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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소하고 사사로운 May 05. 2017

당신은 대단한 사람이 아니에요

"OO 씨는 대단한 사람이 아니에요" 

"그건, 그냥 화가 나는 거지, 거창한 다른 감정이 아니에요"  


일년하고도 반이 넘는 시간 동안, 상담을 나누고 나온 결론은 나는 대단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나는 그 순간, 조금은 슬픈 생각이 들었다. 


'저도 대단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은 알아요'

'왜, 저는 제가 대단한 사람인 것처럼 생각했을까요?'

'왜, 저는 대단한 사람이 되고 싶었던 걸까요?'

'왜, 저는 대단한 사람도 아닌데, 대단한 사람처럼 생각을 해서 저를 혹사시켰던 걸까요?' 


"성인 군자도 아니면서, 성인 군자처럼 생각하려고 하지 말아요.

보통 사람이니까 화나고 우울한 게 당연한 건데, 자꾸 깨달음을 얻은 사람처럼 생각하려니까,

몸과 마음이 버티지 못하는 거에요." 


화내고 싶을 때, 화내고 울고 싶을 때 울기를 잘 하지 못하는 사람.

나는 화를 내지 못하는 사람이 아니라, 화를 남에게 내지 못하는 사람 임을 알았다.

그리고 그 화를 온전히 나에게 내는 사람인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다시 나에게 화가 났던 것 같다.


'나는 정말 대단한 사람이 되고 싶었던 걸까?'

'나는 그저 지금보다 조금 더 좋은 사람, 나은 사람이 되고 싶었을 뿐인데. 그게 나쁜 걸까?'

'나는 그저 내가 상처받기 싫은 것처럼, 남에게도 상처주고 싶지 않았던 것일 뿐인데.' 


사실, 화를 낼 이유도 기가 죽을 이유도 없었다.

나는 공자도, 예수도, 석가모니도 아니니까.

실수하고, 허점투성이로 가득차 있는 보통의 사람이니까,


어떠한 일에, 누군가에게 화가 나는 건 당연한 거다. 

당연한거니까, 이상할 이유가 없다. 


'그렇지만, 난 받아들이지 못했던 것 같다'


실수하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두려워 하고 있고,

그렇게 하지 못했던 것, 지금 이렇게 하지 못하는 것을 괴로워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실수할 수도 있고, 지난 시간을 잘 못 보냈을 수도 있는 건데.'

'그건, 당연한건데.'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 될 수는 없는데.

나도 화를 낼 수도 있고, 그 순간은 나쁘게 이야기 하고 말 할 수도 있는 건데.

나는 내가 화가 나고 억울함을 느끼는 그 순간 조차,


'다 괜찮다고'

'아마, 사정이 있을 거라고'

언제나 좋은 사람인 '척' 하려고 했던 게 아닐까.


사실은 '정말 사정이 있어서 그런걸꺼야'라고 받아들일 만큼의 여유와 그릇도 아직 가지지 못했으면서 말이다. 

'그래, 나는 대단한 사람이 아니지'

'내가 화나고 억울한 걸 다 감당할 만큼, 모든 걸 다 감내하고 모든지 좋게 바라 볼만큼 좋은 사람이 아니지' 

그 말을 자꾸 속으로 되뇌이는데, 뭔가 설명할 수 없는 생소한 감정이 솟구쳐 올랐다. 


'그래, 나는 당연히 대단한 사람이 아니지' 

자신이 대단한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오히려 상쾌함을 느꼈다는 친구의 말이 조금은 이해가 갔다. 


대단한 사람이 아니라서, 오히려 겁이 없어지고 도전할 것이 많아졌다는 친구.

조금은 알 것도 같았다. 


지금은 일시적인 기분일지도 모르지만,

그래서 속으로 체화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테지만, 마음이 조금 가벼워 짐을 느꼈다.

지금 이 마음을 다시 꺼내볼 수 있도록, 이렇게나마 간직하고 싶었다. 


이렇게라도 생각할 수 있게 되기까지... 

"OO씨는 대단한 사람이 아니에요." 

이 말만 들었다면 나는 또, 조금은 슬픈 마음을 안고,

나는 또 내 생각의 굴레에서 빠진 채 그대로 오늘 하루를 또 살았을 지도 모른다.  


"그런데,  OO씨."  


"OO 씨는 대단한 사람은 아니지만, 괜찮은 사람이에요." 

"힘내요."   



그 말 참 고마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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