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을 잃어버리는 무시무시한 병, 알츠하이머
가끔씩 냉장고 문을 열었다가 '내가 뭘 하려고 했지?'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도저히 기억이 나지 않아 한참을 냉장고 앞에서 서성이다가 괜히 냉수만 들이키고 냉장고 문을 닫곤 한다. 심지어는 한 손에 스마트폰을 든 채 '휴대폰을 어디에 뒀더라?'라며 이리저리 휴대폰을 찾아다닐 때도 있다.
이처럼 우리의 뇌는 스트레스를 받거나 기억할 수 있는 용량을 초과할 때 종종 오류를 발생시킨다. 이것이 바로 흔히 말하는 건망증이다. 또한 인간의 뇌세포는 30세가 지나면서 크게 감퇴하는데, 노화로 인한 단순 기억력 감퇴로 건망증이 발생하기도 한다. 건망증은 남성보다는 여성에게 주로 나타나고, 지적 활동이 낮은 사람에게 흔히 발생한다.
한편 건망증이 심한 편이라면 '혹시라도 알츠하이머는 아닐까?' 하고 의심할 수도 있다. 하지만 건망증과 알츠하이머에는 큰 차이점이 있다. 건망증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는 것을 제외하면 인지 능력이 정상인 반면, 알츠하이머는 기억력을 포함한 인지능력이 저하되어 결국 모든 일상생활의 기능을 상실하게 된다. 사랑하는 가족들의 얼굴을 알아볼 수도, 혼자서 집을 찾아갈 수도 없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무시무시한 질병 알츠하이머는 어떤 원인에 의해 발생하는 것일까.
지난 수십 년동안 세계 최고의 신경과학자들은 알츠하이머 치료 방법에 대해 연구했다. 정부와 제약회사, 생명공학자들은 수십 억 달러를 투자해 알츠하이머 치료제를 개발하고 실험했다. 하지만 그 중 99.6%는 실패로 돌아갔다. 그렇다고 시장에 출시된 0.4%에 희망을 걸 수도 없는 노릇이다. 앞서 알츠하이머 협회가 "2003년 이후 승인된 알츠하이머 약은 전무하며, 이미 승인된 약은 병의 진행을 막거나 늦추는 데 효과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의학계에서는 쥐를 이용한 실험에서 아밀로이드 베타(이하 '아밀로이드')라고 불리는 단백질로 만들어진 시냅스를 파괴하는 끈끈한 플라크가 뇌 속에 쌓이면 알츠하이머가 발병한다고 믿었다. 이에 따라 이 과정에 개입하거나 아밀로이드를 파괴하면 알츠하이머를 효과적으로 치료하거나 예방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세계적인 신경학자 데일 브레드슨은 "알츠하이머는 하나의 질병이 아니다"라며 "현재 의학계의 접근 방식이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30여 년이 넘는 연구 끝에 그는 저서 <알츠하이머의 종말>을 출간했다. 데일 브레드슨은 알츠하이머가 한 가지 원인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염증이나 영양의 불균형, 체내에 쌓인 독성물질 등 여러 가지 원인의 복합작용에 의해 발병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또한 그는 수만 번이 넘는 임상실험 끝에 알츠하이머를 유발하는 36가지 원인을 밝혀냈고, 이를 바탕으로 개개인에게 최적화된 맞춤형 알츠하이머 예방 및 개선책을 제시했다.
무엇보다도 데일 브레드슨은 잘못된 생활 습관에 의해 알츠하이머에 취약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특정 영양제를 섭취하거나 음식에 제한을 두기 보다는 영양, 호르몬, 스트레스, 수면 등의 생활 습관 개선을 통해 알츠하이머를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알츠하이머 예방은 물론이고, 알츠하이머로 인한 인지기능의 후퇴를 어느 정도 회복하는 것도 상당 부분 가능하다"며 "우리는 사상 처음으로 알츠하이머 환자의 상태를 크게 개선하는 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데일 브레드슨의 연구팀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인지기능 회복 프로그램 '리코드(ReCODE)'는 의학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으며, 이러한 내용을 담은 그의 저서는 출간 즉시 아마존 종합 1위에 오르는 등 전 세계 독자들의 엄청난 관심을 끌고 있다.
