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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상여행가 Nov 30. 2023

나는 감각적인 여자

욕망노트 05

정숙해 보이지만 놀 땐 노는 여자 

이때다 싶으면 묶었던 머리 푸는 여자 

가렸지만 웬만한 노출보다 야한 여자 그런 감. 각. 적. 인 여자 


전 세계인을 말춤 추게 만들었던 싸이(PSY)의 강남스타일에 등장하는 감각적인 여자,

그런 여자가 되고 싶다. 


잘 놀고 싶냐고? 그것도 맞다. 나는 매일 놀면서 살고 싶다. 일을 하는 것이 노는 것처럼 즐겁고, 아이와 잘 놀 줄 아는 엄마가 되고 싶고, 글을 쓰는 것도 노는 것인 그런 경지까지 가고 싶다. 지금 내가 하는 일에 있어서는 일정 부분에서 내가 놀 수 있는 부분이 생겼다 (지금 하는 일에 대해서는 나중에 또 하나의 브런치북이 나올 정도로 이야기가 많으니 나중에) 결론부터 말하면, 잘하게 되면, 여유라는 공간이 생기고, 그 공간에서 놀 수 있게 된다. 그게 뭐가 됐든 말이다. 


다시 감각적인 여자로 돌아가 보자. 감각은 우리가 알고 있는 오감을 말한다. 시각, 청각, 후각, 촉각, 미각 그리고 과학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육감(sixth sense)까지 포함해서 우리는 감각이라고 알고 있다. 우리는 이런 감각을 매일 사용한다. 하지만, 의식적으로 사용하기보다는 무의식적으로 이러한 감각들을 사용한다. '지금은 내가 청각에 조금 더 집중해 볼까'라고 생각해서 사용하는 게 아니고, 예쁜 여자가가 지나가면 나도 모르게 눈이 가고, 누군가가 내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이 느껴지면 나도 모르게 귀 기울이게 되는 것과 같은 형태로 작동한다. 감각이란 본능에 가까운 것이다. 


이렇게 감각이 작동하고 나면, 우리에게는 곧바로 감정이 느껴진다. 귀 기울여 들었더니 누군가 내 욕을 하고 있었다면 화가 나거나 억울한 감정이 올라올 것이다. 그러고 나서 우리는 이성이라는 것을 사용해서, 그 사람에게 가서 오해를 풀어줄 방법을 생각하게 되고, 실제 그 행동을 하게 되는 것이다. 결국, 우리가 어떤 행동을 하게 만들어 주는 것에 있어서의 첫 관문이 바로 이 '감각'이라는 것이다. 물론, 감정이 생겼을 때 바로 행동으로 옮겨버리는 (이성적인 사고 과정을 삭제한) 그런 사람도 많지만. 


다시 감각적인 여자로 돌아가보자. 결국 감각적인 여자는 누군가를 행동하게 만들어 주는 여자다. 나의 오감을 자극해서,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끼게 하고, 이성적으로 생각해 봐도 사랑할 수밖에 없는 그런 여자이기 때문에, 내가 다가갈 수밖에 없게 만드는 그런 여자말이다. 누군가의 오감을 자극하려면, 스스로 그 오감을 아주 잘 알아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한 사람을 넘어서 더 많은 사람들을 행동하게 만들어 주는 사람을 우리는 전문가라고 말한다. 남들이 보지 못하는 빛의 질감을 포착해 그림으로 표현하는 화가부터, 시각부터 청각과 후각까지 자극하는 공감각 마케팅을 구사하여 브랜드의 정체성을 알리려는 마케터까지. 전문가라는 경지까지 가는 사람들은 분명 이런 감각을 남들보다 민감하게 느끼는 사람들이다. 


어제 회사에서 8K 영상을 납품해야 하는 업무를 가진 팀원이 시청회를 열었다.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조건에 영상은 다 맞췄는데, 이번에는 사운드가 문제라고 일반귀를 가진 팀원들까지도 회의실로 소집한 것이다. 내 귀에도 차이가 느껴지긴 했는데, 전문가인 음향감독의 귀에는 여러 가지 소리들이 한꺼번에 나뉘어서 들리는 것 같았다. 마치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지휘자와 같은 청각으로 케이팝 공연 영상을 평가하는 것을 들으면서, 나는 오늘 이 글의 소재를 발견했다. 오랜만에 들었던 싸이의 공연 영상 속의 감. 각. 적. 인 여자가 계속 귀를 맴돌았던 것도 한몫했고. 


어떤 일이든 잘하게 되면, 우리에게는 여유가 생긴다. 그 여유라는 공간 안에서 놀 수 있는 부분이 생기는데, 그 '놀 수 있는 부분'이란 게 남들에게 '저 사람은 다르다'라는 인식을 갖게 해주는 것 같다. 잘한다는 것은 어떤 일이든 이성적으로 판단했을 때 기본을 해낸 것이고 (사실은 이것도 못하는 사람이 허다하다) 여기에서 더 아가서, 감각과 그에 따르는 감정까지 건드릴 수 있는 사람에게 우리는 좀 다르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글을 좀 다르게 쓰고 싶다면, 그 기본이 되는 부분 (맞춤법부터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까지)은 지속적으로 연마하면서, 글을 읽는 사람의 감각을 반응하게 하는 글을 쓰는 것이다. 그리고 감정을 자극시키고, 이성을 거쳐 행동까지 이어지게 만들어 주는 글을 쓴다면, 그럼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의 역할을 다 한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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