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보리밭

외갓집 가는 길[오월의 추억]

by 연아

4월도 어느덧 봄 향기 진하게 물들어 산과 들이 온통 연둣빛 옷으로 갈아입는 중입니다. 하루하루 다르게 싱그러운 연둣빛과 초록으로 바뀌어 가는 산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그 풍광은 말로 설명할 수 없을 만큼 경이롭습니다.


4월 말에서 5월 초쯤...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나의 추억이 하나 있습니다. 해마다 이 맘 때가 되면 초록의 그리움이 바람을 타고 넘실넘실 파도처럼 밀려오곤 하지요. 바로 5월의 청보리밭입니다.


어릴 적 외갓집에 자주 가진 못했지만 기억 속에 가장 남는 장면은 산들바람을 따라 물결처럼 움직이는 거대한 초록바다와 같은 청보리밭이었습니다. 외할머니 집으로 가는 길목은 돌담이 즐비해져 있었고 그 사이로 보이는 청보리밭이 여기저기 5월 봄볕에 초록빛을 더해 갔지요.


어린 나이였지만 그 풍광이 아직까지도 잊히질 않습니다.

청보리들이 부딪히며 바스락 거리는 소리는 바람이 가져다주는 최고의 선물이었습니다. 초록의 물결 위로 손을 대어 보기도 하고 출렁이는 청보리들 사이로 들어가 작은 몸을 숨겨 보기도 했지요. 그냥 보고만 있어도 초록으로 내 마음이 물들어 갔습니다.


지금은 외갓집에 가면 빈집만 덩그러니.... 할머니도 청보리밭도 이제는 볼 수 없습니다. 그래서 더 그리운가 봅니다. 한 폭의 시화였던 외갓집 가는 길.... 오월의 추억.


외갓집에 대한 기억은 청보리밭이 가장 크게 남지만 정겨운 기억이 몇 가지 더 있습니다. 이곳에 작년에 써 두었던 추억을 담은 시 한 편을 공유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