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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05. 독일의무교육을 받지 않은 사람이 교육회사에서

재미없는 나라에서 죽을때까지 재미있게 살기

by 란트쥐

재미없는 나라에서 죽을때까지 재미있게 살기

내가 속한 제품개발팀은 10명인데, 나를 제외한 나머지 동료들이 다 독일인이다. 지금 있는 부서 전체도 외국에서 태어났거나, 부모님 중 한 분이 외국인인 경우가 있으나 모두 다 독일에서 의무교육을 마친 사람들이다. 그 말은 내가 어떤 관사를 물어봐도 다 대답해 줄 수 있는 사람들이라는 뜻이다. Der, Die, Das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지긋지긋하게 나를 괴롭히는 독일문법 중에 하나인데, 메일을 쓸 때는 헷갈리는 관사를 찾아보지만 말하는 도중에는 종종 물어보기도 한다. 그 외에 문법에 대해서도 많이 묻는 편인데 다행스럽게도 우리 부서에 교정팀이 있어서 팀 동료들이 설명해 주기 어려운 문법에 대해서도 설명해 줄 동료들이 있다는 말이랄까. 사실 설명을 들어도 아 ~ 하고 이해되는 경우보다 아니 왜?라는 물음이 생기는 경우가 더 많긴 하다. 물론 독일어에 관해서만 묻는 건 아니고 전반적인 독일 문화 (독일은 생각보다 지역별로 문화차이가 좀 많이 나는 편이다)나 학교생활에 대해 묻는다.




업계박람회에 가면 차이를 느끼기도 한다.






회사에 입사했던 초반에는 아직 적응을 덜 해서 그랬는지 잘 못 느꼈다가 가끔 아니 이게 뭐지 하는 게 툭 튀어나오곤 한다. 독일어 알파벳 교구를 만들 때 E -Ente 카드에 오리 그림이 필요했다. 나는 아무 생각 없이 하얀 털에 주황에 가까운 노란색 부리를 가진 오리를 그렸는데, 제품매니저가 오더니 „거위 말고 오리를 그려야 해 “라고 했다.

"그래 이건 오리야. 거위가 아니라"라고 대답했는데 그 짧은 순간 서로의 눈빛과 표정으로 우리의 대화가 엇나가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동료가 구글에 오리를 검색해 보라고 했다. 구글에 독일어로 오리 Ente 엔테를 검색하면 청둥오리가 나온다. 그래 이것도 오리야 근데 이 오리말고 나는 보통의 오리를 그렸어! 하고 핸드폰으로 구글에 한글로 오리를 검색해서 보여줬다. 구글에 한글로 오리를 검색하면 내가 그렸던 하얀 오리가 나온다. 지금은 동료들이 한국에선 하얀 오리가 (새끼오리는 연한 노랑) 기본인걸 알지만, 그때는 거위와 오리에 대해 꽤 오래 토론했다.



이분도 거위. 빵을 잘 먹는다






물론 무엇이 기본이냐 하는 건 오리말고도 여럿 있는데, 명확하게 통일이 된 건 아니지만 보편적인 개념으로 1 - 10, 1 - 100까지의 숫자를 세는 제품은 빨간 구슬과 파란색구슬인 경우가 많은데 교과서에 삽입된 그림이 그 두 색이 많다고 한다. 빨간색과 하얀색 구슬도 있는데 빨-파 거나 빨-하 둘 중에 하나 골라서 구입할 수 있다. 처음엔 좀 더 산뜻하게 다른 색으로 하면 안 되나 하고 생각했었는데 이들에게 너무 당연한 머리에 박힌 그림이었다.




이제는 독일의 휴일과 방학이 머릿속에 들어와 있는데, 처음엔 학교에 방학이 너무 여러 개에다 주마다 방학이 달라서 조금 당황스러웠다. 주마다 약간씩 교육과정과 내용도 달랐고 아비투어시험 -독일의 고등학교 졸업시험/대학 입학 자격시험- 도 달라서 내 상식으로 약간 이해가 가지 않았다.

독일에 살지 않는 사람이라면 모를 지식인데, 독일은 연방제 국가라서 16개의 주가 독자적인 주정부를 가지고 상당한 자치권을 가지고 있는 나라라서 그렇다. 물론 여러 곳을 왔다 갔다 하면서 살지 않는다면 크게 느껴지지 않는 부분이기도 하고 실제로 큰 틀은 비슷하기 때문에 주를 옮겨 이사하면 그제야 깨닫기도 한다. 한 가지 예로 바로 옆 주인 바이에른 (Bayern) 주는 슈퍼가 20시에 문을 닫는다. 나는 주 경계에서 멀지 않은 곳에 살기 때문에 차 타고 30분 이내로 바이에른 도시로 갈 수 있는데, 그래서 우리 동네 슈퍼에서 바이에른에서 밤에 장 보러 오는 차들을 종종 보곤 한다. 물론 회사에도 바이에른에 사는 동료들이 많다.



요즘은 독일의 문화, 동료들의 어린 시절 추억의 만화나 캐릭터에 대해 종종 배우는 중인데, 취향이 참 달라서 의도치 않게 동료들을 상처 주고 있다. 나는 이미 독일친구의 어린 시절 캐릭터 Die Sendung mit der Maus의 쥐가 너무 70년대 디자인이라서 촌스럽고 싫다!라고 상처를 준 적이 있다. 물론 동료들도 나의 이런 의견에 얕은 상처를 입었는데, 내 눈에 촌스러운 것을 어떻게 바꿀 순 없다. 여러 어린이 프로그램의 캐릭터들을 보고 자란 세대가 부모가 되어 다시 자식들에게 보여주고 있으므로 여전히 현시대에 살아있는 캐릭터이지만 독일인들과 한국인의 취향차이는 어쩔 수 없이 저 먼 곳에 떨어져 있다.


빵이름도 지역마다 조금 다르다








나는 여전히 메일을 쓸 때 한번 이상 관사를 찾기도 하고 독일의 교육 시스템은 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며 일하고 있는데, 적어도 유치원 - 초등학교까지는 우리나라 어린이들보다 재미있게 공부하는 것 같다고 생각한다. 물론 독일은 초등학교가 4년 과정이라 그 나름 좋은 중등교육기관에 가기 위한 스트레스가 상당하다.

다음 글은 독일의 의무교육에 대해 써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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