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열 날 때 하면 안 되는 실수
아이가 열이 나기 시작하면 부모의 마음도 덩달아 다급해지기 시작한다.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울면서 끙끙 앓는 모습에 차라리 자신이 대신 아팠으면 하는 게 부모의 마음이다. 열이 나는 이유는 매우 많지만 가장 대표적인 이유는 염증 반응 때문이다. 외부에서 뭔가 우리 들어오면 몸에서 싸우기 위해 열을 내는 것인데 결국 면역계가 잘 돌아가고 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하지만 고온의 열이 지속적으로 나는 것은 위험할 수 있으니 열이 시작되면 부모는 가정에서 응급처치를 시작해야 한다. 빨리 열을 내려야겠다는 마음에 이것저것 시도해보지만 이 과정 중에서 잘못된 응급처치는 오히려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 있으니 아래 내용을 참고로 해서 올바른 방법으로 열을 내리도록 하자.
평소 아이가 약을 잘 먹지 않는다고 우유나 분유, 요구르트 등에 타서 먹이는 경우가 있는데 약의 성분이 체내에 제대로 흡수되지 않기 때문에 큰 효과를 보기가 어렵다. 또한 우유나 분유의 맛이 변하므로 아이가 우유나 분유 자체를 싫어하게 될 수도 있다. 정량의 해열제를 스푼에 담거나 약병에 담아 기관지로 흘러 들어가지 않게끔 주의하면서 머리를 뒤로 젖히고 코를 쥐고 입으로 흘려보내면 약을 뱉지 않고 잘 먹일 수 있다.
열이 동반하는 증상 중 하나가 경련이다. 갑자기 눈을 뒤집으면서 부들부들 떨기도 하고 입에 거품을 물기도 한다. 또 양쪽 팔다리가 뻣뻣해지고 마치 의식을 잃은 것 같은 증상이 나타나게 되는 경우 부모는 당황하기 일쑤다. 열성경련은 뇌에서 발생하는 현상이기 때문에 몸을 주무른다고 해서 나아지는 것이 아니니 억지로 깨우려고 하거나 몸을 주무르는 행위는 하지 말아야 한다. 대부분의 열성 경련이 5분 이내에 멈추기 때문에 바로 옆에서 잘 지켜보고 기도가 막히지 않게 고개를 옆으로 돌려준다. 만약 경련이 10분 이상 지속되는 경우, 하루 2회 이상 경련 증상을 보이는 경우 병원을 찾아야 한다.
아이가 있는 집에서는 해열제가 필수 상비약으로 통한다. 개봉하지 않은 시럽은 1년 정도 보관이 가능하지만 일단 한 번이라도 개봉을 했다면 뚜껑을 열고 닫는 과정에서 외부 오염 물질이 들어가 2~3주만 지나도 오염되거나 변질될 수 있기 때문에 과감하게 버리는 것이 낫다. 열을 내리려고 복용했다가 오히려 세균성 복통으로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단기간에 시럽 한 통을 다 사용할 것이 아니라면 차라리 일회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시럽 해열제를 구비해두는 것이 낫다.
해열제를 먹었는데도 열이 떨어지지 않아 다시 해열제를 먹여야 하는 상황에서 종류가 다른 해열제를 먹이는 것을 ‘교차 복용’이라고 한다. 이때 서로 다른 계열의 해열제를 동시 복용해서는 안 된다. 교차 복용을 할 경우 해열 효과가 더 클 수 있으나 전문의와 상담 후 먹이는 것이 안전하다. 동일한 성분의 해열제를 먹일 때는 간격을 4~6시간 정도 두어야 하나 교차 복용을 할 때는 2시간 간격을 두고 먹일 수 있다. 다만 열이 정말 떨어지지 않을 때 마지막으로 사용하는 방법이라는 것, 1일 최대 용량을 반드시 지키는 것을 잊지 말자.
