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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 Apr 06. 2023

화(和)의 음식, 쌀

한국인이여, 쌀을 드시라

요즘은 티비를 틀면 쌀밥 먹기를 꺼려하는 사람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워낙 바쁘다 보니 정갈한 집밥을 차려먹을 시간이 부족한 것도 있거니와, 쌀밥에 대한 공포 역시도 한 몫 한다. 다이어트를 할 때도 무조건 밥을 줄이라고 이야기를 한다. 어느 순간부터 쌀밥이 비만과 질병의 주범이라는 둥 소리쳐대는 저탄고지 마케팅이 사람들로 하여금 쌀밥을 먹으면 큰일 날 것만 같다는 공포를 느끼게 만들었다. 수천 년 동안 전 세계 등지에서 주식으로 먹어왔던 인류의 식량이 기피 대상으로 자리 잡은 우스꽝스러운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다.










1. 쌀, 먹어서 문제가 아니라 안 먹어서 문제


하지만 과연 사람들이 우려하는 것이 진실일까?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쌀은 절대 비만의 주범이 될 수 없다. 만약 쌀을 먹어서 비만해진다고 하면, 전 세계에서 쌀을 주식으로 먹어 온 아시아인이 미국인보다 뚱뚱해야 맞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알 수 있다.


전통적인 쌀밥 위주의 식사를 해온 아시아 인종은 육류를 중심으로 섭취하는 미국인보다 비만하지 않다. 직관적으로 생각해 보면 바로 알 수 있는 사실인데, 대부분 이를 간과하고 있는 듯하다. 만약 쌀을 먹어서 병이 들고 살이 찐다면 인류는 그토록 오랜 시간 동안 쌀을 먹고 생존할 수 없었을 것이다. 아시아인은 수천 년 동안 육류가 아니라 쌀을 먹고 생존해 온 인종이다.



뿐만 아니라 세계 장수마을의 식사 구성을 보면, 쌀(혹은 통곡식)과 채소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육류가 차지하는 비중은 현저히 낮다. 대표적으로 오키나와의 식사를 보면 대부분이 채소, 과일, 통곡식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육류는 1~2%, 섬나라 특성상 해산물이 약간 들어가는 정도이다. 또 다른 장수촌인 그리스의 크레타 섬 역시도 식사에서 육류의 비율이 아주 적고, 통곡물 빵과 과일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채소와 쌀밥을 중심으로 한 소박한 식탁이 오키나와 사람들을 장수하게 해 준 건강식이었던 것이다. 그러한 식사 구성은 오늘날 우리가 초라하다 여기는 평범하고 소박한 우리의 전통 한식 밥상 구성과도 동일하다. 하지만 이러한 식사 구성은 결코 초라하거나 뒤처진 것이 아니다. 오히려 대대손손 우리의 조상들이 자연이 내어주는 것을 재료 삼아 지은, 지혜가 담긴 현명한 식사 구성이다. 채소 반찬을 곁들인 쌀밥 중심의 한식이 우리가 살고 있는 한반도의 환경과 하나 되는 식단으로, 가장 한국인에게 정서적, 신체적으로 잘 맞는 식사이다.


나트륨이 많고, 탄수화물 구성이 어떻고, 단백질이 몇 그램이고 하는 둥의 분석은 오로지 서양의 시선에서 본 분리의 사상이다. 서구 영양학적 관점에서는 모든 인류가 똑같은 채소, 똑같은 고기, 똑같은 양의 나트륨을 똑같이 섭취해야 한다고 보지만 사실상 그건 말도 안 되는 관점이다. 모든 사람들이 살고 있는 지역의 식생과 환경, 토양의 질과 역사가 다른데 이러한 다양성을 고려하지 못한 일방적인 관점에서 짜인 전체주의적 사고에서 나온 분석이다. 


