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사람들의 이 론(論), 저 론(論) 이야기!
맞벌이 부부인 A씨는 요즘 고민이 많다. 독박가사와 독박육아에 지쳐 남편에게 가사분담과 육아 분담을 요구한 것이 화근이 되어 다툼이 커져버렸기 때문이다.
그동안 A씨의 남편은 A씨보다 1~2시간 정도 늦게 집에 들어왔다. 일이 바쁜 탓도 있었지만 사회생활의 일환인 지인들과의 모임에 빠질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A씨의 남편이 집안일에 아예 손을 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A씨가 집안일의 대부분을 해온 것이 사실이었다. 결국 지치다 못한 A씨는 1개월 전 "가사 반반, 육아 반반"을 선언했다. 그러자 A씨의 남편은 펄쩍 뛰고 정색을 하며 "지금까지 도와줬는데 무엇을 더 도와주길 바라냐"라며 화를 냈다.
남편의 말을 듣고 A씨는 지난날을 회상해보았다. 아이가 생기기 전부터 A씨는 집안일의 대부분을 해왔다. 종종 남편이 화장실 청소나 대청소를 할 때 거들어주기는 했지만, 평소 집안일은 A씨가 전담했다. 아이가 생긴 이후에는 남편이 조금씩 집안일을 도와주었는데, 그래도 A씨가 집안일을 하는 비율이 훨씬 높았다. A씨가 집안일의 70%를 한다면, 남편은 나머지 30%를 하는 정도. 육아도 마찬가지였다. 비율로 따지자면 A씨가 육아의 80%를 담당했고, 남편은 나머지 20%만 책임졌다.
두 사람의 언쟁이 계속되면서 슬슬 감정이 격해지자 A씨의 남편은 자신이 결혼비용을 더 부담한 것, 연애할 때 데이트 비용을 더 낸 것, 자신이 운전을 하는 것, 신혼집을 마련해온 것, A씨가 여자라고 배려해준 것, 힘쓰는 일을 도맡아 한 것 등을 이야기하며 "나는 남자로서 이런 것들을 다 해줬는데, 너는 왜 여자답게 집안일이나 육아를 하지 않느냐"며 "다른 여자들을 봐라, 다들 여자가 그런 일을 더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A씨는 남편의 주장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이 해야 할 일과 남편이 해야 할 일을 절반씩 나누어 노트에 적은 다음, 이를 남편에게 보여주었다. A씨는 "나는 여기에 내가 할 일이라고 써놓은 것만 할 테니, 나머지는 당신이 하라"고 말했다. 이후에도 다툼은 계속되었고, 두 사람은 사흘이 지나도록 냉전 상태를 유지했다. 그 사이 남편은 이틀이나 외박을 했다. 술을 마시고 친구네 집에서 잔다는 것이었다.
사흘 뒤, 집에 들어온 남편은 A씨의 의견을 흔쾌히 수락했다. 아무래도 친구들과 작전을 짠 모양이었다. A씨의 남편은 "네가 적은 대로 딱 절반씩 나눠서 하자"며 "대신 나도 모든 것을 반반하겠다"고 선언했다.
두 사람이 합의를 한지 한 달이 지났고, A씨의 불만은 여전했다. 원래 A씨와 남편은 함께 자가용을 타고 출근했는데, A씨의 남편이 "자신이 운전한 노동력을 어떤 방식으로든 보상해달라"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또한 A씨에게 "운전을 배워 번갈아가며 운전하자"고 말했다. A씨는 운전면허증은 있지만 단 한 번도 운전을 해보지 않은, 일명 '장롱면허'였다. 타고난 운동신경이 없는 데다가 운전하는 것이 무서워 그동안 연습을 하지 않았는데, A씨의 남편은 "주말마다 연습해서 운전하라"고 말했다. 게다가 명절 때 친정에 갈 때는 "직접 장거리 운전을 하라"고 말했다. A씨는 이 같은 남편의 행동을 치사하다고 생각했고, 지고 싶지 않은 마음에 알겠다고 답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A씨의 남편은 A씨에게 운전을 가르쳐주기는커녕 "네 돈으로 개인 강사 불러서 연습하라"고 말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A씨의 남편은 출근하는 내내 "(결혼 전) 데이트했을 때 기름값을 받아야 했다", "매일 집에 데려다주고 픽업해주고 기사 노릇했을 때, 네가 받아먹기만 했던 것들 지금 생각하니까 얄밉다"며 혼잣말을 했다. 남편의 말을 들은 A씨는 짜증이 치솟았지만 대꾸조차 하지 않았다.
이후에도 A씨의 남편은 데이트 비용과 결혼비용 이야기, 신혼집 마련한 이야기, 여자라고 배려해준 일, 결혼 전 A씨에게 프러포즈 한 일 등을 늘어놓으며 A씨에게 얄밉다고 말했고, 이제부터 A씨를 여자나 아내로 보지 않고 비즈니스 파트너 개념으로 생각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며칠이 지나고 A씨와 남편은 함께 마트를 갔다. 평소에는 남편이 아기띠를 했는데, 이 날은 남편이 번갈아가면서 아기띠를 하자고 했다. 또한 A씨가 무거운 짐을 들고 있어도 절대 도와주지 않았다. 이것이 남편이 생각하는 '정확한 절반'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A씨의 남편은 더 이상 함께 길을 걸을 때 A씨가 차도로 걸어도 자연스럽게 인도로 옮겨주지 않았고, 이외에도 작고 사소한 일까지 칼같이 나누어 계산적으로 행동했다. 명절 때도 서로의 부모님께 며느리로서, 사위로서 기본적인 도리만 하자고 했다.
하지만 A씨가 가장 충격을 받은 일은 따로 있었다. 남편이 주말 내내 계산기를 두드리더니 "우리가 60살까지 일을 한다고 가정했을 때 내 월급과 퇴직금, 이자 등을 계산해보니 내가 너보다 3억 정도를 더 부담한다"며 "내가 손해를 보고 있으니 앞으로는 일정 금액을 걷어 생활비와 적금으로 사용하고, 나머지는 서로의 비상금으로 사용하자"고 말했다.
남편의 말을 듣고 A씨는 '이렇게 할 거면 대체 왜 결혼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독박가사와 독박육아에서 어느 정도 해방되어 좋긴 했지만, 남편의 행동을 보니 짜증이 나고 정이 떨어졌다. A씨와 남편은 어떻게 이 상황을 해결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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