아이가 열이 나는 것 같으면 보통 이마에 손을 짚어 대략 짐작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부모의 손이 따뜻하거나 차가울 수 있으니 상황에 따라 다르게 느껴질 수 있으니 반드시 체온계로 재서 열이 나는지 확인해야 한다. 가장 보편적이면서도 정확하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이 고막 체온계로 유아의 경우 성인의 정상 체온보다 약 1°C 정도 높게 나타나기 때문에 36.5°C ~37.5°C는 정상 범주라고 얘기한다. 38°C까지는 미열, 그 이상부터는 고열로 판단하고 적절한 응급처치를 시행해야 한다.
태어난 지 아직 100일도 채 되지 않은 아이에게 임의대로 해열제를 먹이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3개월 이전의 아기가 열이 나면 아직 체온 조절 능력이 미숙하기 때문에 갑자기 열이 더 오를 수도 있고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기 때문에 바로 병원이나 응급실을 찾아야 한다. 특히 이 기간 많은 예방 접종을 하게 되는데 예방 접종 후 24시간 내에는 미열이 발생할 수 있다. 만약 24시간이 지나서도 열이 나는 경우에는 예방 접종에 의한 열이 아닐 가능성이 있으므로 병원을 꼭 찾아야 한다.
열이 난다고 해서 몸을 빨리 식혀주기 위해 얼음찜질을 해주는 경우가 있다. 오히려 이런 얼음찜질이 열을 더 오르게 할 수 있다. 얼음이나 찬 물수건으로 몸을 닦게 되면 추위에 떨게 되는데 이때 근육에서 열을 발생시켜 오히려 체온을 올라가게 만들고 말초 혈관을 수축시켜 정상적인 열의 발산을 방해할 수 있다. 냉찜질뿐만 아니라 젖은 양말을 신기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다. 미지근한 물을 사용해 몸을 닦아주는 것이 좋고 이때 말초 신경이 모여 있는 손과 발은 피해야 한다.
옛날 어른들은 열이 날 때 더 따뜻하게 만들어서 땀을 흘려 체온을 내리는 것이 좋다고 했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방법이다. 반대로 에어컨이나 선풍기를 틀어 급격하게 실내 온도를 내리는 것도 옳은 방법은 아니다. 실내 온도는 23~24도로 유지하고 너무 덥지도, 춥지도 않게 유지한다. 아이가 열이 난다고 해서 옷을 다 벗겨 두는 것보다는 거즈 면과 같은 얇은 내의만 입고 있게끔 해주는 것이 좋다. 만약 오한이 온 경우라면 얇은 이불을 살짝 덮어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체온을 잴 때 정확하게 재는 것이 중요하다. 겨드랑이 부분을 잴 때에는 땀을 잘 닦아주고 3분~5분 정도 충분히 눌러서 재야 정확한 결과를 알 수 있다. 땀이 있는 상태에서 측정할 경우에는 땀이 마르면서 열을 빼앗아 가기 때문에 실제 체온보다 낮게 측정될 수 있다. 가장 많이 사용하는 고막 체온계를 사용할 때는 귓불을 잡아당겨 고막과 측정하는 부분이 일직선이 되도록 넣어 귀 안쪽 벽을 향하지 않게끔 해야 한다.
열이 난다고 해서 무조건 응급실로 직행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응급실에서도 열이 나는 아이에게 가장 먼저 행하는 것은 상태 파악 후 미온수로 닦아주는 것이고 별다른 조치 없이 병원 문을 나서는 경우가 많다. 열이 난다고 해서 응급실을 먼저 찾기보다는 당황하지 말고 적절한 응급처치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만 백일 이전 아이가 38°C 이상의 고열이 나는 경우, 고열과 함께 구토가 반복되고 심한 기침과 가래 증상이 동반되는 경우, 해열제를 2~3회 먹였는데 열이 조금도 떨어지지 않는 경우, 열성 경련이 10분 이상 지속되는 경우, 탈수가 의심되는 경우 등에는 응급실을 찾아야 한다.
저작권자 ⓒ 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