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진상이랑은 술 먹기 싫다!
술은 적당히 좋게 마시면 부분적으로는 매우 긍정적인 효과를 발휘한다. 늘 긴장된 일상 속에 살아야 하는 우리에게 술은 조금 더 릴렉스한 마음과 몸을 갖게 해주고 술을 매개체로 즐거운 분위기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긍정적인 효과는 적당히 마실 때 해당한다. 술만 마셨다 하면 진상으로 변해 주변 사람들을 괴롭고 힘들게 하는 경우에는 노답이라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다. 아래 대표적인 술자리 진상 유형을 통해 혹시 내 평소 모습과 닮지는 않았는지 조심스레 살펴보자.
‘뭘 봐’로 시작되는 전형적인 스토리다. 술자리에서는 물론이거니와 길거리 이동 중에도 누군가와 눈만 마주치면 마치 중2병에 걸린 듯한 멘트를 마구 뱉어내면서 센 척을 하는데 이런 쓸데없는 객기에 부끄러움은 다른 사람의 몫일 뿐이다. 취한 사람이니 좋게 넘어가는 사람도 있지만 문제는 파이터형과 같은 똑같은 술버릇을 가진 사람을 마주쳤을 때다. 자칫 위험한 상황이 연출되어 나란히 경찰서에 갈 수 있으니 평소 파이터형의 술버릇을 가졌다면 ‘절주’하는 습관을 갖도록 하자.
오래간만에 만나는 친구들과 그간의 이야기를 진하게 풀겠구나 하고 폭풍 수다 시동을 걸고 나갔는데 이게 웬걸, 술이 들어가니 친구의 이성 신호등에도 불이 들어왔다. 술만 마시면 같이 있는 친구나 지인보다는 옆자리나 그 주변의 이성에게 끊임없이 추파를 던지며 합석을 시도하려고 한다. 친구를 보러 왔다기보다는 흡사 동물의 왕국을 보고 있는 기분이라고나 할까? 이런 번식형 친구는 대화를 단절시키는 데 일등공신이다.
희한하게 술만 마시면 알코올이 그대로 눈으로 빠져나오는 친구가 있다. 평소에는 활발하고 낙천적인 친구가 술만 들어가면 세상 우울한 사람으로 바뀌며 술잔의 술이 불쌍하다고 운다. 그나마 눈물만 흘리면 다행인데 여기에 꺼이꺼이 목놓아 울거나 고래고래 소리를 치면 주변에 민폐를 끼치게 된다. 만약 이런 친구가 늘 비슷한 이야기 패턴으로 울음을 시작하는 경우가 있다면 그런 얘기가 나올 때쯤 주위 사람들이 센스 있게 다른 이야기로 돌려서 눈물샘을 원천봉쇄하는 것도 방법 중 하나다.
술이든 안주든 적당해야 그 진가가 나타나고 덩달아 술자리의 분위기도 좋아진다. 하지만 ‘안주’의 뜻을 모르는 사람들이 간혹 있다. 누를 안(按), 술 주(酒)의 안주는 직역한 것 그대로 술을 눌러주기 위해 과하게 취하지 않게 하기 위해 먹는 것이다. 그런데 술을 마시러 온 건지 아니면 식사를 하러 온 건지 헷갈릴 정도로 눈치 없이 식탐을 발휘한다면 본인이 ‘안주’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자.
오늘 술은 왜 이리 달콤하냐며 아주 쭉쭉 넘어간다고 쉬지 않고 마셔대더니 결국에는 술이 그 친구를 마시고 있다. 이런 유형은 자신의 상태가 아주 멀쩡하고 조금의 취기도 오르지 않은 상태라고 믿기 때문에 계속해서 술을 마실 수 있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아무리 말려도 전혀 듣지 않고 ‘취했으니 그만 마셔라’, ‘한 잔 쉬어라’라고 걱정돼서 말하면 오히려 화를 내며 기분 나빠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술만 마시면 화통을 삶아 먹은 듯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것은 물론 여기에 혀까지 꼬이면 정말 꼴불견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최악인 것은 욕설이 섞인 고성방가다. 잘못했다가는 모르는 사람과 싸움의 발단이 될 수도 있으며 매번 이럴 경우 술을 같이 마셔줄 친구가 더 이상 남아 있지 않을 수 있다. 되도록이면 이런 유형을 잘 컨트롤할 수 있는 멤버가 동행했을 때 술을 마시는 것이 좋다.
다른 사람들 시선이나 기분은 신경 쓰지 않은 채 큰 목소리로 귀를 따갑게 하는 유형으로 평소에는 조용하다가도 술만 들어가면 목소리가 갑자기 커진다. 취하면 귀가 안 들리는지 마구마구 소리 지르는 것은 기본, 여기에 욕설까지 섞이는 고성방가는 최악 중 최악이라고 할 수 있다. 주위 사람들에게 민폐를 끼칠 뿐만 아니라 싸움의 발단이 될 수 있으니 이런 유형을 잘 조련할 수 있는 지인과 함께 술자리를 하는 것을 추천한다.
술을 마시다가 갑자기 사라져 찾아보면 근처 화장실에서 자고 있는 경우, 혹은 집에 간다고 해 놓고서는 근처 버스 정류장 의자에 누워 잠들어 있는 등 장소에 상관없이 하늘이 천장이고 바닥은 침대 삼는 유형도 있다. 이런 유형은 술자리를 함께한 사람들을 가장 걱정시킨다. 날씨나 범죄, 사고 등 여러 가지 위험 요소에 최악의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술버릇을 가진 친구라면 꼭 고치게 하거나 취한 모습이 보인다 싶으면 무조건 안전하게 집으로 들여보내자.
주위 사람들을 아주 힘들고 귀찮게 하는 유형이다. 마라토너형은 술만 취했다 하면 그렇게 질주를 한다. 취해서 그런지 몸이 가볍게 느껴지고 얼굴로 맞는 바람에 왠지 술이 깨는 듯한 느낌 때문이라는데 이건 어디까지나 본인 생각이다. 취한 상태라면 현재 몸의 균형이나 상황에 대한 순발력, 인지 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지므로 자칫 잘못했다가는 혹시 모를 위험에 즉각적으로 대처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했던 말을 또 하고 또 하고 그리고 또 한다. 한두 번 정도는 애교로 이해하지만 같은 말을 반복해서 듣는 상대방은 너무 피곤해진다. 그 스토리가 결코 짧지 않은 이야기라면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결국 폭발하기도 한다. 순간의 짜증과 화를 감추기 어려울 경우, 아무 말 하지 말고 친구의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어두고 또 얘기하려고 하면 재생하자. 그리고 다음 날 술이 깰 때쯤 반드시 친구에게 영상 여러 편을 전송해 무언의 협박(?)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몸에 좋은 약도 아닌데 왜 그렇게 주고받으며 먹어야 하는지, 먹기 싫은 것을 계속 권유하는 것만큼 진상도 없다. 개인의 주량이라는 것이 있고 편차가 클 수도 있는데 내가 마신 만큼 상대방도 그대로 마셔야 공평하다고 생각하는 유형이다. 때문에 이런 유형 앞에서는 소주 한 잔도 절대 꺾어 마실 수 없으며 그랬다가는 날 선 공격이 들어온다. 무분별하게 권유하며 술잔을 주고받기보다는 즐거운 이야기를 주고받는 문화를 만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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