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과 생존법칙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말이다.
이 말의 무게는 학생 때 가장 크게 느껴진다.
공부를 못하면 의기소침해지고,
시험에서 실수라도 하면 스스로를 원망했다.
밤새워 공부하다가도 시험 기간의 압박을 견디지 못해
악몽을 꾸던 날도 있었다.
지금이라면 “그까짓 성적 좀 안 나오면 어때” 하고 넘길 거 같다.
그런데 ‘1등’이라는 단어 앞에서는 또 이야기가 달라진다.
학창시절을 떠올려보자.
공부를 잘하던 친구, 인기가 많던 친구, 운동을 잘하던 친구,
외모가 뛰어난 친구, 혹은 유난히 웃겼던 친구.
기억에 남는 건 결국 ‘특징이 뚜렷한 사람’이다.
브랜드도 마찬가지다.
1등, 혹은 적어도 3등 안에는 들어야 소비자의 기억에 남는다.
사람은 친구 이름을 까먹어도 괜찮지만,
브랜드는 잊히는 순간 생존과 연결된다.
기억되지 않는 브랜드는 선택되지 않기 때문이다.
TV를 산다고 생각해보자.
자연스럽게 삼성, LG가 떠오른다.
꼭 1, 2등 브랜드를 사지 않더라도
우리는 늘 그들과 비교하며 구매 이유를 만든다.
가성비이든, 가심비이든,
비교의 기준이 되는 존재는
항상 시장의 1등이다.
그렇지 않다.
매년 새로운 스타 브랜드가 등장한다.
이들은 기존 시장의 룰을 복제하지 않는다.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 그 안에서 ‘1등’이 된다.
이를 우리는 ‘인디 브랜드’라 부른다.
샤오미는 TV 시장에서 ‘저가형 가전’이라는
새로운 서브카테고리의 1등으로 자리 잡았다.
‘가전=비싸다’는 인식을 바꾸며
가성비 가전의 왕국을 세운 것이다.
또 다른 예로 닥터자르트는
‘더마 코스메틱’이라는 개념을 만들어냈다.
화장품 시장 안에서도 “피부과 처방에 근거한 화장품”이라는
새로운 세계를 열며 1등이 되었다.
이처럼 진짜 1등은 ‘모든 시장의 꼭대기’가 아니라
‘새로운 기준의 첫 번째’다.
시장엔 이미 1등이 있다.
하지만 새로운 시장은 언제나 만들어질 수 있다.
‘다른 길’을 먼저 간 사람만이,
그 좁은 길에서 다시 1등이 된다.
1등을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그건, 생존의 본능이기 때문이다.
기억되지 않으면 선택받지 못하고,
선택받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다.
결국 마케팅은 ‘기억의 전쟁’이다.
누가 먼저, 오래, 강하게 남느냐가 브랜드의 운명을 결정한다.
그리고 그 싸움의 시작점은 언제나 같다 —
‘기억되는 1등’을 포기하지 않는 마음에서.
✔ 포지셔닝 (Positioning)
소비자의 머릿속에 우리 브랜드가 어떤 이미지로 자리 잡는가에 대한 이야기다.
샤오미는 ‘저가형 가전의 1등’이라는 위치를 만들었다.
삼성, LG와 정면승부하지 않고 새로운 기준을 제시함으로써 자신만의 자리를 확보했다.
✔ 니치 마켓 (Niche Market)
모두가 경쟁하는 메인 무대가 아니라,
아직 조명이 닿지 않은 작은 무대를 공략하는 전략이다.
틈새에서 시작해 단단한 팬덤을 만들면, 그 자체가 새로운 시장의 중심이 된다.
✔ 인디 브랜드 (Indie Brand)
대기업의 자본보다 브랜드 철학으로 성장하는 독립 브랜드.
닥터자르트, 젠틀몬스터처럼 자신만의 세계관으로 팬을 만든다.
진정성과 개성은 거대한 광고보다 오래 남는다.
✔ 가성비·가심비 (Value for Money / Value for Emotion)
가성비는 ‘가격 대비 성능’, 가심비는 ‘가격 대비 만족감’을 뜻한다.
소비자는 늘 이 두 가지 사이를 저울질한다.
결국 브랜드는 “싸게 파는 법”이 아니라 “납득되는 이유”를 팔아야 한다.
✔ 톱오브마인드 (Top of Mind)
어떤 카테고리를 떠올릴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브랜드.
TV 하면 삼성, 치킨 하면 BBQ처럼 말이다.
이건 단순한 인지도가 아니라 ‘기억의 1등’이 되는 일이다.
브랜드의 생존은 결국 이 한순간의 기억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