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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 Dec 31. 2023

그래서 홀로 서기로 했다

돌입! 프로젝트 -자연의 자유

1. 잠깐, 이게 맞나?

취업 거부생이라고 당당하게 글까지 써재낀 주제에 최근 2주 동안 여기 저기 이력서를 작성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말은 그렇게 해도 누가 한국인 아니랄까봐 한 순간도 놀거나 쉬는 것을 스스로 용납할 수 없었던 모양이다.


백수같이 있기엔 죄책감이 들었고, 당장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을 실천하기엔 용기가 부족했다. 시의적절하지 않다, 준비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미뤘다. 일단 환경 단체에라도 들어가는 게 더 쉬운 길 같아 보였다. 그러니까, 진짜 난이도가 쉽다기 보다 하던대로의 길이라 큰 용기가 필요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그런데 이력서를 쓰고, 면접을 보고, 떨어져도 보면서 느낀 점이 있었다.


나 왜 이렇게까지 조급해하지?

무엇이 나를 불안하게 만드는 거지?

왜 내가 나를 끊임없이 "증명"하면서 살아야 하지?


결국 NGO 단체니 환경운동이니 활동가니 뭐니 해도 보통의 직장과 다를 바가 없었다. 내가 얼마나 인권, 기후, 생태 문제에 진심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들의 관심사는 오직 '이 사람이 이 직무에 어울리는 사람인가'였다.  아무리 환경에 진심이라 해도 마케팅 경력이 없고 포트폴리오가 없고 얌전히 조직 내규에 따라 주어진 업무를 하기에 적절치 않다고 판단되면 가차없이 나가리였다. 글을 썼다고 해도 글은 컨텐츠 제작으로 쳐 주지도 않는 분위기였다.


자연과 인권을 위해 운동한다는 사람들이 결국 인간을 본인들 조직의 입맛에 맞는 부품으로 취급하는 건 여타 회사들과 매한가지였다. 어처구니가 없었다. 아니, 어떻게 공익을 추구하는 단체가 본인들의 비전과 어울리는 사람보다도 맡은 일 잘 할 사람 뽑기에 혈안이 되어있는 거지. 게다가 자꾸 "경력"이나 "자격"으로 내 존재와 쓸모를 "증명"하길 요구한다. 내가 할 수 있는 게 많음에도 불구하고 직무와 관련된 경력이 없거나 자격증이 없으면 볼 것도 없이 아웃이다. 예컨대 이런 사회에선 20년을 주부로 산 우리 엄마도 누구보다 훌륭한 요리사지만 조리사 자격증이 없다는 이유로 요리 실력을 증명할 수 없는 셈이 된다.


나는 이렇게 스스로의 존재를 끝없이 증명해야 하는 일에 지쳤다. 사는 데에 뭔 놈의 자격이 이렇게 많이 필요한 거냐고. 환경 운동을 하고 싶어도 조직이 원하는 직무에 맞춰서 컴퓨터 사무를 볼 자격이 안되면 탈락이다. 환경이니 인권이니 떠들지만 결국 도시에서 버는 만큼 소비하며 살아야 한다. 월급날을 기다리는 응석받이가 된다. 조직의 요구와 비위에 맞춰야 한다. 이력서와 자소서는 연기 투성이다. 내가 진짜 나로 존재할 수 없다. 잘 보이기 위해 마음에도 없는 말을 꾸며 쓴다. 이게 말이나 되나. 애초에 그런 인생, 나도 사양이지만 말이다.


나는 몸으로 하는 개똥철학이 하고 싶다. 현장에서 발로 뛰는 연구를 하고 싶다. 손과 발을 움직여서 멸종에 저항하고 싶다. 모순 없이 살고 싶다. 가면을 쓰지 않고도 안전하고 싶다. 진짜 나로 살고 싶다. 나답게 하고 싶다. 한 가지 목적을 위해 고용되고 싶지 않다.






2. 소개합니다, 자연의 자유 프로젝트

그런 열망으로 두어 달 전 기획했던 프로젝트가 있다. 이른바 "자연의 자유" 프로젝트다.


자연의 자유- https://freeofnature.creatorlink.net/

자연의 자유 홈페이지.


자연의 자유 프로젝트는 생태 아나키즘 프로젝트다. 궁극적으로 모든 생명체가 저마다의 고유한 가치를 존중받고, 인정받으며 살아갈 수 있는 공생의 지구를 표방한다. 그 어떠한 생명체도 스스로의 자유를 억압받지 않는다. 여기서 억압이란 우열이나 위계질서에 따라 열등함으로 규정되는 약자가 타자로부터 지배나 착취를 당하는 것을 의미한다.


생태 아나키즘의 사회에선 인간 역시도 애쓰며 살아갈 필요가 없다. 전문적이지 않아도 괜찮고, 아마추어같아도 괜찮다. 자격으로 증명하지 않아도 괜찮다. 경쟁력을 가지려고 남과 비교하지 않아도 괜찮다. 흘러가는대로 살아도 상관 없다. 추구하는 바는 무위자연이다.


자연의 자유 프로젝트는 많은 것을 아우른다. 생태 문제, 인권 문제, 사회 문제, 기후 문제... 모든 것이 서로 무관하지 않음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많은 공익적 단체들이 있지만 전체론적인 관점을 가지고 활동하는 단체는 거의 없어 아쉬웠다. 그런 점을 스스로 보완해 보고자 했다.


홈페이지는 아직 공사 중에 있다. 향후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할 것인지 소개 페이지를 추가할 예정이다.


현재 기획하고 있는 것들은 다음과 같다.


-대안경제(선물gift경제)실험 "파도-ㅇ"

-대안 로컬 밥상 운동 "풀내음"

-아나키즘 공동체 살이 "물빛숲"

-지속가능 먹거리 자립농 "열;음"

-자연치유/예방 의학 프로그램 "무연"

-웹 매거진 "별의 노래"

-심층생태적 감수성 애니미즘 회복 프로그램 "살리움"



인류 역사가 활자 중심의 기록으로 남게 된 이후 지워지게 된 여성의 이야기, 여성의 역사, 가부장제 이전 모계제 사회 연구도 진행해 보고 싶다.



이 홀로서기 프로젝트는 꼭 도시가 아니더라도 할 수 있다. 사무실은 필요하지 않다. 삶이 곧 실험과 프로젝트의 연속일 것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멸종하지 않았던 나무늘보를 본받기 위해, 프로젝트 "자연의 자유" 돌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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