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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일리 May 25. 2020

'압박면접' 가장한 취준생 울리는 갑질 면접

압박면접이 원래 이런 건가요?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들, 우리는 그들을 '취준생'이라고 부른다. 몇 년 전 취준생 시절을 떠올려보면 그때는 매일매일을 불안감에 사로잡혀 보냈던 것 같다. 어른들은 "한창 좋을 때다"라고 말씀하셨지만 정작 나는 치열한 경쟁 사회에 참가한 일원이 되고 싶었고, 끝이 보이지 않는 취준 생활에 자존감이 바닥을 치기도 했다. 하루빨리 이 지긋지긋한 취준 생활을 청산하고 싶다는 마음뿐이었고, 그것은 이내 간절함으로 변모했다. 아마 대한민국 취준생이라면 누구나 같은 심정일 것이다. 그런데 최근 취준생을 당황하게 만드는 새로운 유형의 면접이 탄생했다. 바로 지원자들의 순발력을 평가하는 압박면접이 그것인데, 종종 이를 가장한 면접관들의 모욕 때문에 취준생들의 자존감이 짓밟히기도 한다. 바로 A씨의 이야기처럼 말이다.


어느 날, 공대생이자 취준생인 A씨에게 면접 제의가 들어왔다. A씨는 영어회화에 취약한 편이라 외국계 기업 면접이 조금 부담스럽게 느껴졌지만, 다행히 1차 면접을 통과하고 2차 면접을 앞두고 있었다. 2차 면접은 임원과의 1:1 면접이었다.

 

어느덧 2차 면접일이 다가왔고, A씨는 떨리는 마음으로 면접실로 들어갔다. 면접실에는 임원 B씨가 앉아있었다. B씨는 A씨가 들어오자마자 "앉아"라고 반말로 지시했으며, 처음부터 끝까지 시종일관 반말을 늘어놓았다. 중간중간 A씨의 답변을 듣고 한쪽 입꼬리만 올리며 비웃는 듯한 표정을 짓는 것도 잊지 않았다. A씨는 조금 기분이 나빴지만, 자신이 을(乙)이라는 생각에 참는 것 말고는 별다른 방도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B씨가 갑자기 A씨에게 "휴대폰 가져와"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A씨가 휴대폰을 내밀자 B씨는 휴대폰을 켜라고 지시했다. 그러더니 자신이 전화번호부에 저장된 이름 중에서 하나를 호명할 테니, 그 번호로 전화를 걸라고 시켰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호명된 사람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이어 B씨는 A씨에게 영화 <곡성>을 영어로 설명하라고 했다. 한국어로도 설명하기 어려운 영화를 영어로 설명하라고 하니 A씨는 버벅댈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B씨는 "뭐야? 영어 못 하네?"라면서 낄낄댔다. A씨는 점점 자신감이 없어졌다.


하지만 B씨의 만행은 계속됐다. A씨의 자기소개를 읽더니 "너 글 되게 못 쓴다"며 "필요 없는 형용사를 왜 이렇게 많이 써?"라고 말했다. 이어 "넌 창의성이 하나도 안 보이고 고지식해 보이네"라며 "친구 많다더니 전화도 안 받고, 친구도 없어?"라고 말했다. 그뿐만 아니라 "너무 절실해 보여"라며 "힘 좀 빼라"고 지적했다.

 

A씨는 어이가 없었다. 취준생이 간절함을 보여주는 게 뭐가 잘못된 건지, 절실하다는 이유로 지적을 받아 마땅한 건지 황당했다. 압박면접은 처음이라 참고 대화했지만, 취준생이라는 이유로 왜 이런 취급을 당해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외국계 기업이라는 말만 듣고 편안한 분위기를 생각했던 탓일까, 허탈함과 불쾌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원래 압박면접이 이런 건지, B씨가 무례한 건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다들 이 같은 일을 겪고 직장인이 된 걸까 궁금했다. 만약 합격 통보를 받게 된다면 A씨는 어떻게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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