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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고수만 아는 팬덤 브랜드의 비밀

by 일상마케터

“날이 좋아서, 날이 좋지 않아서, 날이 적당해서…

모든 날이 좋았다.”
– 드라마 <도깨비> 中


누군가를 사랑하면 세상이 설렘으로 가득 차고, 사소한 일상조차 빛나게 된다. 한 번이라도 뜨겁게 사랑해본 사람이라면 안다. 그게 연인이든, 나만의 우상이든, 한 존재를 깊이 좋아할 때 우리는 무슨 일이든 그 사람과 연결되기를 바란다.


돌이켜 보면 브랜드도 그렇다. 에르메스의 오렌지 박스만 봐도 가슴이 두근거리고, 꼭 함께하고 싶다는 마음에 차곡차곡 돈을 모으게 된다.


사랑할 때도 똑같다. 연인이 언제 연락을 줄지 기다려지고, 하루에도 몇 번씩 보고 싶어진다. 팬덤을 만든 브랜드와 연애를 잘하는 사람은 닮아 있다.


왜냐하면 상대에게 호감을 갖게 만들고, 함께 교감하고, 상대의 마음을 움직이고, 끝내는 삶 속 깊이 스며드는 본질이 같기 때문이다.


1. 배경 = 스토리

팬덤이 있는 브랜드의 중심에는 언제나 이야기가 있다. 왜 시작했는지, 어떤 배경을 지녔는지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사람도 그렇다. 겉모습보다 그 사람이 걸어온 길이 멋질 때, 우리는 마음을 빼앗긴다. 나 역시 남편을 처음 만났을 때, 그가 어떻게 성장해왔는지 들으며 강하게 호감을 느꼈다. “이 사람의 이야기를 더 듣고 싶다”는 마음이 싹텄고, 그 스토리가 내 감성과 맞아떨어졌을 때 인연은 깊어졌다. 사랑은 그렇게 시작된다.


나이키는 Just Do It이라는 서사로 도전과 용기의 상징이 되었고, 배달의민족은 단순한 앱이 아닌 ‘배달 문화와 유머’라는 서사를 만들어냈다. 하이브는 방탄소년단과 함께 “팬덤이 곧 브랜드”라는 새로운 이야기를 개척하며 전 세계를 움직였다.


2. 가치관·성격·인성 = 아이덴티티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는 사람의 성격과 인성과 닮아 있다. 가치관과 태도는 결국 행동에 스며들고, 시간이 지날수록 고스란히 드러난다.


사람도 처음에는 잠시 다른 모습으로 자신을 포장할 수 있다. 소개팅 자리에서 배려심 많은 척, 진취적인 척을 할 수 있지만, 두세 달이 지나면 결국 본성이 드러난다.


브랜드 역시 마찬가지다. 멋진 포장을 하고, 그럴듯한 철학을 내세우는 건 어렵지 않다. 그러나 꾸준히 같은 톤과 중심 가치를 유지하는 것은 쉽지 않다. 오래가는 브랜드는 이 고집을 버리지 않고, 그 시간의 일관성에 팬들은 감동한다.


파타고니아는 40년 넘게 환경 보호라는 정체성을 지켜왔고, 이케아는 “모두를 위한 디자인”이라는 철학을 흔들림 없이 이어왔다. 무신사는 스트리트 패션에서 시작해 한국 패션의 허브라는 정체성을 확고히 세웠다.


3. 스펙·능력 = 엣지 있는 제품

스토리와 아이덴티티가 훌륭하다면 사람의 마음을 여는 데 충분하다. 하지만 함께하고 싶다는 결심은 결국 ‘현실’에서 만들어진다. 연애가 결혼으로 이어지려면 생활을 함께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듯, 브랜드 역시 팬덤을 유지하려면 반드시 ‘엣지 있는 제품’을 내놓아야 한다.


아무리 멋진 이야기를 해도, 실제로 써봤을 때 감동이 없다면 팬은 오래 머물지 않는다. 사람도 그렇다. 미래를 함께 꾸려가고 싶게 만드는 성실함, 유능함, 생존력이 있어야 한다. 이렇듯 관계를 지속하게 만드는 건 결국 ‘엣지’ 있는 능력이다.


애플은 직관적 디자인과 뛰어난 성능을 결합해 글로벌 팬덤을 만들었고, 샤크/닌자는 생활가전에서 혁신성과 실용성을 동시에 잡으며 빠르게 팬을 확보했다. 골든구스는 수작업 감성과 희소성을 무기로 독창적인 엣지를 확보했다.


4. 교감 = 프로모션·할인·이벤트

사랑이 깊어지고, 함께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면 이제는 그 관계를 오래 지켜내야 한다. 뜨거웠던 감정만으로는 영원을 보장할 수 없다. 누구에게나 권태기는 찾아오고, 그때 빛을 발하는 건 교감이다.


연애에서 작은 선물, 여행의 추억, 눈을 마주치며 건네는 따뜻한 말 한마디가 마음을 지켜주듯, 브랜드도 일상 속 교감을 이어가야 한다. 분기마다 팬을 감동시키는 이벤트, 단골 고객을 위한 프로모션, 소소하지만 따뜻한 선물 하나가 유대감을 만든다. “우리는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이 쌓이면, 위기의 순간에도 팬덤은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스타벅스는 멤버십 리워드와 시즌 음료로 팬과 꾸준히 교감했고, 무신사는 한정 발매와 이벤트로 참여를 끌어냈다. 배달의민족은 위트 있는 광고와 굿즈로 사용자와 소통하며 팬덤을 공고히 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혹은 언젠가 만날 인연에게 묻는다. 나는 어떤 사람일까? 팬덤을 만든 브랜드와 연애 고수의 비밀을 곱씹다 보면, 한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이 결코 간단하지 않다는 걸 깨닫게 된다.


한 사람의 세계를 품는다는 건 위대한 일이다. 그래서 관계는 마침표가 아니라 ing여야 한다.


좋은 브랜드를 만드는 것과 좋은 관계를 만드는 일은 결국 같다.
스토리가 있고, 아이덴티티가 분명하며, 엣지 있는 힘이 있고, 교감을 이어가는 것.

이 네 가지를 모두 갖춘 브랜드는 언제나 팬덤을 품는다.


에르메스는 장인정신의 서사와 최고급 수공예의 정체성, 한정된 제품과 VIP 교감을 모두 갖췄다.


애플은 혁신 스토리와 미니멀한 정체성, 생태계의 압도적인 제품력, 그리고 전 세계적 이벤트와 커뮤니티로 팬을 끌어안았다.


나이키는 도전과 스포츠 정신의 서사, 강렬한 아이덴티티, 기술 혁신과 러너 커뮤니티로 팬덤을 확장했다.

무신사는 한국 패션 문화의 스토리, 뚜렷한 정체성, 자체 브랜드의 엣지, 커뮤니티 기반 교감으로 팬덤을 구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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