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차 멕시코 소우마야 미술관 방문 후 대중교통으로 멕시코시티 공항
★ 2일차 이동 경로 및 비용
(지하철) 멕시코시티 시내 월마트, 소우 마야 미술관 등 이동, 1회당 5페소(멕시코시티 교통카드 이용)
(메트로버스) 멕시코시티 후아레스역 → 산 로렌조(환승) → 멕시코시티 공항 1터미널, 30페소(2,100원)
(비행기) 멕시코시티 공항(MEX) 출발(2일차 밤) → 콜롬비아 보고타(BOG) 환승(3일차 오전) → 볼리비아 라파스(LPB) 도착(3일차 오후), (아비앙카 항공권을 아시아나항공 마일리지로 발권)
★ 미국, 캐나다 빼고 모두 남미?
아메리카 대륙은 크게 문화적 구분과 지리적 구분으로 나눌 수 있다. 문화적 구분은 앵글로 색슨족인 영국이 식민통치한 미국과 캐나다를 '앵글로 아메리카'와 라틴족인 스페인과 포르투갈이 식민지로 삼았던 멕시코 이남부터 최남단 칠레까지를 '라틴 아메리카'로 하여 2종류로 구분한다. 이에 반하여 지리적 구분은 한때 미국과 멕시코의 경계였던 리오 그란데강을 기준으로 북아메리카와 중앙아메리카로 나누고, 파나마 운하를 기준으로 중앙아메리카와 남아메리카로 나누면서 크게 3종류로 구분한다(지금은 국가가 기준이므로 미국, 캐나다가 북미, 멕시코부터 파나마까지 중미, 콜롬비아 이남 국가들은 남미)
지금까지 중미, 남미, 라틴 아메리카 등을 혼용하여 본문에 사용했는데, 라틴 아메리카는 중미와 남미를 통칭하는 용어라고 봐도 무방하다. 다만 한국인들에게는 중미든 라틴아메리카든 모두 남미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기에, 앞으로도 남미라는 표현을 제일 많이 쓸 예정이다
★ 멕시코(Mexico)라는 나라에 대한 선입견 부수기
이 글을 읽는 분들 그래도 중남미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이므로, 멕시코(MEXICO)라는 이름을 들으면 가장 먼저 머리 속에서 떠오르는 것이 무엇인가? 멕시코를 가보기 전에는 '마약, 청부살인, 타코, 데낄라, 프리다 칼로' 였다. 지금은? '사람이 좋은 나라, 멕시코'다.
2년전 코로나가 엔데믹으로 가기 시작했을 때 멕시코를 처음 방문했다. 그 당시에 나는 세계 60개국 조금 넘게 방문했었는데, 라틴 아메리카 국가 방문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1996년 2달 동안 미국 배낭여행을 했을때 같이 여행한 친구가 버스타고 중미 거쳐 남미까지 같이 내려가자고 꼬셨지만 절대로 가지 않았다. 그 당시에는 중남미 국가에 가서 뭐 특별하게 보고 싶은 것도 없었고, 여름 방학이 끝나가기에 다음 학기 준비를 하는 게 더 나은 선택이라고 생각했었다.
