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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 Sep 14. 2022

자본주의와 생명정치를 넘어 생명존중으로

세계의 맥도날드화를 개인의 탓으로 돌리는 벌거벗은 생명 정치


오늘날 문제가 되고 있는 생활습관병이 단순히 개인이 자기관리에 실패해서 생긴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렇게 잘못된 식습관을 가질 수 밖에 없도록 만든 사회 심리적 요인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개개인은 상업 자본주의가 차린 가짜음식 앞의 무지한 소비자로 흩어지고, 공동체를 상실한다. 연결되어 있다는 유대감과 심리적 풍족함, 만족을 얻을 기회가 없으므로 이러한 공허감을 소비재로 채우게 되는데 가장 접근하기 쉬우면서 누구나 살 수 있는 소비재가 음식, 특히 건강하지 못한 인스턴트나 가공식품, 간식으로 판매되는 육류와 유제품 종류이다-(어묵 핫바 닭강정 저가 치킨 등). 그렇게 먹고 건강을 잃을 수밖에 없도록 만든 사회적 원인이 가장 크다.



생활습관병은 단순히 개인이 자기 관리의 실패, 자기 경영의 실패로 나타난 것이 아니다.


또한 자기 관리라는 개념은 인간이 초개인화되고 자본의 기계가 되어가는 신자유주의 시대에서 체제가 개개인을 좋은 생산 부품으로 통제하기 위해 심어놓은 내면의 정치다.


인간의 이치에 맞지 않는 섭생을 상품으로 둔갑시켜 판매하고 광고하는 상업 자본주의 시대와, 안락함과 편리함의 끝에서 쾌락만을 추구하게 만드는 소비주의 문명, 그리고 개인의 원자화가 뒤섞여 모든 것을 개인의 책임으로만 돌리고 소비자의 선택과 자유라는 이름으로 포장하여 자유를 착취하는 현대 사회의 병리적인 구조가 구성원들의 만성병과 정신질환이라는 형태로 그 부작용을 드러내고 있다.





또한 현대 사회는 문명의 발달과 그러한 흐름이 불가피하고 불가역적인 대세의 흐름이라고 여기도록 믿게 만들었다. 당연히 많은 사람들이 자동차를 타길 원하고, 더 안락하게, 더 움직임을 기피하길 원할 것이라고 전제한다. 이러한 가정 하에 소위 편리함을 제공하는 상품들을 생산하고 그런 상품들을 당연히 이용해야만 뒤처지지 않는 인간으로 보이게끔 만든다. 이러한 시대에서는 수요보다 기술과 자본의 요구와 공급이 우선된다.


이는 인간의 신체를 퇴화 시키고 지혜를 묵살하는 기술 자본주의의 상품을 사용하는 것이 상식이고, 전문가화 된 좁은 지식을 흡수하는 것이 상식인 것처럼 여기도록 한다. 이렇게 조성된 사회 분위기가 또한 개인을 불구로 만들고, 자신의 경험과 직관을 불신하게 만들고, 퇴행성 질환의 대상자로 만든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사회를 만들어야 할까?


개개인들이 건강한 식습관을 형성하도록 교육하고 좋은 상품을 소비하도록 만드는 것에서 그칠 것이 아니다. 지금의 상품 소비 자본주의가 만든 개인의 고립이라는 시스템적 문제와 악영향은 숨기고 행복을 구매할 수 있는 것인 양 광고하는 기업의 기만을 멈추고, 다시 좋은 공동체적 삶을 되찾아야 한다.


지금의 복합적인 문명의 위기, 문제적인 사회 구조와 체제의 근간을 변혁시키지 않고 개개인들에게 단순히 건강한 음식을 먹으라고 독려하는 것은 또다른 자유와 도덕의 착취로 이어져서 결국엔 다시 자본의 논리에 포섭될 위험이 있다.


뿐만 아니라 인간과 인간이 연결되고 인간과 자연 생태계가 연결되고 관계가 순환하고, 개인주의라는 이름 아래 고립되는 낙오자가 발생되지 않는 좋은 공동체의 삶, 참다운 삶을 되찾아야 한다. 그렇지 못한다면 그저 벌거벗은 생명 연장에 대한 집착과 건강 숭배, 생명 우상화만을 초래할 뿐이다.


따라서 "더 오래 죽지 않고 숨이 붙어있도록 하기 위해 스스로가 좋은 것을 선택해야 한다"는 개인으로의 책임 전가와 생명 정치를 멈추어야 한다. 불로장생을 위한 개인의 책임을 강조하기 보다 사회가 전체적으로 건강하고 참된 좋은 삶을 살 수 있도록 생명 존중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 단지 인간의 생명 뿐만 아니라 생산되는 과정에서 희생되는 생명 또한 존중해야 한다.


앞으로 개개인의 선택을 존중하되, 구성원들의 생명을 수단이나 담보로 삼아 위협하는 사회 구조를 무너뜨려야 한다. 의식주가 맥도날드화 되고 상품화 되고 마케팅의 대상이 된 자본주의 사회에서 진짜 자유는 존재할 수 없다. 단지 시장이 늘어놓은 선별된 정보와 상품 중에 고르면서 자유롭다는 느낌만을 받을 뿐이다.


이러한 사회 전체적인 흐름, 자본과 결탁한 기술 및 국가의 공조를 은폐한 채 질병의 원인이 개인의 책임에 있다고 말하는 것은 감히 폭력이다.


모든 것이 스스로의 책임으로 전가되는 신자유주의 시대는 생명을 존중하고, 병든 몸을 이해하고, 신체 다양성을 이해하는 대신 스스로의 몸을 감시와 통제, 관리의 대상으로 삼지 않았다며 낙인을 찍는다. 시대가 선사하는 사회적 낙인은 스스로를 수치스럽게 여기도록 만들고 자기 혐오를 기제삼아 자신의 몸을 학대하거나 착취하도록 만든다.


건강이 걱정되니 네 몸을 관리하라고 떠드는 소음 공해 속에 자신을 저주하도록 만든다. 자기 혐오를 근간으로 건강 마케팅을 펼치는 다이어트 산업과 미용 산업의 피해자가 속출하는 지금의 현상이 이를 대변한다.



마케팅의 흐름에 휩쓸리지 않고, 인간성이 발현되는 건전하고 건강한 작은 공동체의 삶. 구성원 간의 고립이 없는 상호 돌봄과 생명 존중이 우선시 되는 삶을 발견하고 모색하기 위해 나아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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