에 어떤 일을 했고, 어떤 순간에 즐거움을 느꼈는지 말이다.
결과적으로 나는 ‘사람을 만나는 걸 좋아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사실 안정적이고 수요가 많은 IT나 헬스케어 분야에서 일해보는 것도 고민했지만, 시간과 비용의 현실적인 제약이 있었다. 그 대신 HR(Human Resources)을 선택했다. 한국에서 인사 관련 업무 경험은 없지만, 사람을 관리하고 트레이닝하는 일이 내 성향에 잘 맞을 것 같았다.
그렇게 나는 2024년 9월, 다시 대학생이 되었다.
영어로 배우는 수업은 쉽지 않았고, 대부분의 시간을 영어 공부와 과제에 쏟아부었다. 게다가 회사를 병행하고 있었기 때문에 평일 저녁 6시 30분에 시작하는 수업만 들을 수 있었다. 초반 몇 달은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모를 정도로 바쁘게 지냈다.
서서히 학교와 수업에 적응되자 여유가 생기고, 함께 수업을 듣는 친구들과도 가까워지게 되었다. 캐나다 학교에 다니며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나이에 상관없이 누구든 공부하고 싶다면 다시 학교에 갈 수 있다는 점이었다. 누구 하나 "나이 많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저 같은 학생일 뿐이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1년 안에 졸업할 수 있었겠지만, 일을 병행하는 탓에 졸업 시점은 조금 미뤄질 것 같다. 유학생의 경우 졸업 후 워크퍼밋을 위해 학기당 최소 9학점을 이수해야 하지만, 영주권자는 최소 3학점만 등록해도 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부담 없이 학교를 다닐 수 있다.
학교마다 다르지만 캐나다 대학은 보통 1월, 5월, 9월 입학이 가능하다. 나는 지금까지 총 12학점을 이수했고, 다음 학기에 6학점을 들을 예정이다. 졸업을 위해 필요한 학점은 30학점이니, 계속 6학점씩 듣는다면 내년 5월쯤 졸업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번엔, 좋은 성적으로 졸업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