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 휘는 줄 모르고

어머니는 그랬다 허리 휘는 줄 모르고

by 연아

솔나무 가루 날아와

희뿌연 대청마루 닦느라

허리 휘는 줄 모르고


빨래 한 대야 머리에 이고

두레박에 물 길러 손빨래하느라

허리 휘는 줄 모르고


가마솥에 물 부어

쪼그리고 앉아 아궁이에 군불 때느라

허리 휘는 줄 모르고


식구들의 저녁상

정지에서 한 상 차려 두 팔 벌려

거뜬히 대청마루까지 들고 오느라

허리 휘는 줄 모르고


밥 먹은 그릇 한가득

쪼그리고 앉아 설거지하느라

허리 휘는 줄 모르고


어머니는 그랬다

허리 휘는 줄 모르고


늦은 저녁

이부자리 깔고 그제서야

허리 한번 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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