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학교에서 장사하고 올게요

by 김Genie

6학년 1학기 사회 경제활동 단원에서는 가계와 기업의 합리적 선택, 가계와 기업의 관계 등을 배운다. 경제 이론을 재밌으면서도 유익하게 가르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 결심했다. 교실창업을 하기로.


처음에는 학급운영비 2-3만 원 써서 조그만 구멍가게처럼 창업을 해볼까 했다. 그러다 방과후 부장님께 비즈쿨 예산이 있는 게 떠올라 별생각 없이 여쭤봤다.


"교실창업 관련해서 예산 좀 지원받을 수 있을까요?"


부장님은 비즈쿨 자체가 학생 창업 관련 예산이라 최대 40만 원까지 쓸 수 있다고 하셨다. 급 부담스러워서 그거보단 적게 쓸 것 같다고 하며 예산을 넙죽 지원받았다.


"얘들아, 우리 교실창업할 거야. 손님들은 우리 학교 학생들이고, 시장엔 전교생 50명 곱하기 10 인성, 총 500 인성(인성은 우리 교실화폐 단위다) 정도 풀릴 거야. 너네 경쟁 상대는 나야. 너네도 가게를 열고, 나도 가게를 열거야. 내가 돈 다 벌면 너넨 망하는 거야."


아이들 눈이 반짝며 사업 아이템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과자를 판다느니, 디퓨저를 판다느니, 뽑기를 한다느니, 급기야는 탕후루까지 만들어서 판단다. 얘네가 흥하면 내가 망하니 조바심이 들었다. 애들은 셋이서 의논을 하는데 나만 혼자 사업을 준비하니 외로웠다.


"선생님 가게 가지 말라고 애들한테 말해야지."


내 그럴 줄 알았다. 삐! 공정거래 위반으로 신고합니다!


"사장님들, 사업 아이템 선정보다 중요한 게 있습니다. 바로 공정거래입니다! 아까 교과서에서 배웠죠? 공정하게 거래하는 법? 이리 모여서 공정거래 계약서부터 쓰겠습니다. 첫 째, 공정거래법을 위반할 시 가게는 강제철거한다. 둘째, 수익금의 30%는 원자재값, 10%는 세금으로 지불한다. 셋째, 재고가 남을 시 기부처를 찾아 기부한다. 동의하면 서명하십시오."


예비 사장님들의 서명까지 받아 공정거래 계약서를 칠판에 걸어두고 다시 개인플레이를 시작했다. 나는 '선생님을 이겨라' 코너를 준비했다. 나에게 2 인성을 지불해서 도전권을 사고, 가위바위보를 3판 연속 이기면 선물을 주는 것으로 했다.


비즈쿨 예산으로 물건들을 사고, 교실을 꾸미고, 가게를 열어 간판을 달고, 물건을 진열하고, 교실화폐를 넉넉히 출력하여 자르고 각 반에 나눠주고 나니 창업 준비가 끝났다. 과정이 꽤 길고 번잡하고 귀찮았으나 애들 반응이 좋으니, 그리고 교육적으로 효과 있어 보이니 보람 하나로 열심히 페달을 굴렸다. 애들이 과자도 팔고 주스도 팔고, 뽑기로 디퓨저도 팔고, 무드등도 팔고, 페이스페인팅도 팔고, 탕후루도 판다고 해서 긴장이 되었다. 과연 너네가 이길까, 내가 이길까!


창업 당일, PPT도 띄우고 잔잔한 노래도 틀고 손님들을 기다렸다. 미리 약속해 둔 대로 학년 별로 우리 교실에 학생들이 왔다. 아이들이 손님들을 엄청 반기면서 "어서 오세요. 저희 가게 놀러 오세요." 목청을 높여서 속상했다. 나는 은근 내향형이라 그런 호객행위는 못하기 때문이다. 이거 공정거래 위반 아닌가 생각했지만 그건 아닌 것 같아서 강제철거는 할 수 없었다.


우리는 2시간 동안 열심히 장사를 했고, 끝나고 얼마를 벌었는지 세어봤다. 아이들은 300 인성 정도 벌었고, 나는 200 인성 정도 벌었다. 세금과 원자재값으로 40%를 내라고 독촉했다. 서희랑 태리가 볼멘소리를 했다.


"아니 무슨 40%나 떼어가요? 그럼 남는 게 뭐가 있어요."

"진짜 자영업 하시는 분들은 가게임대료, 전기세 그런 것까지 다 내고 나시면 가져가는 거는 30%도 안돼. 너네 교실 에어컨 전기세까지 내볼텨?"

"와, 자영업 하시는 분들 진짜 힘들겠어요."

"그러니까 너네가 식당 같은 데 가면 진상 부리지 말고 매너 딱 지켜야지. 장사해보니까 소감이 어때?"

"너무 힘들었어요. 애기들 한 줄 기차 하라고 하면 3초 있다가 두 줄 기차 되고, 3초 있다가 세 줄 기차 돼요. 진짜 울 뻔했어요. 목 너무 아파요."

"그래도 생각보단 진상 손님이 없었어요. 애들이 다 매너를 지켜서 다행이었어요."

"가장 성공적이라 생각하는 사업 아이템은?"

"탕후루요. 물건을 사다가 제가 요리를 해서 파니까 더 비싸게 팔 수 있는 거 같아요."


사장님들은 폭풍처럼 몰아친 장사 후에 교실 매트에 한참이나 누워 있었다. 그러나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서희와 태리는 페이스페인팅 이용권을 팔았는데, 저학년 아이들에게 그것이 유행이 되어 다음날까지 서희와 태리에게 페이스페인팅을 받으려고 교실 앞을 서성였다. 마음씨 넓은 서희와 태리는 이용권을 못 산 아이들까지 모조리 페이스페인팅을 해주느라 이틀 동안 중노동에 시달렸다.


교실창업을 통해 아이들은 자영업 하시는 분들이 얼마나 피곤한지에 대해 가장 많이 배운 것 같다.

사랑스러운 나의 가게
어서 오세요 손님들
과자 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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