인생이라는 그렇더라. 한번 놓치면 다시 그 기회가 찾아오기까지는 시간이 꽤 걸린다. 그때 멕시코를 갈 기회를 놓치니 한동안 잊고 살다가 약 26년 만에 멕시코를 방문한 것이다. 멕시코를 방문한 목적은 매우 간단했다. 우리가 영화, 드라마, 언론, 유튜브에서 들을 수 있는 멕시코 이야기는 하나같이 자극적이다. 특히 미국 마약의 최대 공급처가 바로 멕시코 아니던가? 넷플릭스의 '나르코스' 시리즈를 열심히 재미나게 본 시청자라면 어찌 마약 카르텔과 멕시코를 분리해서 생각할 수 있을까? 또 내가 제일 존경하는 감독, 드니 빌뇌브의 명작, '시카리오 : 암살자의 도시'를 보셨는가? 첫 15분 동안 관객들을 초긴장감 상태로 몰아넣는 장면이 펼쳐지는데, 그 무대가 바로 멕시코다. 따라서 나에게 멕시코는 여행자가 길을 걸으면 갱단이 그냥 총과 칼을 등 뒤로 스을쩍 갖다대면서 가진 거를 털탈 털어가는 나라이고, 조금이라도 반항하면 바로 총으로 죽이는 곳으로 각인이 되어있었다. 그래서 오히려 가고 싶었다. 2년전 내 주변 상황이 그랬다. 목숨걸고 준비했던 프로젝트 신청 결과는 탈락, 이상하게 얽혀서 블라인드 앱에서의 근거없는 명예훼손 등으로 정신적으로 완전히 탈탈 털린 상태였다. 그때 갑자기 든 생각이 무시무시한 멕시코에 가보면, 매일 같이 생사의 경계에서도 삶에 의미를 부여하며 열심히 살아가는 멕시코 사람들을 만나본다면 제대로 자극을 받아서 정신을 다시 차릴 수 있을것 같다는 막연한 생각으로 방문한 것이다. 그래서 그때는 네이버카페 '남미사랑'에서 절대로 하지말라는 것 중 하나인 멕시코시티 공항 2터미털 인근에서 지하철역 까지 짐들고 걸어간 뒤 지하철을 타고 시내 호텔까지 과감하게 이동도 했다. 에스컬레이터나 엘리베이터가 거의 없는 멕시코시티 지하철 역 상황을 전혀 모르고 이용했다가 몸이 으스러질 정도로 매우 힘들었지만, 그래도 아무런 위협적 상황없이 무사히 호텔에 도착한 것이다. 오히려 지하철 표를 못사는 나에게 다가와 어떻게 사는지 친절하게 알려주는 멕시코 회사원을 만나고, 또 캐리어를 들고 계단을 오르내리는 내가 안쓰러워서 캐리어를 같이 들어주는 멕시코 커플도 만나고...
'엉? 어라? 이게 아닌데... 내가 분명히 칼로 위협을 받으면서 현금 삥 좀 뜯기고, 누군가는 내 캐리어를 갑자기 잡고는 저쪽으로 뛰어가고 등등 해야하는데... 오히려 도움만 받고 있네... 이상하네...'
그 당시 멕시코시티 4박, 애니메이션 '코코'의 무대인 과나후아토에 2박 등 총 1주일을 머물렀는데, 나의 경험 속 멕시코는 너무나도 친절하고 좋은 멕시코 사람들만 가득했다. 지하철에서, 버스에서 낯선 중년의 동양인 남자가 두리번 거리거나 생각에 잠겨있으면, 지나가던 혹은 주위에 있는 멕시코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도와주려는 모습에 한동안 잊고 살았던 감정인 '세계는 하나다'는까지 다시 생겨나게 되었다. 그러면서 얻은 결론은 멕시코가 마약 카르텔이 득시글한 이유가 국민들이 너무 착해서구나였다. 순박하니까 그걸 이용하는 마약 카르텔 범죄 집단이 없어지지 않고 있는 거 아닐까? 이후로 나에게 멕시코는 더이상 두려움의 상징이 아니었다. 오히려 한국만큼 다이나믹하면서 열정적이면서 친절한 국가 중 하나로 내 마음 속이 이미 자리매김하고 있기에, 이번 남미 여행의 중간 기착지로 멕시코를 선택한 것은 오히려 당연한 것이었다.
★ 23년 말 기준으로 한국 GDP를 추월한 멕시코 GDP, 세계 13위
24년 4월 29일 국제통화기금(IMF)에서 따르면 멕시코의 명목 국민총생산(GDP)가 한국을 추월하면서 세계 13위에 올랐다. 특히 멕시코의 23년 GDP 성장률은 22%에 달할 정도로 경기가 호황이다. 한때 멕시코 화페인 1 페소가 50원도 안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올초에는 1페소가 80원까지 올랐다(24년 9월 기준으로는 70원 정도임). 멕시코 경기가 좋아진 가장 큰 이유는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 분쟁으로 중국산 상품에 대대적인 규제때문에 미국에 물품을 수출하는 기업들(특히 중국 기업)이 멕시코에 공장을 건설 후 미국으로 수출하는 니어쇼어링(Nearshoring) 전략으로 멕시코를 선택한 덕분이라고 한다(해외에 생산 시설을 건설하는 오프쇼어링, 다시 본국으로 생산시설을 이전하는 리쇼어링, 수출 대상 국가 인근에 생산시설을 건설하는 니어쇼어링). 오죽하면 테슬라의 기가팩토리 공장을 미국 텍사스와 인접한 멕시코 몬테레이에 건설할 예정이라고 하겠는가(참고로 몬테레이는 현대기아자동차 공장도 있음).
