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의 끝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아니 끝을 알 수 없는 길이라는 걸 알았다
언제 도착할지 모를 무한의 시간이 흐르는
그 길 위에서 기다림은 계속되었다
어떤 부재(不在)의 시간은
누군가의 간절함을 무력화시키고
실낱 같은 삶의 유연성마저 앗아 갔다
점점 구불구불해지는 그 길 위에
삶은 롤러고스트를 타듯 어지러워졌다
아무도 알 수 없는 어느 시간 속에서
기다린다는 건 두렵고 힘든 일이었다
마음의 시간은 끝을 알고 달려 보지만
현실의 시간은 한걸음도 채 떼지 못했다
시간의 간극(間隙)에 끼여 숨조차 쉬기 힘든
나날을 진공(眞空) 관에 넣고 기다렸다
무한의 기다림이 필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