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에서 장사를 할 거야. 그 수익금으로 도움이 필요한 곳에 기부할 거고. 어디에 기부하고 싶은지 기부처를 찾아보자. 선생님은 주로 카카오 같이가치나 네이버 해피빈을 써. 너희도 잘 살펴보면서 기부하고 싶은 곳 한 곳을 골라봐."
우리 반 아이들은 선생님이 하자고 하면 "안 해요." 그런 거 없이 다 열심히 한다. 아이들이 휴대폰이나 태블릿으로 여러 모금함을 드나들며 기부할 곳을 찾기 시작했다.
"선생님, 힘든 사람들이 왜 이렇게 많아요."
"이 강아지 너무 불쌍해요."
"어떻게 이런 집에 살고 있지?"
아이들은 어느 때보다 집중해서 다양한 사연들을 살폈다.
"선생님, 꼭 한 곳만 골라야 해요? 도움이 필요한 곳이 너무 많아요."
"응, 이번에는 한 곳만."
"여기를 고르려니 저기에 미안하고, 저기를 도우려니 여기에 미안한데 어쩌죠."
"생각보다 도움이 필요한 곳이 많지?"
성찬이가 자꾸만 머리를 잡으며 갈등했다. 수민이는 사연을 살펴보다 흑흑 울었다. 로그인이 되어 있는 지현이는 열심히 좋아요를 누르고 댓글을 달아 100원씩 기부금을 올렸다(카카오 같이가치에서는 모금함에 좋아요를 누르고 댓글만 달아도 200원이나 대신 기부해 준다). 그게 벌써 2000원이나 되었다. 아이들이 기부할 곳을 각자 하나씩 고른 뒤 돌아가면서 소감을 발표했다.
"저는 부모님이 먹여주시고 재워주시는데 그렇지 못한 친구들이 너무 많은 것 같아서 사연 읽다 울었어요."
"세상에 힘든 사람이 너무 많은 것 같아서 뭔가 마음이 무겁고 슬퍼요."
"불쌍한 동물들도 너무 많아서 절망스럽기도 했어요."
아이들의 마음이 슬픔 옆에 있었다.
"아까 호찬이랑 카카오 같이가치 사이트 2023년 총기부금이 얼마인지 봤거든? 얼마였게?"
"500만 원?"
"업"
"3000만 원?"
"훨씬 업"
"1억?"
"더더더 업"
"100억?"
"정답은 135억. 작년 한 해 우리나라 사람들이 힘든 사람들을 도와준 금액이 카카오 사이트에서만 135억."
"와, 대박."
"선생님이 이번 시간에 느낀 소감을 말해볼게. 우선 너희들이 '제가 힘든 것도 아닌데 무슨 상관이에요?'하지 않고 사연을 읽으면서 울기도 하고, 한 곳만 도와주면 다른 곳에 미안하다고 머리를 잡으면서 망설이기도 하고, 좋아요랑 댓글을 열심히 눌러서 짧은 시간에 벌써 2000원이나 누군가를 돕는 걸 보면서 희망을 느꼈어. 그리고 너희처럼 훌륭한 아이들이 자라나 대한민국 곳곳에서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기부를 하고 있잖아. 135억은 선생님도 상상도 못 해본 숫자야. 대한민국 사람들 진짜 대단하구나 생각했고, 희망이라는 게 너무 선명하게 와닿았어. 이 세상엔 슬픔도 있고 절망도 있는데, 그걸 일으키는 사람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벅찼어."
"진짜 대단하네요. 135억이라니."
우리는 같이 감탄했다. 그리고 기세를 몰아 열심히 장사 아이템을 구상했다. 하니는 클레이로 귀여운 걸 만들어 팔고, 지현이는 과자를 팔고, 호찬이는 가방 들어주기 서비스를 판다고 했다.
점심시간, 지현이가 말했다.
"돈 많이 벌어서 보호소에 있는 강아지들한테 꼭 돈 많이 보내주고 싶어요. 아이템 사러 다이소도 빨리 가고 싶고, 간판도 얼른 만들고 싶어요."
지현이의 반짝이는 눈과 속사포처럼 쏟아지는 문장을 들으며 누군가를 돕기 위해 열심히 돈을 벌 꼬마 창업가들의 사업을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