이러한 멕시코의 부흥은 안정적인 멕시코 정치 환경에서 출발했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2000년 멕시코시티 시장이자, 2018년 10월부터 2024년 9월말까지 65대 멕시코 대통령을 역임한 로페스 오브라도. 한편으로는 미국에 적극 협조하면서 멕시코 경제 부흥에 큰 기여를 했다고 한다. 예를 들면 코로나 펜데믹 전에 멕시코 노동자의 최저임금이 6천원 수준이었다. 언뜻 보면 그당시 수준이면 적당한 수준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이 금액이 1시간당최저임금이 아니고, 1일 최저임금이었다는 사실을 알고나면 깜짝 놀랄것이다. 로페스 오브라도 대통령이 한 업적 중 가장 큰 것이 최저임금을 1일 1만8천원(14~15달러) 수준까지 올렸다는 것이다. 물론 기업 입장에서 최저임금이 오르는 것은 고정비용의 급격한 증가를 가져오기 때문에 꺼리는 부분이지만, 워낙에 기존 급여가 멕시코 경제 수준에 비하여 터무니없이 낮았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도 수용하지 않을 수 없었던듯 하다. 그렇게 3배 가까이 오른 멕시코 1달 최저급여는 2024년 기준으로 미화 400달러 정도라고 한다. 아직도 한국의 약 1/4 수준이다.
★ 여행 2일차, 호텔방에서 조식 후 멕시코시티 메트로(지하철)를 타고 월마트를 다녀오다!
1일차 밤 9시부터 졸다 깨다를 반복하다가 밤 12시부터는 방에 불을 끄고 본격적으로 잤다. 나름 푸욱 잤다고 생각한 뒤 눈을 떠서 스마트폰 시간을 확인하니 아침 5시 조금 넘었다. 바깥은 아직 깜깜하다. 일단 아침을 먹어야한다. 한국에서 갖고 온 컵반 중에 미역국이 있었다. 컵반 중 미역국, 설렁탕은 식당에서 먹는 바로 그맛이라 아침에 먹기에 딱 좋다. 여행용 쿠커에 물을 끼리고, 컵반의 미역국 스프, 그리고 햇반까지 넣어서 같이 끓여버리면? 영락없는 아침 식사로 최고의 선택이다.
아침을 먹은 후에는 어제밤 늘어놓은 짐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일본의 호텔들은 오전 10시에 체크아웃을 해야하는 곳도 있는데, 대부분의 중남미 호텔들은 낮 12시까지 체크인을 하면 된다. 이곳도 낮 12시 체크아웃이다. 따라서 오전 일찍 짐을 싸 두고, 한 곳 구경하고 온 뒤 호텔 체크인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시간적 여유가 충분하다. 나는 그 한 곳을 대형마트인 월마트(Wal mart)로 선택했다.
가볍게 가방과 소지품을 챙기고 호텔 옆 후아레스역으로 갔다. 일단 메트로카드를 사야한다. 카드 판매기에 현금을 넣으면 카드값 15 페소를 제외한 나머지 금액이 잔돈으로 나오지않고 메트로카드에 자동 충전되어 발권된다. 공항에 갈때에도 메트로카드를 사용할 예정인지라 넉넉하게 200페소를 충전했다. 참고로 지하철 1번 타는 가격은 5 페소다. 350원. 매우 저렴하고 교통 체증이 없기 때문에 멕시코시티 지하철은 멕시코시티 사람들이 제일 많이 이용하는 교통수단이다. 그렇기 때문에 출퇴근 시간에는 콩나물 시루같은 어마어마한 이용객들로 인하여 소매치기 같은 도난 사건이 종종 일어나므로 관광객들에게는 기피하는 교통수단이지만, 이른 아침이나 한 낮에는 나만 조심한다면 충분히 안전하게 이용가능한 교통수단이다.
