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피어나
자랑하지 않는
숲의 들꽃
아름다운 꽃자리에
머무르지 않고
잎을 내어주는 숲의 나무
한 계절
또 한 계절
살아내는 동안
그곳엔
아름다움을 뽐내려는
욕심도 없고
화려함을 부여잡으려는
미련도 없다
피는 시절이 있다면
지는 시절이 있는 곳
소명을 다한 그들의 마지막을
다시 땅으로 돌려보내는 곳
그 자연스러움에
어느 누구도
변명하지 않는 곳
하지만
그 자연스러움을
때로는
받아들이지 못하고
영원하지 않을 것들을
부여잡으려는 욕심과 미련이
가득한 숲이 있다
그 숲에 사는 이들은
작은 들꽃 하나
작은 풀잎 하나에도
욕심을 담고
지는 시절의
나뭇잎 하나에도
미련을 버리지 못한다
이곳에 아름다움마저
떠나지 않으려는
몸부림이 있는 곳
자연의 숲
사람의 숲
어느 한 곳도
버리지 않고서는
비우지 않고서는
영원한 것은 없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