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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소하고 사사로운 Mar 18. 2018

퇴사고민 4주차_스타트업이라니, 얘야


이미치 출처 : Shuttlestock

  아주 친한 지인들에게만 “스타트업으로 갈까 생각 중이야”라고 말하면 대개는 두 가지 정도의 반응으로 갈렸던 것 같다. 스타트업의 “시옷”이 나오자마자 “그건 아닌 거 같아”라고 말해주는 사람들이거나 “스타트업으로 갈까 생각 중이야”라는 말을 충분히 듣고 “그건 아닌 거 같아”라고 말해주는 사람들이었다.


  물론,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됐어”라고 물어보는 극히 일부의 사람들도 있었다. L님이 당시 가장 유일하고도 진지하게 물어봐 주는 분이었다. 퇴사에 대한 고민은 있는데 아직 결정이 명확하지는 않고 팀 사람들에게 어떻게 이야기해야 가장 피해가 적을지, 어떻게 말을 꺼내야 그들이 상처 받지 않을 지가 고민이라고 말씀드렸었다. L님은 내가 퇴사 고민자 중에서도 특이한 유형에 해당된다고 말씀하셨다. 보통 퇴사 고민자 중에 그런 고민부터 하기는 쉽지 않다고, 나는 다른 사람보다 훨씬 관계 중심적인 사람인 것 같다고 말씀해 주셨다. 


  내가 그 당시 가장 두려웠던 것, 후회할 것 같았던 것은 지금의 동료들과 헤어지는 일이었다. 작년 한 해 스트레스 받는 일도 많았지만 무엇보다 동료들, 특히 또래들과 함께 프로젝트들을 진행했던 것들이 나에게는 가장 소중한 경험이었다. 어디서 또 이런 동료들을 만날 수 있을지. 회사에 마음이 들지 않는 점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그래도 다른 회사에 비하면”이라는 생각과 동료들 때문에 한 번도 이력서를 내보거나 면접을 보거나 한 일은 없다고 생각했다. 또 능력 이상으로 인정과 격려를 받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괜히 나갔다가 지금의 환경을 영영 그리워하고 후회하지 않을까 하는 것들이 가장 두려운 부분이었다. L님의 통찰력에 무릎을 한 번 더 칠 수 밖에 없었다.


  L님은 나가고 싶은 이유(Push 요인)과 가고 싶은 이유(Pull 요인)에 대해서 물어 보셨다. 그 동안 있었던 일들을 말씀드리니 Push요인은 명확해 보이지만 Pull 요인에 대한 것이 아직은 명확해 보이지 않는다고 하셨다. 나도 이야기를 드리다 보니 생각보다 내가 힘들어하고 있었고, 왜 힘들어하는지에 대해서는 나름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었는데 왜 가고 싶은 지는 설명하기가 쉽지 않았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참 그런 마음은 드는 것 같은데, 뭐라 설명할 수가 없네”와 같은 상황이었다고 할까. 


  다른 사람들에게 커뮤니케이션 하는 일은 결정 후에 해도 늦지 않고 우선은 내 안의 Pull 요인에 대해 들여다 보라고 하셨다. 걱정의 한 축을 덜어낼 이유를 찾은 나는 그 날부터 내 안의 Pull 요인에 대해 더 탐색하고 정리해 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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