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지 않는 복시의 의외의 좋은 점
중증근무력증의 가장 불편한 증상 중 하나를 꼽아보라면, 역시 복시(사물이 두 개로 보이는 증상)이다.
2월부터 좋아질 것을 기대했지만, 아직까지는 어떤 약을 먹어도 세상은 여전히 두 개로 보인다. 기본적으로 모든 사물이 2개로 겹쳐 보이다 보니, 운전 같은 활동 등을 하기가 쉽지 않다.
또, 강의를 하게 되거나, 내가 강의를 볼 때도 내용이나 사람 얼굴이 제대로 보이지 않아 답답하다. 복시 때문인지 어지럼증과 두통도 어느 정도는 기본적으로 따라오는 듯 하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양안 복시라는 것이다. 양안 복시는 두 눈의 정렬 상태에 문제가 있거나 안구 근육의 신경계 문제로 발생한다. 즉, 한 쪽 눈을 감으면 겹치는 증상이 사라진다. 한 쪽 눈의 시야는 사라지지만 사물의 겹침 문제가 일시적으로 사라지기 때문에 본의 아니게 한 쪽 눈을 계속 감게 된다. 한 쪽 눈을 감는 것은 그것대로 또 불편한 점이 있지만, 어쨌든 순간적으로라도 하나로 볼 수 있다는 게 위안이라면 위안이다.
또 하나, 그나마 다행이자 불행이라면 노트북 정도의 거리는 아직 하나에 가깝게 보인다는 것이다. 아직, 대부분의 사무 일을 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고, 결국 내가 일을 아예 놓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만약, 이 정도 거리에서도 볼 수 없었다면 노트북을 쓴다거나, 책을 본다거나, 글을 쓴다거나 눈에 안대를 끼지 않는 이상 아무 것도 하기 어려웠을 것 같은데 감사할 일이다. 굳이 불편함을 말하지 않는다면 다른 사람들은 내가 어떤 증상을 겪는지 모르는 이유이기도 하다.
복시 증상도 좋은 점이라는 게 도대체 있을까. 얼마 전에 한강에서 불꽃 놀이가 펼쳐질 때, 말은 들었지만 작년보다 상상 이상으로 화려해져서 놀랐다. 올해는 정말 준비를 많이 했구나. 끝나고 생각해보니, 내가 불꽃 마저도 2개로 보였기 때문에 2배 이상은 화려하다고 생각이 들었던 거였다. 알고 나니 어이가 없었지만 웃음이 났다.
나름대로 진짜 좋은 점도 있다. 모든 게 2개로 보이다 보니, 아들도 2명으로 보인다. 한참 가장 예쁘고 귀여울 때, 하나로 보여도 너무 귀여운 존재가 2명으로 보인다. 모두들 지금이 가장 예쁜 때 중의 하나 라며, 지나가고 말테니 지금을 소중히 여기고 즐기라고 한다.
그런 순간에 아들을 하나도 아니고 두 개의 모습으로 볼 수 있는 사람은 얼마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 순간이 무슨 짓을 해도 붙잡을 수 없듯, 나의 불편한 순간들도 지나갈 것이다. 오늘도 아들의 귀여움을 만끽하며, 그렇게 될 것이라 믿고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