한국인이 한국에서 나지 않는 랍스터, 양고기, 연어, 캐비어를 먹는 게 절대로 잘 먹는 것이 아니다. 토스트에 베이컨, 카페라테로 시작하는 아침식사와 트러플 소스를 얹은 스테이크가 결코 럭셔리 식단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양의 육류로 버무려진 식사를 고급이라 생각하며 선망하는 이유는 한국이 급격한 서구 근대화를 거치면서 서양의 모델을 그대로 답습하는 것이 잘 사는 길이라고 생각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서 경제성장을 이루고 선진국 대열에 들어갔을진 모르겠으나 한국인의 체질과 한반도의 식생, 전통을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적인 서구에 대한 선망은 한국의 의식이 아직도 식민지화 되어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오히려 서구에서는 그동안의 식생활을 돌아보고, 반성하며 동양의 전통적 식사 구성이 얼마나 균형 잡힌 식단인지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추세임에도 한국인들은 여전히 문화사대주의자처럼 서구 식단을 선망하고 있다.


이제는 서구식 육류 식사와 럭셔리에 대한 신화를 버리고 우리의 것이 얼마나 우리에게 잘 맞는 것인지를 되찾을 필요가 있다.









뿐만 아니라 당뇨와 비만은 탄수화물, 즉 당섭취가 원인이 되지 않는다. 혈관은 우리 몸에 필요한 영양분을 곳곳에 공급해 주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혈관 벽에 독이 쌓이면 영양분이 세포에 공급되지 못한다. 또한 우리 몸은 독소를 지방의 형태로 저장한다. 즉, 몸에 지나치게 쌓인 독소와 노폐물이 배설되지 못함으로써 생기는 문제인 것이다. 당이 에너지로 쓰이지 못하고 혈관에 돌아다니다 배출되는 증상과 독소로 인해 몸이 붓는 증상이 당뇨와 비만이다. 둘은 대사 과정에 문제가 있음을 알려주는 증상이지 질병이 아니다.


밥을 안 먹고 고기만 먹었더니 살이 빠진다고 하는데, 당연하다. 밥과 고기를 둘 다 먹다가 하나만 먹으니 당연히 빠질 수밖에 없지 않은가? 같은 이치로 밥만 먹어도 살은 빠진다. 그러나 칼로리 절식을 하고, 쌀밥을 먹지 않는 방법은 평생 지속할 수 없다.


우리 몸의 신진대사에 문제를 일으키는 주범은 독소를 많이 품고 있는 육류이지, 절대로 쌀이 아니다. 오히려 통곡식, 현미는 몸에 쌓인 노폐물을 밖으로 배출해주는 효능을 가지고 있다. 오로지 식이섬유만이 장을 통해 노폐물 배출을 돕는다. 그러나 육류엔 식이섬유가 없다. 육류 섭취가 많을수록 장에서 독이 부패하여 대장암의 위험도 높아지고, 땀에서도 독이 많이 배출되어 악취가 심하게 난다. 어려운 말 필요 없이 동물성 식품 잔뜩 먹고 땀 흘리는 사람들이 바글바글한 헬스장의 고약한 냄새만 맡아도 바로 알 수 있다.




또한 쌀 소비가 줄어들면서 그만큼의 자리를 육류가 대신하게 되었는데, 사람들이 날씬해지긴 커녕 오히려 비만율이 증가하고 있지 않은가. 물론 여러 가지 복합적인 원인이 관여했겠지만 이 역시 영향이 없지는 않다.


심지어 작년 쌀 소비량은 56.7kg인데 반해, 육류 소비량은 58kg으로 주식인 쌀보다 육류의 소비량이 많아졌다. 주식의 소비가 이렇게까지 줄어들게 되면 식량 자급과 식량 주권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식량 주권을 타국에 넘겨주게 될 경우, 전쟁이나 비상사태가 발생했을  자국민들은 꼼짝없이 굶어 죽을 수밖에 없다. 인류를 먹여 살리는 것은 여전히 농민이다. 쌀을 생산하는 농가에도 타격이 가게 되면, 인류의 기반은 무너진다.