멕시코시티에는 메트로버스라는 대중교통수단도 있다. 시내의 버스 전용차로를 달리는 버스를 일컷는데, 지하철만큼 빠르고 편리하다. 요금은 6페소, 420원이다.
멕시코시티 지하철은 환승이 무료이고, 처음 지하철 개찰구를 통과할 때만 요금을 내면 된다. 이른 아침 지하철에는 사람들이 많지 않아서 여유롭게 앉아서 호텔과 제일 가까운 월마트까지 약 20분 만에 바로 도착을 했다.
한국에서는 오래 전에 철수했지만, 멕시코에서는 월마트가 여전히 성업 중이다. 대형마트 체인점인 월마트 주가 총액이 여전히 일론 머스크의 테슬라 시총과 자웅을 겨룰 수준인 5천억 달러(약 670조 원) 수준임을 아시는가? 그만큼 미국과 멕시코 내에서 월마트의 위상은 확고하고, 시내 곳곳에는 월마트 익스프레스 라는 작은 매장으로, 조금 중심지 벗어난 곳에는 대형 마트로 사랑받고 있다.
월마트에서 내가 제일 먼저 산 것은 사과다. 한국에서는 금값이 된 사과지만, 해외 마트에서 사과는 매우 저렴하다. 특히 중미 국가들에는 한국의 귤 정도 사이즈의 사과를 판매하는데, 요게 아주 맛도 좋으면서 여행다닐 때 갖고 다니기에도 편하다. 나이가 들어서 여행을 다니다보면 가장 민감하게 고려하는 부분이 화장실 이용이다. 사과를 먹으면 하루에 딱 1번만 화장실에 가서 빨리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여행을 떠나면 나는 거의 무조건 사과를 제일 먼저 산다.
그리고 멕시코 하면 데낄라 아닌가? 과달라하라 지역의 아가베 선인장으로 만드는 알콜도수 35도~55도 사이의 증류주, 데낄라(Tequilla). 한국 면세점에서도 돈 훌리오(Don Julio)를 포함한 멕시코산 유명 데낄라를 팔지만, 본고장에서 더 싸게 팔지않을까 싶어서 한번 구경해봤다(구입하지는 않음. 면세품 할인하면 가격이 비슷할 것 같음). 참고로 과달라하라 이외의 지역에서 똑같이 아가베 선인장으로 주조되는 증류주는 데낄라로 부를 수 없고, 메즈칼(Mezcal)이라고 한다. 한국에서 벌레가 들어간 데킬라로 잘못알려지고 있는 '몬테 알반(Monte Alban)'은 메즈칼이다.
내일부터는 건조한 고산지대인 볼리비아 서쪽 지내에 머물러야하므로, 한국에서 미처 준비하지 못했던 바디로션도 하나 구입했다. 나이가 들면 건조한 지역에 가면 신체의 2 부분이 특히 건조해진다. 손(발), 그리고 코 속. 코 속에 바르는 약은 갖고 왔지만, 샤워 후 손과 발 등에 바르는 바디로션은 멕시코에서 파는 루브리뎀(Lubridem)에 좋다고 해서 꼭 구입해서 사용하고 싶었다(실제로 사용해보니 피부 흡수도 빠르고, 손발 피부 보습에 탁월한 효과가 있음)
★ 멕시코시티의 신흥 부촌지역, 폴랑코에 위치한 카를로스 슬림의 소우마야 박물관(Museo Soumaya)
월마트에서 쇼핑을 마치고 다시 지하철을 이용하여 숙소로 돌아왔다. 오늘 밤 멕시코에서 볼리비아로 가는 비행기를 타야하기 때문에 짐을 다 싸서 호텔 체크아웃 후 케리어를 맡겨둬야한다. 그리고 오후에는 멕시코시티를 조금 더 둘러보려고 한다.
