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를 그리며 쓴 시에 바다를 빼놓을 수가 없다. 한평생을 바다에서 보내신 아버지의 사랑은 커다란 바위섬이 뿌리를 내릴 만한 깊음을 닮았고 파란 하늘과 구름이 내려앉을 만한 넓음을 닮았다. 바다의 푸름은 그런 아버지의 사랑으로 더욱 빛이 났다.
추운 겨울 새벽, 옆에 누웠던 아버지가 일어나 거친 바다에 나갈 때면 나는 늘 따듯한 아랫목에서 포근히 잠을 자곤 했다.나에게 아버지는 따듯한 아랫목이었다. 말이 없으셨다. 표현도 없으셨다. 하지만 따듯했다.
무뚝뚝한 아버지의 모습에는 사랑도 묵직했고 말없이 가족의 울타리가 되어 사시사철 비바람을 막아 주었다. 당신의 삶보다 자식들의 꿈을 위해 사셨고 힘들어도 전혀 내색하지 않으셨다. 그런 아버지에게 유일한 일탈이 있었다. 육체의 고된 피로를 술잔에 담는 일이었다. 말이 없으시던 아버지의 입에서 봇물 같은 말들이 튀어나오는 날이기도 했다.
아버지의 일생을 주름지게 한 바다에 뿌려진 세월... 그 아버지의 사랑으로 바다는 이제야 잠잠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