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아침에 큰일을 당할뻔했고나
아침에 출근하다가 화장실에 가고 싶어졌다. 큰일이다. 작은 거 아니고 큰 거, 그래서 더 큰 일. 왜 아침에 일어나서 널널할 때는 아무렇지도 않다가, 또 체육관에서 혼자 그 너른 곳을 쓰고 있을 때도 아무렇지 않다가, 이제 와서 이러는가 말이다. 귀도 없는 걔한테 속절없이 중얼거려본들... 지하철 화장실을 이용할까 하다가 사상역 화장실은 내 가는 방향과 반대쪽으로 135미터쯤 가야한다. 5분 정도 걸으면 되니까 출근해서 해결하자고 마음먹고 6번출구 계단을 오른다. 버스환승을 시도해볼까 했으나, 마침 오는 버스도 없다. 아, 이 아침에는 되는게 잘 없고나.
계단을 오르니 운동이 되었는가 이제는 꼬로록 소리도 난다. 좀 더 아래로 진출을 시도하나보다. 도로 지하철로 내려가야하나? 아니다. 출근시간도 빠듯하니 그냥 가자. 조심조심 걷는다. 직선거리 315미터. 미친듯이 뛰어서 가면 1분내로도 도착가능한 거리이지만 지금은 뛸 때가 아니다. 온 신경을 그쪽에 집중해야 한다. 내가 탔으면 좋았을 버스가 지나간다. 지나간 버스의 뒷꽁무니가 이렇게 애절할 수 있을까? 택시라도 타야하나? 300미터를 택시로? 아직 덜 죽을 지경인지 그것까지는... 걷자. 앞으로 전진하는 것만이 살 길이다.
위기가 왔다. 금방이라도 그 문을 열고 쏟아질것만 같다. 이대로 큰 일을 겪으면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선 채로 일을 본 세상에 몇 안되는 개같은 사람이 될 것인가? 그럴 수는 없지. 내 속옷과 바지와 양말과 신발은 오염될 것이고, 그렇다고 해서 보행이 자유로와지지도 않을 것이다. 냄새는 내 몸을 골고루 바른 뒤 도로에 퍼질 것이고, 나는 실성한 중늙은이로 112에 신고될지도 모른다. 신고 안 당하고 출근에 성공한들 어떻게 씻고 무엇으로 갈아입는단 말인가. 옷가지가 많은 곳이라 골라 입을 수는 있겠으나, 그것이 내가 길에서 변을 당해도 좋을 이유는 못된다.
오른발을 왼발 앞으로 꼬며 약간 수그려본다. 아, 잠시 문이 닫히며 진정되는 것 같다. 덩치 큰 아재가 배낭을 매고 걷다가 갑자기 다리를 꼬며 슬쩍 몸을 내리는 꼴이라니... 길에서 그런 사람을 만나거든 멀찍이 떨어져 돌아가시길 바란다. 다시 걷는다. 한 발 두 발... 발길을 돌리려고 바람 부는... 아잇, 지금 이 노래는 아니잖어? 이토록 집중하며 걸었던 적이 있었던가. 드디어 도착. 경비해제는 왜 이리 안되는 것인가? 지문인식이 안된다. 회사도 나를 버리나? 어렵사리 문을 열고 화장실로 뛰어든다. 나를 옥죄고 있던 것들이 밖으로 나간다. 해탈이로세. 세상이 다 평화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