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포자에서 영주권까지, 끝없이 나를 찾는 여정
캐나다 영주권은 점수제로 경력, 해외 경력, 학력, 영어점수, 나이 등 다양한 요소로 점수가 구성된다. 2주마다 발표되는 드로우에서 내 점수가 발표된 점수보다 같거나 높으면 영주권 인비테이션을 받을 수 있다. 2021년 판데믹으로 캐나다는 국경을 오래동안 닫아놓았고, 유학생과 외국인 노동자의 수가 줄면서 노동인구는 감소했다. 나의 추측이지만 경제활동이 가능한 인구수를 확보하기 위해 캐나다가 영주권 점수를 낮춘 것 같다.
영주권 신청을 위해서는 캐나다 경력 1년이 필요했고, 2020년 8월부터 풀타임으로 일하기 시작해서 2021년 8월이 되어서야 1년경력이 채워졌다. 그런데 2021년 2월, 영주권 기준 점수가 믿기지 않게도 75점까지 떨어졌다. 당시 나는 영어점수도 없었고 무엇보다 중요한 캐나다 경력이 없었기 때문에 영주권 풀에 들어갈 수 없었다.
문제는 점수가 이렇게 낮게 발표되자 영어점수가 없는 사람들이 영어시험을 급히 예약하는 바람에 향후 3개월간 응시가 가능한 시험 자리가 모두 꽉 찬 것이었다. 어차피 경력이 채워지려면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3개월 후에 있는 영어시험을 예약했다. 영어는 주로 영어카페에서 몸으로 배웠기 때문에 문법을 하나도 몰라서 과외를 선택했다. 과외를 받으면서 문제를 푸는 기술을 많이 배웠지만, 이런 기술적 접근이 싫어 영어카페를 선택했던터라 다소 불만이 있었다.
시험일이 가까워질수록 선생님이 알려준준 라이팅 양식이나 리딩 문제 풀이 방식이 오히려 더 도움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영어시험을 주관하는 기관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샘플 답안들을 살펴보니 꼭 선생님이 알려준대로 안해도 고득점을 받은 답안들이 많았다. 나는 결국 내 방식대로 풀겠다고 마음먹었고,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아주 높은 점수는 아니였지만 그 당시 영주권에 필요한 점수만큼을 받았고, 필요서류들을 다 접수하고 2주후에 영주권 인비테이션을 받았다. 사실 스스로 얻어낸 성과였지만, 당시 나는 자신감, 자존감이 낮아서 여러번 망설였다. "좀 더 높은 영어점수를 받으면 접수할까?, 경력을 더 쌓고나서 할까?" 고민도 많았다. 그때 함께 영주권을 준비하던 남자친구가 "지금이 기회야, 일단 등록부터 하자"며 격려해 줬고, 덕분에 마음을 다잡고 프로필을 등록하게 되었다. 2월엔 75점이었던 점수가 내가 영주권 풀에 등록할때는 400점대로 올라있었다. 나는 당시에 스폰서를 받은 워크퍼밋이 있었기 때문에 가산점 50점을 받을 수 있었고, 그 점수가 큰 힘이 되어 결국 인비테이션을 받았다.
간단히 캐나다 영주권 시스템을 설명하자면, 내가 신청한 Express Entry 는 캐나다 연방정부의 Comprehensive Ranking System 라는 틀 안에서 점수제로 운영되는 영주권 스트림이다. 이 점수제도는 하한선 또는 상한선이 없고 지원자의 조건을 입력하면 캐나다 연방정부에서 정해둔 점수가 자동으로 계산되는 시스템이다. 보통 나처럼 4년제 학위, 캐나다 경력 1년, 해외경력 없음 (있지만 신청 과정의 복잡함으로 포함하지 않았음), 영어점수 (IELTS 평균 5), 결혼사항 등을 고려해 점수를 매기면 보통 360 중반대가 나온다. 그리고 캐내디언 고용주에게 잡오퍼 스폰서를 받으면 가산점 50점이 추가된다. 보통의 한국인들은 대부분 360 중반에서 점수가 왔다갔다하고 30살이 넘으면 점수가 10점씩 깎이기 때문에 Express Entry는 20대의 학사학위를 가진, 캐나다에서 일을 1년 넘게 한, 영어도 어느정도 하는 사람들이 가장 점수를 잘 받아가는 영주권 스트림이다.
2024년 기준으로 영주권 점수는 500점대까지 올랐고, 이 점수는 석사 혹은 박사학위가 있거나, 영어를 엄청 잘하는 원어민들도 받기 힘든 점수이다. 실상은 영주권 안주겠단 말이다. 석/박사 학위가 있다는 말은 나이가 어느정도 있다는 말이기 때문에 점수를 많이 받아도 30살이 넘어가면 결국 점수가 내려가게 되는 시스템이다.
영주권 인비테이션을 받고 설레는 마음으로 서류도 차근차근 준비해서 접수했다. 'Express Entry'라는 이름처럼 나는 4개월만에 영주권 승인까지 받았다. 워홀러로 시작해 영주권까지 2년 2개월이 걸렸다. 이후 캐나다는 1년동안 캐나다 경력 1년이 있으면 접수 할 수 있는 영주권 스트림을 막아버렸다. 만약 이때 영주권을 받지 못했다면 나는 지금까지도 영주권이 없거나 어쩔 수 없이 한국에 돌아가야만 했을 것이다.
지금 돌이켜보면 이 모든게 미친 타이밍과 운의 연속이었다. 내 의지와 노력도 물론 있었지만, 이 모든 과정이 기막히게 잘 흘러간 걸 보면 정말 운이 좋았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 영주권은 훨씬 어려워져서, 남자친구와 가끔 '우리가 그때 영주권을 못 땄다면 어떻게 됐을까?' 하고 이야기를 나누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