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만날 수 있는 전쟁의 흔적, 전쟁이 낳은 발명품10
최악의 상황에서 최고의 발명품이 나온다? 모순과도 같은 말이지만 실제로 전쟁 중에 개발된 발명품들은, 현재 우리들의 일상을 편리하게 만들어주는 소중한 존재가 되었다. 작전을 더 수월하게 만들려던 의도로, 혹은 그러한 연구 중에 의도치 않게 개발된 발명품들에는 과연 어떤 것이 있을까? 황폐한 전쟁터 속에서 만들어진 유용한 발명품들을 한자리에 모아 보았다.
군사적 목적은 물론 개개인의 핸드폰에서도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GPS는 1970년 초 미 국방성에서 개발된 발명품이다. 미국이 소련의 스푸트니크 발사로 패닉에 빠져있던 시기, 우연히 스푸트니크의 라디오 신호를 이용해 위치를 알 수 있지 않겠냐는 생각이 떠오르고 관련 보고서를 작성하게 된다. 이후 핵잠수함이 핵미사일의 정확한 발사를 위해 자신의 정확한 위치를 알아야 할 때가 오자, 과거 작성해두었던 보고서를 기반으로 지상의 정확한 좌표를 찾는 GPS를 만들게 된 것. 군사용으로 개발되었지만 1983년, 대한항공 007편 격추 사건을 계기로 민간용으로 개방되었고 지금에 이르고 있다.
최초의 볼펜은 1938년 헝가리의 신문기자 비로 라슬로에 의해 개발되었다. 세계 1차 대전 중 빠르게 정보를 전달해야 했던 비로 리슬리는 계속해서 잉크를 채워야 하는 만년필에 불편함을 느끼고 펜 끝에 작은 구슬을 달아 둥근 볼펜을 만들게 된다. 이것이 바로 오늘날까지 사용되고 있는 볼펜의 시초로, 이후 세계 제2차 대전이 일어나자 본격적으로 특허를 따내며 대중화에 불을 붙였다. 영국군 역시 볼펜을 대량 구매해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우리나라에는 1945년 해방과 함께 미군에 의해 볼펜이 전해지게 된다.
자외선 차단 기능과 함께 패션 아이템으로도 사랑받고 있는 선글라스. 눈의 건강을 지켜주는 선글라스는 그 기능에 맞게 본래 미군 공군 조종사들의 시야 확보 및 두통 예방을 위해 개발되었다. 이때 처음 정식 사용된 선글라스가 바로 오늘날 잠자리 선글라스라고 불리는 형태의 Ray Ban Aviator이다. 1930년대 미국 공군에서 처음 사용된 이후, 현재까지도 군용 물품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는 중. 물론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시크한 멋을 낼 수 있는 패션 아이템으로 각광받고 있기도 하다.
일상생활 속에서 매일 사용하는 티슈의 시작은 세계 제1차대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전쟁에 참여 중이었던 미국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부상자 때문에 붕대나 거즈가 부족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이때 킴벌리-클라크사가 대체 용품으로 셀루코튼을 발명하게 되고, 흡수력이 좋고 사용에 부담이 없어 야전 병원에서 유용하게 사용되었다. 전쟁이 끝나자 넘쳐나는 셀루코튼을 처리하기 위해 만든 일회용 화장솜이 손수건 대용으로 큰 인기를 끌게 되고, 이에 1982년 손수건을 대체하는 1회용 화장지 ‘크리넥스 티슈’가 세상에 등장하며 오늘날의 티슈로 이어지게 되었다.
조리법이 간단하고 보관이 용이해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고 있는 레토르트 식품. 그 장점 덕분에 본래 군용 전투식량으로 개발되었었다. 레토르트 식품 이전에는 주로 병조림이나 통조림이 사용되었는데 무게가 무겁고 부피가 크다는 단점이 있었고, 통조림의 장점을 살리면서도 단점을 보완해 발명된 것이 바로 레토르트 식품이다. 현재 민간용으로도 대중화가 된 상태이지만, 여전히 군용 식품으로도 사용되고 있으며 미국의 전투식량 MRE의 품목 일부가 NASA의 우주 식량으로 쓰이고 있기도 하다.
