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을 발견하게 만들어주는 공간들
오감 중 미각이 타고났다. 그래서 신뢰도 높은 맛집을 많이 알고 있다. 그런데 의외로 커피는 잘 모른다. 커피 브랜드가 많아지던 찰나 스타벅스가 압도적으로 커피시장을 장악해가는 그 때도 나는 커피맛보다는 조용한 분위기를 즐겨 주로 로컬 카페를 찾았다.
그런데 요즘, 나는 루틴처럼 스타벅스를 찾는다. 커피 맛 때문은 아니다. 거기에서만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마실 수 있는 음료가 있기 때문이다. 따뜻한 화이트 초콜릿에 두유로 변경한 커스텀 음료. 기분이 꿀꿀한 날, 이 음료를 한 모금 마시면 기분이 좋아지고 이상하게 뭐든 잘 할 거 같은 자신감도 조금 올라간다.
마케팅에서는 '선택지가 너무 많으면 오히려 구매 결정을 방해한다'는 이론이 있다. 하지만 스타벅스의 커스터마이징은 그 법칙과는 다르다. 스타벅스는 선택을 통해 ‘취향’을 발견하게 해주고, 그 취향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게 만든다.
단순한 커피 한 잔이 아니라, ‘나만의 커피’를 만드는 경험을 주는 것이다.
1998년 영화 『유브 갓 메일』에서 맥 라이언이 스타벅스를 이렇게 말한다.
단순한 커피 한 잔을 고르려면 6가지 이상을 결정해야 하죠. 그러니 사람들은 스타벅스에서 자아를 발견합니다.
스타벅스는 고객이 다양한 옵션을 통해 자기표현과 자아 발견의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메뉴와 주문 방식을 의도적으로 설계했다.
비슷한 성공 사례로는 서브웨이(Subway)가 있다. 빵, 채소, 소스 등을 고객이 직접 선택하게 하여 '나만의 메뉴'를 만드는 경험을 제공한다. 선택의 부담을 느끼는 고객을 위해 썹픽(Sub-Pick)이라는 추천 조합 메뉴도 함께 운영한다.
최근 자주 가는 김밥집도 있다. 현미밥, 쌀밥, 온우동, 냉우동, 온메밀, 냉메밀 중 원하는 조합으로 골라 먹을 수 있다. 나의 체질과 컨디션에 맞춰 점심을 구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곳은 단순한 김밥집을 넘어 ‘맞춤식사’ 공간이 되었다. 그날 이후 나는 주변 사람들에게 이 집을 열심히 소개하고 다닌다.
많은 옵션은 때때로 소비자에게 피로감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취향을 발견하고 표현하게 해주는 커스터마이징은 오히려 강력한 락인(Lock-in) 효과와 브랜딩 효과를 만들어낸다.
요즘 내가 스타벅스를 못끊는 이유도, 그 한 잔의 음료가 내 취향을 발견해주는는 '작은 사치'이기 때문이다.
마케팅은 ‘팔겠다’는 의도보다, ‘당신을 이해한다’는 태도에서 시작될 때 더 오래, 더 깊게 고객의 마음에 남는다. 그리고 결국, 취향을 존중받는 경험이 고객의의 지갑을 열게 만든다.
✔ 커스터마이징(Customizing)
고객이 스스로 옵션을 선택해 나만의 제품을 만드는 과정. 몰입과 만족도를 높인다.
✔ 개인화 경험(Personalization)
고객의 취향, 체질,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선택지를 제안하거나 구성할 수 있도록 돕는 마케팅 전략.
✔ 선택의 역설(Paradox of Choice)
선택지가 너무 많으면 오히려 소비자가 결정을 내리지 못하게 되는 현상. 따라서 가이드를 함께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 공감 기반 브랜딩(Empathy Branding)
고객의 상황과 기분, 니즈를 읽고 먼저 제안하는 브랜드는 오래 기억된다.
✔ 락인 효과(Lock-in Effect)
한 번 내 취향을 반영해준 브랜드는 쉽게 떠나기 어렵다. 반복 이용으로 자연스럽게 충성도가 형성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