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

우리동네 나의손주

by 김Genie

할머니들이 볼 거라며 큰 글씨로 또박또박 예쁘고 다정한 말을 써 내려가던 아이들로부터 희망을 봤다.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시골길에 우뚝 선 버스 정류장을 아름답게 꾸미기 위해 버스 정류장 전시회를 열기로 했다. 우리는 할머니들의 미적 감수성을 솔솔 일으킬 명화 작품들을 구입하고, 뽀짝 뽀짝 미술 작품을 만들어 모으고, 간식도 한가득 소포장하여 준비했다. 그렇게 모인 버스 정류장 준비물을 가득 들고 버스 정류장에 나가니 할머니들 몇 분이 버스를 기다리고 계셨다. 지난번 경로당 버스킹을 갔을 때 뵀던 할머니들이었다. 할머니들은 우리를 알아보고 아는 체를 하셨다.


"아이고, 웬일이여."

"저희 버스 정류장 전시회하러 나왔어요. 어디 가시는 길이세요?"

"시내, 병원 갈라고 버스 기다리는 겨."

"할머니, 이거 저희가 준비한 간식인데요. 이거 드시면서 기다리세요."

"아이고, 지난번에도 받기만 했는디 이거 고마워서 어쩌."

"다음에 경로당 또 놀러 갈게요."

"꼭 와. 미숫가루 또 타줄게."


아이들과 할머니들은 자연스럽게 인사를 건네고 다음 만남을 기약했다. 두 번 본 것도 구면이라고 나도 할머니들이 너무 반가워서 호들갑을 떨었다. 넉살 좋은 서희는 버스 정류장 전시회가 뭔지, 우리가 뭘 가져왔는지, 간식에는 뭐가 들었는지 조잘조잘 떠들었다. 그럼 할머니들은 "그려, 그려." "아이고, 기특하네. 이뻐라." 하며 우리네 마음이 칭찬으로 붕 뜨게 해 주셨다. 우리는 더 힘이 나서 정류장을 꾸미고, 마을 사람들에게 작은 기쁨이 되기를 바라며 간식을 올려놓았다.


준비를 다 마치고 나니 정류장 벽면이 미술작품으로 가득 차 정말 전시회장이라도 된 듯했다. 미술 작품에 작가와 작품명, 마을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한 마디를 적어 우리만의 큐레이팅을 완성했는데 아이들은 할머니들이 보실 거라며 큰 글씨로 한 글자씩 또박또박 눌러 적었다. 간식은 이가 불편하신 할머니들도 편히 드실 수 있게 부드러운 케이크 과자 위주로 골랐다.


다양한 마을 연계교육을 통해 마을 사람들의 얼굴을 마주하고, 눈을 맞추고, 이야기를 나누며 그들은 더 이상 우리에게 완전한 타인이 아니게 되었다. 우리는 시작부터 끝까지 우리가 마주했던 얼굴들을 떠올리며 세심하고 다정하게 전시회를 준비했다.


다양한 얼굴을 떠올리고, 잠시라도 타인의 얼굴로 바라볼 세상을 가늠하여 다정하게 배려해 낼 수 있는 사람들을 예찬한다. 그리고 이 사회에 그런 사람들이 가득하여 보다 세심히 다정할 미래를 희망한다. 교육을 하며 밥 벌어먹는 사람으로서 나의 교육이 그러한 세상을 만드는 데 조금이라도 기여해야 한다는 책무를 느끼는 데, 할머니들이 볼 거라며 큰 글씨로 또박또박 예쁘고 다정한 말을 써 내려가던 아이들로부터 희망을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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