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무를 좋아한다. 자기에게 주어진 환경에 뿌리를 내려 주어진 삶의 환경에 부지런히 자리 잡고, 하늘을 보면서 계속 성장하는 나무가 좋다. 나무가 스스로 성장하는 이러한 행위가 자연스럽게 우리에게 맑은 공기를 주고, 자신의 몸에 나오는 것은 하나 버릴 것 없이 온전히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것도 좋다. 나무는 가장 가까운 곳에서 언제나 우리에게 자연의 에너지를 전달해 주어 항상 볼 때마다 고마움을 느끼게 해주는 존재다.
우리는 작게는 가족부터, 직장, 사회, 세계, 자연이라는 커다란 범주와 관계를 맺고 있다. 예전에는 이 모든 관계에 대해서, 지금까지는‘ 내’가 없었기 때문에 주체적으로 그 관계를 맺기가 어려웠고, 다른 사람의 의견에 사회의 관념에, 자연의 변화를 그냥 받아들이기만 했다. 내가 스스로 나를 세우고 나니, 이 모든 관계들 속에 나의 위치를 알게 되고, 내가 주체적으로 맺어야 될 관계를 생각하게 되었다.
자연의 한가운데에 있는 사람은, 그만의 감각을 지니고 사는 사람은 어두운 우울함에 빠지지 않는다. 내가 계절을 친구 삼아 즐길 때, 그 어떤 것도 나에게 삶을 짐으로 만들 수 없다는 것을 느꼈다.
<월든>을 읽으면서 감탄했다. 세속에서 멀어지자마자 쓴 신랄한 앞부분과는 달리, 자연에 흠뻑 동화되어 있는 뒷부분으로 갈수록 자연과 동화되는 소로우의 모습이 세세하게 그려졌다. 이 책을 읽고 난 뒤 에는 지나가는 새도, 지는 노을도, 싫어하던 비에도 감사함을 느끼게 되었다. 자연은 무상으로 나를 위해 언제나 존재하는 선물이다. 내가 바로 서 있고, 내가 바라는 나의 모습이 명확하면 내 주변의 모든 것 에서부터 ‘나’를 발견할 수 있다. 우리는 결국 커다란 우주의 관점에 서 볼 때, 지금 이 순간을 구성하고 있는 자연의 일부이며, 모두 같은 본질로서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미 봄이 왔는데 우리는 겨울 안에서 헤매고 있다. 기분 좋은 봄날 아침에 인간은 모든 죄를 용서받는다. 그런 태양이 비치는 동안 가장 사악한 죄인도 돌아올 수 있다. 우리가 순수함을 되찾으면 우리 이웃의 순수함도 볼 수 있게 된다.
1년간의 새벽 독서와 토론을 통해서 나는 나 자신을 비롯한 내 주변의 모든 범주에서 건강한 관계를 맺기 시작했다. ‘나’없이 그토록 공허했었는데 이제는 ‘나’로써 존재하며 ‘나’를 위한 관계로 주변을 변화시키고 있다. 특히, 코칭을 통해서 ‘미래의 나’를 만나고, 되고자 하는 나를 만나면서 내 삶을 온전하게 주도적으로 사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 이제는 나 스스로를 성장시켜서, 누군가를 성장시키고 싶어서 셀프 코칭에서 나아가 타인을 위한 코칭을 하고 있다.
우리는 걸어 다니는 고문서이다. 그 문서에는 조상들의 지혜가 기록되어 있다. 우리의 몸과 마음은 선조들이 힘겹게 쟁취한, 살아있는 기념비이다. 인간의 눈, 두뇌, 본능은 과거에 축적된 경험의 결실이며, 자연선택에서 이겨낸 승리가 물려준 유산이다. 그리고 이런 생물학적 유산은 새로운 유산을 건설할 수 있게 했다. 그 유산은 여러 세대 동안 이룩한 집단적 재능인 문화의 성취이다. 그리고 그 문화의 일부는 과학이다.
이일하 교수는 <생물학산책>에서 만물에 있어 원자의 수준에서는 무생물과 생물이 같고, 분자 수준에 서 인간과 침팬지, 쥐가 큰 차이가 없다 진화론적 관점에서 우리의 의식도 당연히 동물에서부터 나왔다. 우리의 행동의 90%는 무의식의 작용이다. 그리고 우리의 의식, 이기심과 자기애, 삶에 집착하는 것이나 죽음을 두려워하는 것 역시 모두 DNA가 만들어낸 신기루라는 것을 직시하면 오히려 자유를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나라고 생각했던 나의 자아가 결국은 유전자에 의해, 수만 년 전부 터 이어져 내려온 DNA의 작용이라는 생각을 하니 조금 허탈하기도 했지만 지금까지 나라는 틀에 가두었던 생각에서 오히려 자유로워지는 듯했다. 우리 모두가 결국은 진화라는 거대한 원칙 아래에서 내가 받은 유전자를 다음 세대로 물려주는 매개체의 하나일 뿐이라는 사실은, 나의 작고 작은 자아를 해체하여 좀 더 큰 세상의 관점에서 나를 바라볼 수 있게 해 주었다.
생물학은 특별합니다. 탐구의 주체가 바로 탐구의 대상이기도 하거든요. 따라서 탐구의 종착점이 바로 출발점이 됩니다. 우리가 다시 만나게 될 마지막 광장은 ‘나’의 궁극적 정체성이 될 것입니다. 절대적이고 유일하며 선택된 ‘나’가 아닌, 진화의 산물인 무수한 생명체들 중 하 나에 지나지 않는 정직하고 평범한 ‘나’ 말이지요. ‘나’의 평범함을 알게 되면 ‘나’는 자연으로부터 분리시킬 수 없고 자연과 하나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지요. ‘나’의 특이함이란 그저 하나의 ‘관찰자’라고 하는 점일 뿐입니다. 우리는 자신의 외형과 내면을 더욱 상세히 이해하며, 마침내 자연과 사회, 자신의 존재 조건을 전 방위적으로 이해하게 될 것입니다.
나는 나무처럼 살고 싶다. 나무의 낙엽이 딱 자신의 크기만큼 땅에 떨어져 땅에 보탬이 되듯 나 역시 나무를 닮고 싶다. 딱 나의 크기만큼 세상에 보탬이 된 후 사라지는 나이고 싶다. 나는 온전히 나로서 살며 나로서 쓰이고 나로서 이 세상에 보탬이 되는 나이고 싶다. 이러한 나를 위해 온 우주가 존재하며, 나는 그만큼 위대한, 사랑받을 존재인 것이다.
1년 간의 새벽 독서는 지금도 여전히 진행 중이고, 아마 평생 하지 않을까 싶다. 이제 프로 코치로서 나 역시 나의 독서모임을 만들고 나의 경험을 누군가에게 전하고 또 그 누군가는 또 다른 누군가에게 전하고... 이렇게 우리는 거창하게는 플랫폼으로,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성장의 문화를 만들어 가는 주인공으로.. 우리의 독서는 평생의 배움으로 이어질 듯하다. 나에게 독서와 꾸준함의 힘을 느끼게 해 주신 김주원 교수님과 우리 독서모임 멤버들에게 감사를 전한다. (지담북살롱: https://cafe.naver.com/joowonw)
인용
월든, 헨리 데이비드 소로, 강승영 역, 2011, 은행나무
헬레나 크로닌, 이일하 교수의 생물학산책, 이일하, 2014, 궁리
이일하 교수의 생물학산책, 이일하, 2014, 궁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