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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소하고 사사로운 May 04. 2017

서점 냄새

기업에 제안서 발표를 하고 왔는데,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동안 해왔던 것들이 하루 아침에 물거품이 되는 기분.

이럴 때는, 마치 우주의 먼지가 되는 기분이다.

잠깐 자책감과 열등감에 휩싸여, 멘탈도 유리창처럼 와장창창 깨지는 느낌을 받는다.


마음을 달래러, 오랜만에 서점에 갔다.

서점에서 나는 나무 냄새와 잉크 냄새가 좋다.


어디로 가야 할지,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를 때 서점에 가면, 치유 받는 느낌이 든다.

‘책을 읽는 건 생산적이고 좋은 일이야.’라는 생각을 주입시켜준,

공교육 덕분이기도 하겠고, 

‘도저히 무엇을 해야 할지 앞이 보이지 않아’라고 생각 할 때는,

‘책이라도 읽어야, 조금이라도 가치 있는 인간이 될 것 같아’라는

내 오랜 믿음 때문이기도 하겠다.


‘잠깐이라도 온전히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고 싶어’라고 생각하면서,

‘그렇지만, 외로운 건 너무 견디기 힘든 일이야’라고 생각했다.

‘어쩌라는 거니....’라고 스스로 피곤한 성격이라고 생각하면서,

에세이 두 권을 골랐다.


하나는, 황경신의 ‘생각이 나서’

다른 하나는, 이석원의 ‘보통의 존재’


사소하고 쓸데없어 보이는 것들에까지, 의미를 부여하는 사람들 같아 보여서 좋았다.

나 역시 쓸데없이 복잡하고, 별 거에 다 의미를 부여하는 성향의 사람이기 때문에...


그렇지만, 글을 잘 써서 더 사소한 것들도 반짝반짝 빛나게 만들 수 있는 그들이 부럽다.

어렸을 때부터, 에세이를 좋아했다.

‘잠깐이라도 온전히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고 싶어, 그렇지만 외로운 건 너무 견디기 힘든 일이야’라고 생각할 때, 누군가의 에세이를 읽으면 좀 마음이 가다듬어 지고는 했다.


에세이를 읽으면,

누군가의 일상과 삶에 대해서, 듣고 대화 하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그것도, 네 이야기는 무엇이냐고, 너는 어떻게 생각하냐고 굳이 애써 답을 요구 하지 않고서

하는 대화라 마음이 편해진다.


내가 이야기를 나누고 싶을 때만, 짧은 글을 토막 내서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것도 좋다.

너무 많은 말을 요구하거나, 해야 하는 사람과 만나는 게 조금은 부담스러운 계절이다.


서점 냄새 나는 곳에서,

부러, 많은 이야기를 하거나, 설명하지 않아도,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그런 에세이 같은 사람과 있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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