멕시코시티와 인근에는 반나절 동안 둘러볼 곳들이 너무 많다. 거대한 피라미드인 테오티우아칸, 세계적인 화가 프리다 칼로 생가, 과달루페의 성모 성당, 어머어마한 유적이 전시되고 있는 인류학 박물관, 멕시코시티 중심 센트로의 템플로 마요르 유적지 등등. 그중에서 2년 전에 방문하고서 너무 큰 감동을 받았던 인류학 박물관을 다시 가려고 처음에는 계획했었는데, 그곳은 귀국할 때(1주일 뒤 한국으로 귀국하기 위해서 다시 멕시코시티를 와야함) 보기로 하고, 이번에는 지난 번에 방문하지 않았던 소우마야 박물관을 가보기로 마음을 정했다.
소우마야 박물관은 한때 포브스 선정 세계 최고의 부호로 선정된 멕시코 거대 통신사, 텔맥스텔레콤의 카를로스 슬림 회장이 1999년 작고한 그의 부인 소우마야를 기리기 위해 멕시코시티의 신흥부촌 플랑코에 개관한 박물관(미술관)이다. 일단 소우마야 박물관은 초현실적인 외형에서부터 주위를 압도한다. 카를로스 슬림의 사위인 멕시코 건축가 페르난도 로메로가 디자인하고, 건축설계기업 오브 아럽과 건축가 프랭크 게리가 설계하여 약 3년간 7천만 달러 공사비를 들여 2011년 완성했다. 평소 프랭크 게리의 건축물을 좋아하기 때문에 이 건물을 보는 순간에 그가 설계했다고 생각은 했었으나, 페르난도 로메로가 디자인했다는 얘기만 나와서 의아했었는데, 역쉬 프랭크 게리도 건축설계에 참여를 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어서 내 눈은 틀리지 않음에 내심 기뻤다.^^
주위 건물들과 전혀 매치가 되지 않는 유려한 곡선의 초현실적 소우마야 미술관은 건물 전체를 감싸고 있는 1만6천개의 은빛 육각형 알루미늄판이 핵심이다. 흡사 로켓기업 스페이스X의 최신로켓 스타십(Starship) 동체를 감싸고 있는 단열재(Heatshield)와 동일한 육각형이다. 스페이스X에서 육각형 단열재로 동체를 덮은 이유는 지구재돌입 시 단열재 사이를 통과한 공기가 가열되는 것을 막기 위하여 6각형으로 만들었는데, 소우마야 박물관의 경우 1만6천개의 알루미늄판으로 일정 간격을 유지하면서 건물 전체의 곡선을 빼곡히 채우면서 건물의 맛을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서는 육각형이 선택되었을 것 같다.
카를로스 슬림은 부인과 함께 모은 총 6만 4천여점의 15세기에서 20세기에 이르는 유럽 예술가의 작품(피카소, 고흐, 로뎅 등 포함)과 멕시코 대표 작가의 작품(디에고 리베라 등 포함) 등을 수집하여 소우마야 박물관 6층 전체에 전시하고 있는데, 놀라운 사실은 입장료가 무료라는 것이다. 이에 카를로스 슬림은 멕시코시티의 인문주의적 자산을 늘리고자 한 시도이며, 유럽의 명작들을 감상하고 싶지만, 유럽으로 여행할 수 없는 수많은 멕시코인들을 위하여 유럽의 수준 높은 콜력션을 일반인들에게 개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솔직히 카를르소 슬림이 어떠한 인생을 살아오면서 막대한 부를 손에 거머쥐었는지는 모르겠으나, 그와 그의 부인이 멕시코 시민들에게 기여하고 있는 부분은 실로 엄청나다고 생각한다. 사람이 빵으로만 밥으로만 사는 게 아니다. 육체적인 것 외에 정신적인 부분도 만족을 시켜줘야하는데, 소우마야 박물관이 바로 그런 곳이다.