손목시계가 발명되었던 시기 역시 세계 제1차대전 무렵이었다. 당시 군부대의 고위 간부뿐만 아니라 일반 병사들도 지원 포격이 언제 시작해서 언제 끝나는지, 언제 진격해야 하는지 시간을 알 필요가 있었다. 소총과 군장 등으로 무장했던 탓에 무거운 시계를 들고 다닐 수도 없었던 상황. 이에 손목시계가 만들어지게 되고 이때부터 본격적인 군수 물품으로서 사용하게 된다. 그러나 당시 손목시계는 상당히 비싼 값을 지불해야만 얻을 수 있는 물건이었기에 세계 제2차대전 때까지만 해도 일반인 사용이 드문 귀중품이었다. 이후 쿼츠 시계가 발명되고 나서야 가격이 저렴해지게 되었고, 본격적인 대중화의 길을 걷게 된다.
이제는 인터넷 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전 세계인의 일상 속에 파고든 인터넷. 인류 역사상 전례 없는 거대한 연결망과 정보의 바다를 만든 인터넷의 유래는 1960년대 미국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전쟁 중이었던 미국은 통신시스템이 파괴될 시 대체할 수 있는 수단을 강구하였고, 이에 컴퓨터 2대를 연결한 ARPANET라는 것을 만들게 된다. 군사 목적으로 만든 최초의 인터넷이 탄생하게 된 것. 이후 1983년 ARPANET에 관심을 가지는 기업들이 늘어나며 민간용과 군사용이 분리되었고, 본격적으로 현재의 인터넷 환경 기반이 갖추어지게 된다.
오늘날 주방에서 쉽게 만나볼 수 있는 랩은 본래 총알과 화약을 습기로부터 보호하는 역할로 전쟁터에서 사용되기 위해 개발되었다. 전쟁에서 요긴하게 사용되었던 랩은 전쟁이 끝난 후 제조업체에서 일하던 두 기술자에 의해 민간용으로 널리 사용된다. 나들이에 나선 아내들이 랩에 상추를 포장해서 갔는데 시간이 지났음에도 상추가 시들지 않은 것을 발견하게 된 것. 이에 영감을 받은 두 기술자는 상용화를 건의해 회사를 설립했고, 음식을 보존하기 위한 용도로 널리 쓰이게 되면서 현재에 이르게 되었다.
가정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전자레인지 역시 전쟁으로 인해 만들어진 발명품 중 하나이다. 1945년, 레이더 생산을 주로 했던 군수 기업에서 레이더 장비에 쓰일 마그네트론에 관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가 만들어졌기 때문. 새로운 레이더 기술을 실현하기 위해 연구 중이었던 퍼시 스펜서는 우연히 자신의 주머니에 있던 초코바가 전부 녹은 것을 발견했고, 이후 여러 차례의 실험 끝에 전자레인지를 발명하게 된다. 즉, 원래 레이더 장비로 만들었던 마그네트론이 전자레인지의 주요 부품이 된 것. 이후 특허권이 만료되어 전 세계로 퍼져 나가게 되었고, 오늘날의 가정 필수 전자제품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쌀쌀한 날씨가 되면 거리에서 한두 번씩 볼 수 있는 트렌치코트. 클래식한 패션 아이템으로 사랑받고 있는 트렌치코트는 사실 세계 제1차 대전 당시에 만들어진 레인코트였다. 당시 많은 비가 내려 땅이 물에 잠기고, 습기로 인해 발이 다 젖어 썩으면서 많은 병사들이 고통스러워했다고 한다. 이에 1914년 영국 육군성이 토머스 버버리에게 참호 속에서도 견딜 수 있도록 습기에 강한 옷을 만들어달라는 요청을 하였고, 그 결과로 만들어진 것이 바로 트렌치코트이다. 전쟁 중에 트렌치코트를 대량으로 사들였던 영국은 전쟁 이후 일반 시장에 물량을 풀었고, 이후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오늘날의 패션 아이템으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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