데일 브레드슨의 연구팀은 설탕을 비롯한 첨가제가 많이 포함된 음식을 먹고, 앉아서 생활하고, 잠을 적게 자고, 운동을 하지 않는 생활 습관이 알츠하이머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날카롭게 지적한다. 이에 알츠하이머를 유발하는 다양한 요소를 검사한 후, 문제의 원인을 해결하기 위한 리코드 프로그램을 시작해야 한다고 말한다.
실제로 리코드를 통해 알츠하이머 증상이 크게 개선된 사례가 있다. 기업 경영인 에드워드는 세금을 계산할 때 회계사가 계산을 두드리기도 전에 암산으로 끝낼 정도로 똑똑한 사람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피트니스 클럽에서 사물함 자물쇠 비밀번호가 기억나지 않아 자물쇠를 잘라내야 했다. 에드워드는 별일이 아니라고 스스로 위안했지만, 그 이후에도 기억력은 계속 나빠졌다. 암산을 할 수도, 지인을 기억하지도 못했다. PET 사진을 찍은 결과 에드워드는 전형적인 알츠하이머였고, 상태가 급속도로 나빠져 2년 후에는 회사 문을 닫고 치료에 집중했다. 그는 2013년 처음 리코드 프로그램을 시작한 그는 6개월 후 일을 그만두기는 커녕 세 번째 회사를 설립했다. 언어 학습 능력이 크게 개선된 그는 "미래를 꿈꿀 수 있게 되었다"고 말했다.
케토시스를 촉진하는 저탄수화물 식단
케토시스란 간이 지방을 분해해서 케톤체(아세토아세테이트, 베타하이드록시뷰티레이트, 아세톤)라는 화학물질을 생산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이 과정은 우리 몸의 에너지원인 탄수화물이 부족할 때 나타나는데, 약한 케토시스 작용은 베타하이드록시뷰티레이트가 뉴런과 시냅스를 만드는 분자인 BDNF(뇌신경성장인자)의 생성을 늘려 최적의 인지기능 상태를 만들어 낸다.
케토시스를 촉진하기 위해서는 흰쌀, 빵, 감자, 설탕, 청량음료, 알코올, 사탕, 가공식품과 같은 단순 탄수화물 섭취를 최소화하는 저탄수화물 식단과 적절한 운동을 병행해야 한다. 또한 전분을 섭취하지 않도록 채식 위주의 식단을 구성하고, 샐러드와 같이 익히지 않은 채소와 익힌 채소를 모두 먹어야 하며 다양한 색깔의 채소를 섭취해야 한다. 이때 육류와 생선을 약간 먹는 것은 괜찮지만, 육류가 주가 되어서는 안된다. 아울러 올리브 오일과 아보카도, 견과류와 같은 불포화지방도 약한 케토시스를 촉진한다.
또한 '12/3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 여기서 12는 저녁식사를 한 후 다음 날 첫 끼지를 먹을 때까지 유지해야 하는 공복 시간을 의미하며, 3은 저녁식사를 하고 나서 적어도 세 시간이 지난 후에 잠자리에 들어야 함을 가리킨다. 공복을 최소 12시간 이상으로 유지하면 뇌세포를 포함한 모든 세포가 다양한 요소를 재활용하고, 망가진 단백질과 미토콘드리아를 파괴하는 자기 소모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자기 소모는 재생에도 도움이 된다.
최소 일주일에 세 번 이상의 운동과 1일 8시간 이상의 충분한 수면
데일 브레드슨은 '앉아서 생활하는 것은 흡연 만큼이나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운동은 인지기능과 신체건강에 도움이 되는 정도가 아니라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인지기능에 특히 좋은 운동으로는 조깅, 걷기, 스피닝 등이 있으며 이는 근력 운동과 병행해야 한다. 또한 일주일에 최소 세 번, 하루에 한 시간 정도가 적당하다. 각자에게 맞는 종목을 선택한 다음 스트레칭을 병행하고, 관절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
몇 년 전 데인 브레드슨은 신경학자이면서 알츠하이머 검사와 임상연구의 전문가인 동료에게 병이 진행되는 환자와 그렇지 않은 환자의 차이점에 대해 질문했다. 그러자 동료는 한동안 생각하더니 "잠을 잘 잔 환자는 병이 진행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뇌의 기능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수면제 없이 8시간 가까이 자는 것이 좋다. 또한 수면 무호흡증이 있을 경우, 인지기능 뿐만 아니라 심혈관과 위 및 식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치료하는 것이 좋다.
