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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상여행가 Dec 05. 2023

상호독립을 꿈꾸는 Future Family

욕망노트 06

치앙마이에 도착한 지 이틀째. 

앞으로 한 달 동안 이곳에서 세 가족이 산다는 게 아직은 실감 나지 않는다. 

3살 아이를 포함해서 세 가족이 다 같이 한달살이를 결심하고 나서, 정말 이상하게 일이 그렇게 흘러갔다. 

덕분에 비행기 출발 당일 하루 전날까지도 남편도 나도 힘든 스케줄을 보내고 왔지만. (한달살이를 오면서 숙소를 이틀 전에, 짐을 하루 전에 싸는 가족은 우리 밖에 없지 않을까 ㅎㅎ)


생각해 보니 육아휴직 이후로 이렇게 온 가족이 같이 이렇게 하루종일을 붙어 있는 게 처음인 것 같다. 

"엄마, 어린이집은 진짜 안 가도 돼? 내일도, 내일도, 또 내일도??"라고 묻는 아이에게

"응, 우리 열 밤은 자고 집에 돌아갈 거야." (아직 아이에게 숫자 십이 가장 많은 숫자다)라고 말해주니 신난다며 꺄르륵 웃는다. 아침에 출근하면서 9시쯤 아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고, 7시쯤 하원을 하니까 거의 하루에 10시간가량을 어린이집에서 보내는 아이에게는 이렇게 부모님과 종일 보내는 시간이 필요했겠지. 안쓰럽기도 하면서, 이런 시간이 주어졌음에 감사함이 가득 차오른다. 


이번 한달살이의 목적을 한 마디로 정의하면, 'Vivid Future Family'를 함께 그리는 것이다. 지금까지 일 년 동안 퓨처셀프를 그렸다면, 이제는 퓨처패밀리를 그려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아이가 태어나고 나서, 3년 동안 남편과의 대화가 너무 부족했기도 했고, 고생한 우리에게 주는 선물 같은 한 달 동안 충분히 서로의 삶과 꿈에 대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시간이기를 바라지만, 한편으론 대화가 거의 없었던 남편과 서로 (논쟁 없이) 이런 이상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을지 걱정되었다. 지난주 코칭은 이를 주제로 코치*님과 대화를 시작했다.


"이번 여행에서는 퓨처패밀리를 생생하게 그려오고 싶어요. 그런데 남편과 대화가 잘 될지 모르겠어요." 

"어떤 부분을 걱정하시는 걸까요?"

"남편이 여전히 제가 꿈꾸는 방향성에 대해 계속 믿어주지 않는 것 같아요. 아니, 어느 정도는 믿어주는 것 같은데, 딱히 지지해 주는 것 같지는 않아요. 그래서 서로 미래에 대한 대화가 잘 될지 모르겠어요." 

"사랑하는 것과 지지해 주는 것 그리고 함께하는 것은 다를 수 있어요. 우리는 서로 사랑하는 사람이지만, 서로의 모든 것을 지지해 줄 수 없고, 그리고 함께하지 못하는 것도 있을 수 있어요." 

"아..."

"부부지만 모든 것을 함께할 수 없을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나면, 관계를 좀 더 유연하게 가져갈 수 있어요. 함께할 수 없다는 것이 서로 사랑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말이죠. 각자의 영역에서는 독립적으로 함께하지 않을 자유를 존중해 주되, 교집합의 부분에 대한 방향성은 서로 합의한 대로 지켜주는 것으로 말이에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만, 남편과 대화다운 대화를 하면 항상 만족스럽지 않은 것 같아요. 저랑 성향이 너무 다르기도 하고, 아예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라는 생각까지 들 때도 있어요."

"먼저 이해하고, 이해시켜라! 는 원리를 잊지 마세요. 남편에 대해 얼마나 이해하고 계신가요? 남편에게 인정해 줘야 할 부분이 있으신가요?..(중략).. 네, 그런 부분들을 먼저 인정해 주고, 진심을 담아서 전달하셔야 하는 것 잊지 마시고요! 정말 충분히 이야기하고 난 이후에, 그다음에 이해받기를 원하는 부분을 전달해 보시는 거예요. 잘하실 수 있겠죠?" 

"네, 코치님!! 조금 낯간지러울 거 같긴 한데요...ㅎㅎ 이번 여행에서 꼭 한 번 해볼게요!" 


내가 이해받고 싶은 만큼, 나도 상대방을 이해하고 있는지를 스스로 먼저 질문해 본다. 분명 그가 잘하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충분하게 인정해 주고, 그의 입장에서 우리 가족을 바라보고, 또 나에게 바라는 바를 먼저 생각해 보는 것. 역지사지가 가장 어렵다지만, 내 가족을 위해서니까. 이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것 같으면서도, 또 가장 멀게 느껴지기도 하는 부부관계. 남편과는 6년을 연애했고, 7년째 결혼생활을 보내고 있으니 벌써 13년 차를 함께하고 있는데도 여전히 맞춰지지 않은 부분들도 많고, 이해할 수 없는 부분도 많다. 하지만, 수 백번(그 정도는 족히 될 것이다) 정도의 다툼을 겪고 난 지금은, 서로 적어도 지켜야 하는 선에 대해서는 알고 있다. 이 정도의 상한선은 보통의 부부라면 다들 서로 알게 모르게 살다 보면 만들어지는 것 같은데, 여기에서 조금 더 나아가서 서로가 원하는 삶의 방향성에 대해서도 맞춰가길 원하게 되면 조금 어려워진다. 


행복은 뭐니 뭐니 해도 상호적인 것으로 몸을 던지지 않고서는 발견하기 어려운 것이다. 결혼이 너로 하여금 사명이나 의무를 잊게 하고 항상 자기만을 보는 것을 방해하고 자신을 개선하지 않는 것이라면 그것은 나쁜 것이다. 결혼이 너에게 쇠사슬, 노예의 신분, 숨 막히는 것으로 느껴진다면 그것은 무의미한 것이다.(중략) 두 개의 날개를 탄 것 같은 무한한 형상이 없는 결혼, 시간적 결혼은 행복을 가져오지 않는다. 그보다는 독립이 낫다. 그것으로 얻어지는 결과는 숨길 수 없는 불쾌감, 후회, 비난, 끝없는 고뇌일 것이다.(중략) 필요한 한 가지 일은 있어야 할 모양으로 있어야 한다는 것. 자기의 사명과 사업을 성취한다는 것이다. 
- 아미엘일기*, P.30-31


내가 나를 보는 것을 방해하고 나를 개선하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것이 결혼이 되지 않도록, 

내 인생을 무의미하게 만드는 것이 결혼이 되지 않도록, 배우자와의 관계를 상호독립적인 관계로 만드는 것. 오늘 코칭을 통해 내린 나름의 방법을 정리해 보면서 마무리한다! 



먼저, 내가 원하는 삶을 명확하게 그린다. 

그리고 상대방의 원하는 삶에 대해 충분히 듣고, 먼저 이해해 본다. 

그러고 나서, 내가 원하는 삶을 상대방에게 전달한다. 이때, 상대방을 먼저 진심으로 인정해 주는 것이 중요!!

마지막으로, 서로의 교집합을 찾아보고, 그렇지 않은 부분에 있어서는 서로 함께 할 수는 없더라도 지지해 줄 수 있는 방법들을 협의한다. 




욕망노트 06. 나는 남편과 상호독립적 관계이다. 







* SSWB-ACT Coching 개발 및 마스터코치 : https://brunch.co.kr/@fd2810bf17474ff#info

* (주)앙리 프레데릭 아미엘, 아미엘일기, 범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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