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아침
높낮이가 다른 색색의 우산들이
춤을 추듯 어디론가 바쁘게 가고 있습니다
무지개 바다가 되었다가
초록의 초원이 되었다가
때로는 넘실대는 파도처럼
여러 가지 색깔의 조합으로
순식간에 변하고 또 변합니다
약속하지 않아도
희한하게 예쁜 조합으로
움직이고 또 움직입니다
어디에도
어울리지 않는 색깔의
우산은 없습니다
갑자기 어릴 적 불렀던
동요가 생각납니다
파란 우산
검정 우산
찢어진 우산
많고 많은 우산들 중에
왜 검정, 파란 , 찢어진 우산일까요
그러고 보니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어떤 우산이든 하하호호
이마를 마주 대고 함께 걸었던 기억만이
행복한 웃음을 가져다줍니다
어릴 적 너무나도 흔했던 찢어진 우산
대가 부러져도 고쳐 쓰고
찢어져도 꿰매어 썼던 시절
도저히 고칠 수 없는 상태가
되어서야 버렸던 찢어진 우산
지금은 비 오는 날 어딜 봐도
찢어진 우산을 찾아보기 힘듭니다.
하지만 우리가 속해 있는
무리 속에 여전히 여전히 찢어진 우산을
쓴 사람들이 있습니다
학교에서든
직장에서든
가정에서든
누군가에 의해서
찢어진 우산을 쓸 수밖에 없는 사람들
나는 어디에 속할까요
찢어진 우산을 쓴 사람일까요
찢어진 우산을 쓰게 만드는 사람일까요
형형색색 우산들이
멋진 조합을 이루어 함께 걸어가야 할 곳곳에서
외롭게 소외당한 채 찢어진 우산을 쓰고 있는 사람들
비 오는 날
수많은 우산들의 움직임 속에서
이제는 찢어진 우산을 볼 수 없듯이
어떤 곳에서도 외롭게 소외당하고
고통받는 이들이 사라지길 바랍니다
이마를 마주대고 걸어가는
우산들의 행렬에 그들도 함께 걸어가길
또한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