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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를주는이 Apr 14. 2022

우산들의 행렬

찢어진 우산

비 오는 아침

높낮이가 다른 색색의 우산들이

춤을 추듯 어디론가 바쁘게 가고 있습니다


무지개 바다가 되었다가

초록의 초원이 되었다가

때로는 넘실대는 파도처럼


여러 가지 색깔의 조합으로

순식간에 변하고 또 변합니다


약속하지 않아도

희한하게 예쁜 조합으로

움직이고 또 움직입니다


어디에도

어울리지 않는 색깔의

우산은 없습니다


갑자기 어릴 적 불렀던

동요가 생각납니다


파란 우산

검정 우산

찢어진 우산


많고 많은 우산들 중에

왜 검정, 파란 , 찢어진 우산일까요


그러고 보니

한 번도 생각해 적이 없습니다


어떤 우산이든 하하호호

이마를 마주 대고 함께 걸었던 기억만이

행복한 웃음을 가져다줍니다


어릴 적 너무나도 흔했던 찢어진 우산

대가 부러져도 고쳐 쓰고

찢어져도 꿰매어 썼던 시절


도저히 고칠 수 없는 상태가

되어서야 버렸던 찢어진 우산


지금은 비 오는 날 어딜 봐도

찢어진 우산을 찾아보기 힘듭니다.


하지만 우리가 속해 있는

무리 속에 여전히 여전히 찢어진 우산을

쓴 사람들이 있습니다


학교에서든

직장에서든

가정에서든


누군가에 의해서

찢어진 우산을 쓸 수밖에 없는 사람들


나는 어디에 속할까요

찢어진 우산을 쓴 사람일까요

찢어진 우산을 쓰게 만드는 사람일까요


형형색색 우산들이

멋진 조합을 이루어 함께 걸어가야 할 곳곳에서

외롭게 소외당한 채 찢어진 우산을 쓰고 있는 사람들


비 오는 날

수많은 우산들의 움직임 속에서

이제는 찢어진 우산을 볼 수 없듯이


어떤 곳에서도 외롭게 소외당하고

고통받는 이들이 사라지길 바랍니다


이마를 마주대고 걸어가는

우산들의 행렬에 그들도 함께 걸어가길

또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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