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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소하고 사사로운 Oct 07. 2024

가족들도 꾀병이라고 하는 희귀병

함께 분노하고 울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중증 근무력증은 가족도 꾀병이라고 하는 희귀병이라고 했다. 심한 경우가 아니라면 겉으로 봤을 때는 아무런 이상이 없어 보이고, 조금 힘들고 지쳐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인 듯 하다. 실제로 환우들의 방에 들어가 보면, 가장 섭섭하고 서운한 일 중의 하나는 가족들로부터도 인정받지 못하는 일이라고 한다.


꾀병을 부리지 말라고 한다거나, 좀 더 정신력을 발휘하면 된다거나, 운동을 하면 되지 왜 하지 못하냐는 말을 듣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주변 사람들로부터도 마찬가지. 심지어는 의사 선생님께도 그런 감정을 느끼게 되는 순간들이 있는 듯 하다. 아무래도 환자들이 불편한 점이 있거나 힘이 빠지더라도 설명하는 데는 한계가 있고, 사람마다 증상도 다르고, 쉬면 호전되는 부분이 있어서 그런 것 같다.


나도 가끔은 헷갈릴 때가 많이 있다. 더 아프거나 힘든 분들도 많을 텐데, 지금 나 정도의 상태로 글을 써도 되는 걸까. 다른 사람들에게 배려 받는 게 맞을까, 겉으로는 괜찮아 보일텐데 너무 유난 떠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들. 그럴 때마다 몸에 이런저런 데미지가 와서 생각을 고쳐먹게 하지만, 환자와 주변으로부터 이런 생각이 들게 끔 하는 것도 이 병의 힘든 점 중 하나라면 하나 일 듯 하다.




병이 오고 나서 얼마 간은 주변도, 모든 것이 싫었다. 결국, 아픈 것은 나이고, 앞으로도 평생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살아가야 하는 것은 나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는 여전히 운이 좋은 사람이었다. 진심으로 병을 걱정해주고 나를 배려해주는 아내와 가족들이 있었다.


병을 알게 된 순간부터 본인들도 무리가 될 텐 데도 쉴 수 있도록 배려해줬고, 직접 내 병을 찾아봐 주고 쉬는 동안에도 매주 괜찮은지 안부를 물어봐 주고, 책도 보내주는 리더들이 있었다. 지금도 무리하지 않을까 걱정하며 무리하지 못하게 하고, 조금 늦어지더라도 오래 함께 갈 수 있도록 진심으로 걱정해주고 있다.


팀원들도 각자의 방식으로 다들 기다리고 있다고, 늦더라도 잘 나아서 돌아오라고 마음을 전해 준 덕분에 용기를 잃지 않을 수 있었다. 복귀하는 날, 꿈에서 계속 나왔다며 이제 괜찮냐며 두 손을 붙잡고 울먹이던 팀원이, 일대일 미팅에서 와락 눈물을 쏟던 팀원이 있어서 정말 고마웠다. 이제는 퇴사했지만 왜, 하필 팀장님이냐며 분해하며 함께 울어주고 걱정해주던 팀원이 있어서 고마웠다. 나도 다른 사람의 아픔에 그렇게 까지 공감했을까, 함께 울어줄 수 있는 사람일까 생각해보며 너무 고마웠다.


미국에 있는 친구는 주말에 열지도 않는 한의원을 지인을 통해 부탁해서, 내가 찾아갈 수 있는지 알아봐 줬다. 다른 친구들도 각자의 루트를 통해서, 병을 알아보고 괜찮은지 물어봐 주고 걱정해줬다. 그리고 각자의 방식으로 나의 병을 함께 분노해주고 울어주고, 걱정해주는 사람들이 있어서 얼마나 큰 힘이 되었는지 모르겠다. 이 글을 보고 함께 공감해주고, 마음을 나눠준 사람들도 있었다.




그리고 브런치를 통해 알게 된 분들께서 굳이 글을 읽어주시고, 또 마음을 나눠주셔서 감사함을 느꼈다. 나 역시 그 분들의 글을 읽는 것 만으로도 많은 위로를 받고 힘을 얻었던 것 같다. 



병이 오고 몸이 약해지고 불편해진 것은 속상하지만, 반대로 여러 감정들을 롤러코스터처럼 겪으면서 주변 사람들에 대한 고마움과 관계는 더 강해지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다. 가끔은 포크도 아령을 단 것처럼 무겁게 느껴질 때가 있어 힘들지만, 그 무게들 마저도 주변의 좋은 사람들이 함께 떠 받들어주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나도 나의 좋은 사람들에게 그런 존재가 되기를. 병이 생기고 나서 더 다짐하고 또 다짐해 본다.



* 중증근무력증(Myasthenia Gravis): 10만 명 중 10명 정도 발생하는 희귀 자가면역질환. 주요 증상은 근육 약화와 쉬운 피로감. 눈꺼풀 처짐, 복시 등 안구 증상으로 시작해 전신으로 진행 가능. 팔다리 근력 저하, 걷기 어려움, 삼키기 곤란, 말하기 어려움 등 발생. 증상은 변동이 심하며 휴식 후 일시적 호전. 스트레스와 연관성 높음. 완치는 불가능하나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증상 조절 및 일상생활 유지가 가능. 과거 40% 이상이던 사망률이 현재 5~12%로 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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