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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상여행가 Sep 06. 2023

다르게 질문하기

3세 아이와의 대화


평소처럼 주하와 어린이집을 나오는데, 주하가 유독 기분이 좋아 보인다. 그렇지만 매번 ‘어린이집은 재밌었냐'는 질문에는 단답형으로 끝내고 마는 주하.. 오늘은 조금 다르게 질문해 보기로 했다. 


 "주하야, 오늘 엄마는 하루종일 사무실에서 일하느라 재미가 없었어. 주하는 어땠어?"
 "주하는 재밌었어"

 "우와.. 주하는 어떻게 재미있게 놀았어??" 


다시 주하는 창밖을 넌지시 바라보며 그 특유의 생각에 잠기는 얼굴 표정을 짓는다. 백미러로 주하를 다시 한번 힐끔거리다가 눈이 마주치자 다시 물어본다. 


"아~ 날씨가 너무 좋다. 엄마는 오늘 바깥에도 못 나가고 사무실에만 있었는데."

"그럼, 우리 놀러 갈까??"

"그래! 그럼 어디로 갈까?"

 "응, 놀이터 가자!"


주하와 대화가 주로 이뤄지는 곳이 등하원하는 차 안이라서, 눈을 마주치고 표현을 하기가 쉽지 않아서 항상 단답형인 “응,” 아니면 “싫어"로 끝나거나, 아예 대답을 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나는 주하에게 질문을 많이 하는데, 생각해 보면 모두 내 위주로, 내가 궁금한 것들에 대한 닫힌 질문들을 던졌고, 이런 질문들은 당연히 주하에게는 대답하고 싶은 흥미가 느껴지지 않았을 것이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 었다. 


“주하야, 오늘 재밌었어?” 

“주하야, 오늘 어린이집 밥은 맛있었어? 점심에는 뭐가 나왔어?”

“주하야, 오늘 선생님 말씀은 잘 들었어?”


정말 무서운 학습의 힘이다.  내가 엄마에게 들었던 질문들을 그대로 주하에게 하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그것도 정말 관심과 사랑이 담긴 눈빛은커녕, 운전하는 차 안에서 말이다! 나의 고정관념에 의한 무의식적인 행동이 주하의 중요한 시기를 망칠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섬뜩해졌다. 4세(24개월 ~ 36개월)는 긍정적인 자아를 형성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시기이다. 이 시기에는 아이의 감정을 존중하고, 아이에게 적절하게 반응해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아이가 갓난아이였을 때는 아이의 울음의 원인을 찾아서 그때그때 해결해 주면서 반응하기 때문에 몸은 힘들지만, 정신은 편안했다. (아니 어쩌면 생각할 시간조차 없었기 때문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생후 6개월부터 아이들은 부모의 목소리, 표정, 환경을 통해서 정서를 분별할 수 있게 된다고 한다. 이때부터 우리는 우리의 의식적, 무의식적 표정 하나가 아이의 정서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부모인 나부터 긍정적인 표정과 태도로 아이에게 반응해 줘야 한다. 


만 3세 이전은 일생 동안 뇌의 신경세포 회로가 가장 활발하게 발달되는 시기로 그중에서도 감정의 뇌(변연계)가 일생 중 가장 예민하게 발달한다고 한다.  정서적 안정을 통한 변연계의 발달은 후일의 정서 장애를 예방하는 것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학습을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 학습과 주의 집중 및 자기 조절에 영향을 미치는 전두엽은 변연계가 활성화되지 않으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만 3세 이전까지는 무조건 아이의 감정과 정서에만 집중하고, 스스로 어떤 태도로 아이를 대하고 있는지, 의식적으로 행동하면서 점차 무의식적인 행동으로까지 만들어나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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