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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소하고 사사로운 Mar 18. 2018

퇴사고민 5주차_6년 만의 면접

  회사에 입사하기 전 면접을 보고 꼭 6년 만에 처음 면접을 보았다. 면접이 필수 프로세스는 아니었지만 내가 먼저 꼭 봐야겠다고 했었던 데는 세 가지 이유가 있었다. 우선, 지인이라고 프로세스 없이 합류하게 되면 그 조직의 문화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고, 내가 혹시 다니게 되더라도 떳떳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정말 내가 해 온 일들과 나를 직접 보고 “내가 정말 부합하는 사람인지 판단해 주시겠어요?”라는 마음이 강했다. 무엇보다 함께 일 할 사람들을 보면 조금은 직감이 더 서지 않을까라는 생각이었다.


  면접 시간은 일부러 그 회사의 출근 시간에 가까이 잡았다. 회사 생활 불만의 가장 큰 요소는 출근 거리이며, 출근 거리 동안에 겪는 불편함의 정도와 비례한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성수동으로 가기 위해서는 우리 집에서 마을버스를 타고 역에서 다시 40분을 가야 한다. 지금의 회사는 마을버스를 타고 역에서 내리면 바로 회사 앞이기 때문에 지하철을 타고 다시 40분을 가야한다는 것이 이상하게 가장 큰 이직의 장벽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일 아침, 눈을 뜨고 지하철을 탈 때마다 “나 지금 잘 하고 있는 거 맞아?”라고 내내 자문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평일 아침에 분당선을 타고 서울숲역을 가는 여정은 역시 만만치 않았다. 당연히 앉을 자리는 없었으며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갑갑한 공기에 질식할 것 같은 기분으로 서울숲역에 내릴 수 있었다. 평소에 내가 얼마나 쾌적하게 회사를 다니고 있었는가 실감되기도 했다. 출근 시간이 회사 생활 만족도에 큰 영향을 준다는 것은 역시 허언이 아니다.


  스터디 모임 때문에 작년에 여러 번 성수동에 왔었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도착할 수 있었다. 매번 일요일에 찾아갔기 때문에 사람으로 가득 차 있는 건물은 또다른 느낌을 주었다. 로비에 입주민들이 새해 소망을 적어 둔 트리를 보았는데 오늘 면접관으로 만날 분이 쓴 쪽지도 있었다. 올해 더 월급 많이 오르게 해주세요. “그렇지, 정말 중요한 문제이고 말고”라고 생각하며 면접실로 올라갔다. 


  3명의 면접관 분과 대략 1시간 반 정도 면접을 보았다. 회의를 하듯 둘러 앉아서 대화를 나누는 방식이었는데 편한 것 같으면서도 불편하고, 불편한 것 같으면서도 편했다.(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먼저, 자기소개를 하고 질문들에 대한 답변을 했다. 처음에 많이 긴장되었지만 대부분 내가 평소에 고민하던 부분들이라 대부분의 질문에는 막힘없이 대답할 수 있었다. 


  좋았던 부분은 평소에 내가 고민하거나 이상이라고 생각했던 부분들에 대해 솔직하고 진지하게 대화 나눌 수 있었다는 것이다. 내가 받았던 질문이나 내가 했던 답변보다는 나의 질문에 면접관 분들이 답변해 주셨던 것들이 기억난다. 


   “왜, C사는 하필 신입 취업 시장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것인가요?” 인턴 시절 취업 문제를 다루는 회사에 다녔었다. 당시에도 신입 채용 시장이 많이 얼어붙어 있어서 더 이상 답이 없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나 역시 왜 어려운 신입 채용 시장을 대상으로 사업을 하는 것이 불안했고, 주변의 취업/진로 관계자들 역시 내가 이 회사를 고민 한다고 했을 때 만류하는 분위기였다. 


  K님이 C사에 들어온 이유는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어떤 회사에 입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본인이 해결하고 싶은 사회 문제를 정의하고 그 다음 회사들을 선택해서 들어왔다고 했다. Clipidea(사회 책임 스터디모임)에서 늘 사회문제를 접근할 때 이야기 했던 가장 정식적인 프로세스였다. 하지만 현실 세계에서는 그렇게 문제를 접근하고 자신의 진로를 선택하는 사람을 거의 보지 못했기 때문에 더 낯설면서도 반갑게 느껴졌다. 


  “왜 조직 문화를 담당하는 사람을 초기에 뽑으려고 하는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 J님이 “회사가 사업을 잘 성공시켜도 내가 다녔던 회사의 문화와 같을 까봐 두렵다, 그것이 실패인 것 같다” 라고 답변을 해주셨다. 그 답변과 눈빛에서 진정성이 느껴진다고 생각했다. 본인들이 생각하는 이상을 위해서, 달려가는 사람들의 눈빛은 언제나 멋있다고 생각한다. 그 믿음으로 온갖 불안을 안고 살아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면접이 끝나고 그들과 같은 배에 올라 타고 싶다고 생각이 들면서도 지금은 때가 아니라고, 아직은 더 기다릴 때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생각이 바뀌고 뒤죽박죽거린다. 이렇게 생각이 머리 속이 터질 것 같은 때는 또 얼마만 인가. 


  그래도 이렇게까지 깊고 진지하게 고민을 할 수 있다는 것이 긍정적이라면 긍정적이 부분인 것 같다. 나 자신과 미래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 본다. “정말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무엇이 되고 싶은지” “앞으로는 무엇을 향해 나아가야할지”에 대해서 최근에 이렇게까지 절박하게 고민해 본 적이 없다. 매우 스트레스 받는 시간들이었지만 C사에 가든 가지 않든 그러한 질문들에 대해서 진지하게 성찰해볼 수 있었다는 것은 긍정적으로 생각해봐야 할 문제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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