2. 쌀, 공생과 평화의 상징


쌀은 아시아 문화권에서 아주 중요한 요소이다. 평화(平和)라는 단어를 보자. 모두가 쌀을 나눠먹는다는 뜻의 글자로 이루어져 있다. 쌀의 고른 분배가 평화를 상징할 만큼 우리 문화권에 있어 쌀은 큰 의미를 가진다.



뿐만 아니라 쌀을 먹는 것은 정말로 모두가 양질의 식량을 고루 분배받을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1ha당 연간 인구 부양능력이 가장 많은 작물은 고구마로 25.1명이고 이어 쌀 20.4명, 옥수수 13명, 사과 8.6명, 배추 7명 순이었다. 그러나 사료 옥수수를 재배해 돼지고기를 생산할 경우에는 1.2명, 쇠고기로 소비할 경우에는 0.3명 밖에 부양할 수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 <표>
출처 : 농수축산신문(http://www.aflnews.co.kr)


쌀은 주식 중에서도 밀보다 인구 부양력이 높고, 고구마 다음으로 인구 부양력이 높다. 그 위의 그래프에서도 볼 수 있듯이 단위 면적당 인구 부양력이 돼지의 20배, 소의 60배에 달한다. 육류를 먹을 때보다 훨씬 적은 면적으로 더 많은 사람들을 먹여 살릴 수 있는 것이다. 쌀을 먹으면 토지를 훨씬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으며 증가하는 인구 추세에도 육류를 소비하는 것보다 더 합리적인 일이다.




또한 세계의 기아와 빈곤의 원인은 육류 소비이기도 하다.


전 세계 곡물 생산량은 작년 기준 2,773.8백만 톤으로 전 세계 80억 인구가 매일 밥 10 공기를 먹을 수 있을 만큼의 양이다. 그러나 이 중 30%는 가축의 사료로 사용되느라 인간에게 분배되지 못하고 있다. 곡물을 가축에게 먹이고 그 가축을 잡아먹는 것보다 직접 인간이 곡물을 먹을 때 투입되는 에너지 대비 얻을 수 있는 열량으로 따졌을 때 훨씬 더 효율적이다.



소에게 투입한 곡식을 살코기로 전환하려면 많은 양의 수자원과 사료, 곡식을 필요로 한다. 또한 대부분의 사료는 GMO농산물로 생물다양성을 해치고 대량생산으로 인한 토지 황폐화에 기여하는 주범이기도 하다. 소고기 1인분은 곡식 20인분과도 맞먹으며, 노동력과 토지는 곡식의 7배를 필요로 한다. 쌀을 먹으면 자원, 에너지, 노동력을 덜 쓰고 더 많은 사람에게 식량을 분배할 수 있다.








사실 이렇게까지 시시콜콜 따져볼 것도 없이 아시아인은 수천 년간 벼농사를 지으며 쌀을 먹고 생존해 왔다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쌀을 기피할 이유가 전혀 없다. 우리는 고기와 유제품을 먹은 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곡식을 먹어온 수천 년의 역사를 가진 사람들이다. 방송과 결탁한 육류업계, 닭가슴살 업체, 다이어트 업계 등 산업과 돈에 속아 건강도 식량도 잃고 다 같이 굶어야 하는 미래를 택할 것인지 아니면 잠시 잊었던 자명한 사실을 되새김으로써 모두가 함께 양질의 식량을 나누어 먹는 평화로운 미래를 택할 것인지는 내 손에 달린 문제다.


오늘부터는 우리 모두 쌀과 친해져 보는 것이 어떨까? 인스턴트 컵라면대신 조금 부지런을 떨어 도시락을 싸보고, 외식을 하더라도 치킨집, 갈빗집 대신 한식 백반을 먹어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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