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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Genie May 25. 2023

힘껏 친절한 사람을 동경하고 연민하며

어른들 안에는 아이가 산대 - 헨리 블랙쇼

 힘껏 친절한 사람을 마주할 때가 있잖아요. 친절은 여유에서 나온다는 말도 있는데 정말 여유 없고 힘든 상황에서 막 대해도 손해 끼칠 힘없는 약자에게까지 힘껏 친절해 보이는 사람들. 애써 웃어 보이는 사람들.


 저는 그런 사람을 마주할 때 일종의 동경 느껴요. 저는 워낙 체력이 약해서 금방 방전되고, 방전될 때 일어나는 많은 순간에 웃어 보이지 못하면서 살고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러니까 더 그들의 힘껏 베푸는 친절과 애써 내보이는 미소를 동경하게 되는 것 같아요. 나도 저들처럼 아무리 힘들고 벅차고 짜증 나는 순간이더라도 내 앞에 서있는 무고한 사람들에게, 특히 나보다 약한 대상에게 힘껏 친절을 베풀어야지, 힘껏 미소를 내어줘야지 결심하게 돼요.


 한편으로는 힘껏 친절한 사람들을 연민해요. 저들은 언제 어디에서, 도대체 누구 앞에서 짜증내거나 화내거나 인상을 찌푸리거나 소리를 지를 수 있을지 생각해 보면 도무지 상상이 안 되는 거예요. 너무 오랜 시간 힘껏 웃어 보이느라 주름마저도 다 웃는 방향으로 생겨져 버린 사람들이니까. 그 사람들이 막 소리 지르면서 화내면서 하고 싶은 말 막 쏟아내는 게 그려지질 않아요. 러고보면 단할 것 같아요. 애써서 미소 짓는 게, 힘껏 친절하는 게.


 어른들 안에는 아이가 산대요. 아이들 보면 힘껏 친절한 아이는 없잖아요. 타고나기를 친절하기도 했겠지만은, 그네들이 아이일 때는 분명 지금보다는 자주 "짜증 나." "나 괴롭히지 마." "나도 힘들어." "나 욕하지 마!" 말했을 텐데, 지금보다는 자주 발도 쾅 구르고, 주먹 꽉 쥐고 부르부르 떨고, 물건도 탁 내려놓고 했을 텐데 이제 그 아이의 목소리는 밖으로 아예 새어 나오질 않는 거죠. 힘껏 친절한 목소리와 애를 써 내보이는 미소로 그 아이는 꼭꼭 숨겨놓은 거예요. 원래부터 없었던 것처럼.


 당신은 다른 많은 어른들 안에 사는 아이를 안심시켜요. 당신 옆에서라면 그 아이들은 상처받지 않고, 더 이상 약자이지 않고, 용기나 위안 같은 걸 얻어요. 그러니 당신 안에 있는 아이도 당신이 달래주는 다른 많은 아이들처럼 상처받지 않고, 약자이지 않고, 용기나 위안 같은 걸 얻으며 살아가기를 바라요.


 힘껏 친절한 당신을 둘러싼 세상이 당신에게 힘껏 친절해주기를 바라요. 저도 당신을 따라 힘껏 친절해보기를 결심하곤 하니까요.




 오늘은 그림책 하나 소개해드립니다. 그림책이지만 아이로 살고 있는 아이들보다, 어른으로 살고 있는 아이들에게 더 와닿는 그림책입니다.


어른들 안에는 아이가 산대!
어른들이 춤출 때, 갖고 싶은 게 생겼을 때,
사랑한다고 말할 때...
어른들을 살펴 봐.
얼마나 유치하고 웃긴지, 꼭 애들 같거든.

 당신 안에 있는 그 아이에게 든든한 어른이 되어주는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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