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가 잠잠해졌다

아버지의 사랑

by 연아

바다가 잠잠해졌다


젊은 시절 바다는

늘 만선의 푸른빛으로 반짝였고

어떤 풍랑에도 항해를 멈추지 않았다


추운 겨울 새벽 바다의 거친 생애에도

자식들의 꿈을 파도에 실었고

생계의 물결을 따라 매일 노를 저었다


간혹 험한 물결이 일어 바닷물을 삼킬 때면

소금기 가득한 비릿한 입술은

금세 타들어가 세월을 주름지게 했다


거친 파도에 쏟아부은

무음의 눈물은 달빛의 허락 없이

만조가 되었고


소금기에 거칠어진

성실의 손은 굳은

불가사리와 같았다


주름진 바다여

만선의 푸른빛이여

파도가 삼킨 무음의 눈물이여


이제는 항해를 멈추고

새벽 바다의 고요한 달빛 아래

편안히 머무르소서


푸른 물결에 한평생을 녹인

거친 바다의 사랑을 어찌 잊으리


지금은 비록 힘을 잃어

바다를 바라볼 수밖에 없지만


그 사랑의 깊이는

잠잠해진 바닷속으로

깊숙이 침잠한다



아버지를 그리며 쓴 시에 바다를 빼놓을 수가 없다. 한평생을 바다에서 보내신 아버지의 사랑은 커다란 바위섬이 뿌리를 내릴 만한 깊음을 닮았고 파란 하늘과 구름이 내려앉을 만한 넓음을 닮았다. 바다의 푸름은 그런 아버지의 사랑으로 더욱 빛이 났다.


추운 겨울 새벽, 옆에 누웠던 아버지가 일어나 거친 바다에 나갈 때면 나는 늘 따듯한 아랫목에서 포근히 잠을 자곤 했다. 나에게 아버지는 따듯한 아랫목이었다. 말이 없으셨다. 표현도 없으셨다. 하지만 따듯했다.


무뚝뚝한 아버지의 모습에는 사랑도 묵직했고 말없이 가족의 울타리가 되어 사시사철 비바람을 막아 주었다. 당신의 삶보다 자식들의 꿈을 위해 사셨고 힘들어도 전혀 내색하지 않으셨다. 그런 아버지에게 유일한 일탈이 있었다. 육체의 고된 피로를 술잔에 담는 일이었다. 말이 없으시던 아버지의 입에서 봇물 같은 말들이 튀어나오는 날이기도 했다.


아버지의 일생을 주름지게 한 바다에 뿌려진 세월... 그 아버지의 사랑으로 바다는 이제야 잠잠해졌다.




아버지에 대한 사랑과 감사에 대한 세 번째 시입니다.

여기에 「아버지의 꿈」과 「새벽 바다의 사랑」 두 편의 시를 함께 공유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