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책 팔아서 책 삽니다.
고객님을 만나기 전, 가장 먼저 하는 멘트다. 내가 다니고 있는 지점은 동선이 넓어서 결제 코너와 바로 드림 코너가 분리되어 있다.
바로 드림에서 일하는 직원과 아르바이트생끼리의 관계는 좋다. 모두 F라는 성격유형(배려 최고다) 또 같은 내향인이라는 성격을 공유하며 서로 알잘딱깔센(알아서 잘, 딱 깔끔하고 센스 있게) 서로를 다정하게 침범한다. 가끔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대부분 나와 크게 다르지 않고, 소설 좋아하는 취미도 비슷해서, 쉬는 시간마다 이야기꽃이 핀다.
실시간으로 주문조회를 하며 집책 하고, 바로 드림 수령처리 하는 일을 하다 보니, 시간도 훌쩍 잘 간다. 또 집책(바로 드림 도서를 담는 일) 여정을 떠나면, 고객님들의 도서문의가 들어오는데(주로 책 어딨 냐는 질문) 도서번호나 서가번호로 찾아서 드리면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었다. 도움을 받고 도움을 주는 사회생활이라는 게 이렇게 뿌듯한 거였구나. 진작 서점에 올걸 생각이 들 정도였다. 아직 출근 3일 차라 어리바리하고 버벅거리기 일쑤지만 잘 알려주시고 백도 많이 봐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다. 하루종일 책 향기, 글 향기를 맡으며 이리저리 책 찾아 배회하는 기분은 정말이지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 정도로 뿌듯하다.
직장을 퇴근 후 이곳은 나에게 놀이터가 된다. 퇴근해도 서점이라니, 황홀하다. 작년까지만해도 멀리서 이곳을 상상하기만 했는데 이제는 다르다. 서점원에서 고객님으로 자유롭게 변신한다. 책 사이를 자유롭게 걸어 다니고, 근무할 때 바코드를 찍으며 눈여겨보았던 책들을 마음껏 펼쳐서 읽는다. 그러고선 책 읽는 사람들과 똑같이 앉아 책을 읽고, 궁금해지는 책은 구매하고 그렇지 않은 책들은 조용히 서가에 꽂아둔다. 관찰자 내지는 구매자의 눈으로 돌아가는 이 시간이 나에게 정말 매력을 느끼게 한다. 책 팔아서 책 사는 기분 너무 좋다. 비록 누군가는 무용한 짓을 하고 있다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책을 좋아하는 나에게는 이것만큼 가치 있는 일이 있을까.
아직 사람도, 시스템에도 부단히 적응 중이지만, 책 덕분에 출근이 두렵지 않아 졌다. 일하는 시간 내내 아무 생각도 하지 않게 되었다. 배우는 것만으로도, 집책하는 일만 해도 집중을 요하는 일이라서 7시간 동안 책 향기를 맡으며 일 할 생각에 불안도 싹 가시고, 내일을 계획하게 된다. 이것만으로도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서점원으로서 서가를 걸을 때와 오롯이 책을 고를 때의 차이점도 나중에 생각해 봐야겠다. 아직은 퇴근하고 나서 잠이 너무 쏟아지고 다리가 너무 욱신거리지만 그래도 글쓰기에 더 가까이 다가가보려고 한다.
자꾸 감기는 눈을 억지로 뜨며 오늘 하루를 상기해본다.
책을 읽게 만들어 준,
서점의 시작을 알린 나의 직장을 애정한다. 비록 파트타이머지만 본점에서 일한다는 자부심이 나를 일으켜세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