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장독대

사랑을 채우고 세월을 닦고

by 연아

된장

고추장

간장

동치미


뚱뚱한 배를

반짝거리는 장독 안에

엄마의 손맛이 가득하다


따듯한 봄 햇살

무더운 여름 장맛비에

선선한 가을바람에

꽁꽁 언 겨울 하늘 아래


배를 씰룩거리며

숨을 쉬듯 엄마의 손맛을

지켜낸다


계절을 견디어 낸

장독 안에 잘 숙성된

엄마의 정성을


큰 아들네

한가득 퍼주고


작은 아들네

또 한가득 퍼주고


막내는 힘들게 산다고

더 많이 퍼 주신다


그게 사랑이라고

그게 할 도리라며

그게 기쁨이라며


엄마는 내년을

기약하며 빈 장독들을

닦고 또 닦으신다


사랑을 닦고

세월을 닦고


어느새

사랑을 채우고 닦던

엄마의 허리는


장독대의 높이와

나란히 굽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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