뿐만 아니라 스마트폰, TV, 컴퓨터 등의 스마트기기를 가급적 멀리하는 것이 좋다. 스마트기기와 LED 조명기기에서 방출되는 블루라이트에 오랫동안 노출되면 눈의 피로는 물론 안구건조증이 나타날 수 있으며, 밤 늦게 장시간 스마트기기를 사용할 경우 블루라이트로 인해 수면유도 호르몬 분비가 저해되어 수면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 따라서 잠자리에 들기 전에는 수면의 질을 높이기 위해 가급적 스마트기기를 사용하지 않도록 주의하고, 스마트기리를 사용할 경우에는 필터를 활용하는 것이 좋다.
적절한 스트레스 관리와 마음이 편안해지는 명상 프로그램
현대인들은 스트레스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다. 만성 스트레스는 해마의 손상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인데, 인지기능에 장애를 일으키며 특히 기억력이 현저히 떨어진다. 따라서 알츠하이머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해마의 크기를 늘려야 한다. 가급적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유의하고 정기적으로 명상을 하는 것이 좋다.
또한 과도한 스트레스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하는 경우 명상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명상 프로그램을 듣고 있으면 긴장이 완화되고 새로운 기억의 형성을 위한 뇌파가 활발해져 시냅스 형성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매일 저녁 불빛을 낮추고 긴장을 푼 상태로 누운 다음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등을 이용해 프로그램을 30분 동안 재생시키면 된다. 처음에는 카페인을 섭취한 것처럼 자극을 받는 사람도 있지만, 곧 긴장 완화 효과를 확인할 수 있다.
우리는 누구나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원한다. 의학의 발전으로 인해 인류의 오랜 숙원인 백세시대가 도래했지만, 노인 인구의 증가로 알츠하이머의 발병률 또한 높아진 것이 사실이다. 현재 65세 이상 인구의 약 10%에서 85세 이상 노인의 절반이 알츠하이머에 걸릴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2040년이 되면 알츠하이머 환자가 200만 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측된다. 따라서 알츠하이머의 극복 없이는 건강한 백세시대에 도입할 수 없다.
이에 데일 브레드슨 박사는 알츠하이머에 관한 많은 과학적 연구를 바탕으로 알츠하이머의 원인 인자와 생활 속에서 알츠하이머를 유발하는 요소에 대해 독자들이 쉽게 이해하고 생활 속에서 실현할 수 있도록 <알츠하이머의 종말>을 펴냈다. 그는 알츠하이머 발생에 영향을 미치는 생활 방식, 생활 습관을 개선하기 위한 개개인 맞춤형 치료 프로그램인 리코드를 만들어 이 책에서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물론 알츠하이머를 깨끗이 치료할 수 있다, 아니다를 판단하기는 이르지만 데일 브레드슨 박사의 리코드 프로그램이 알츠하이머를 유발하는 다양한 인자들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알츠하이머는 인간의 기억을 잠식시키는 무서운 질병이다. 특히 가족 중에 알츠하이머 환자가 있거나 평소 기억력이 좋지 않은 편이라면, 알츠하이머에 대한 걱정과 관심이 많을 것이다. 데일 브레드슨은 이 책을 통해 알츠하이머가 더 이상 극복할 수 없는 병이 아니라 얼마든지 예방 가능하고 치료할 수 있다고 말한다. 옛말에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는 말이 있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백 번 이길 수 있다는 의미다. 평생 건강하고 젊은 뇌로 백세시대를 살아가기 위해서는 알츠하이머에 대한 잘못된 오해와 진실을 구분해야 한다.
저작권자 ⓒ 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욱 다양한 이야기가 궁금하시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