소우마야 박물관 1층에는 로뎅의 지옥의 문을 포함한 조각품들이, 그리고 6층에는 로뎅의 작품들 전용으로 꾸며져있다. 2층부터 5층까지는 그림으로 채워져있는데, 4층이 바로 피카소, 고흐 등의 작품이며 5층이 멕시코 화가의 작품들이다. 건물 꼭대기인 6층에는 로뎅의 조각들 중심으로 전시가 되어있는데, 기둥이 없다. 총 1만6천제곱미터의 전시 면적을 꽉 채울 만큼 전시품은 많으며, 층을 오르내리는 계단도 건물 벽을 따라 전시품을 방해하지 않도록 유려하게 설계되어있다. 이곳을 방문한 순간만큼은 멕시코시민들이 살짝 부러웠다. ㅠㅜ
★ 멕시코시티 먹거리 물가 확인
소우마야 박물관에서 생각보다 많은 시간을 보낸 뒤, 다시 지하철을 타고 숙소 인근으로 왔다. 이래저래 돌아댕겼더니 배가 몹시 고파서 점심을 먹어야했다. 우선 길거리 타코. 멕시코시티에서 꽤 유명한 타코가게가 숙소 인근에 있다. 1959년부터 타코를 만들어팔고 있는 엘 에키토. 타코 1개 가격은 24페소(1800원). 숙소 인근 길거리 타코가게들은 1개에 10~14페소니까 거의 2배 정도 비싼데, 그만큼 유명하고 퀄리티가 확실하다. 터키 케밥처럼 쌓아둔 고기를 한쪽면만 익히고, 익힌 것을 칼로 썰어서 밑에 떨어진 고기 육수와 기름에 살짝 뭍혀서 옥수수 전병에 싸준다. 다만 옥수수 전병은 거의 옥수수 100퍼센트라 한국인의 입맛에는 약간 꺼끌꺼끌한 느낌이 강하다. 사실 양이 별로 많지 않아서 4개를 그냥 개눈감추듯 먹어버렸다. 96페소. 헌데 배가 전혀 부르지 않네. 타코는 어찌보면 우리네 만두와 비슷하다. 똑같이 피가 있고, 속이 있다. 속을 감싼 피를 다 막느냐? 열어두느냐?의 차이만 존재할 뿐. 그래서 그런가? 길거리 타코 중에는 튀긴 타코도 있더라. 그래서 타코를 배불리 먹으려면 최소 10개 정도는 먹여줘야한다. 그래봐야 고기만두 1인분 양이다.
배가 어중간하게 부를 때에는 커피를 마시러 가도 좋다. 멕시코에도 스타벅스가 꽤 많이 있는데, 가격은 매우 사악하다. 멕시코 최저임금이 하루에 1만8천원인데, 아메리카노 톨 사이즈 1잔이 90페소(6,300원)이다. 한국보다 50% 비싼 가격. 과연 이곳에서 커피를 마시는 멕시코인들은 얼마를 버는 것일까???
세계 스벅 시티머그를 모으고 있는 내 입장에서 멕시코 시티 머그컵은 무척 이뻐서 탐나는 상품이었다. 가격은 310페소(22,000원). 아주 사악하지는 않지만, 그래고 꽤 비싼 가격이다. 그나마 멕시코 남부지역 치아파스에서 생산되는 원두 1봉지(250g)는 200페소(14,000원)으로 한국의 스벅에 비하여 유일하게 싸게 살 수 있는 물품이다.
커피 가격에 놀라서 바로 옆 KFC로 간다. 일단 가격을 한번 확인해보니, 치킨 3조각에 음료, 비스킷, 감자퓨레, 샐러드 등해서 130페소(약 1만원?) 정도의 가격이다. 이정도면 멕시코 물가에 맞는 가격이다. 다만 주문이 문제네...^^;;; 그냥 가서 짧은 스페인어와 영어를 섞어가면서 주문을 했고, 주문을 받는 멕시코 아가씨는 끝까지 스페인어로 대답을 한다. 내가 언뜻 느끼기에 주문은 정확히 들어갔다. 근데 우리나라처럼 진동벨을 주진 않고 영수증을 주네? 그리고 거기에는 번호가 씌여있다. ㅠㅜ 게다가 카운터 앞에는 영수증을 들고서 본인이 주문한 음식을 받고자 10여명이 대기하고 있고... 역쉬 멕시코! 하지만 나 또한 한국의 2차 베이버 부머 세대인 1천만명의 경쟁 속에서 지금껏 버텨왔기에, 이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지. 꾸준하게 내 차례를 기다렸고,내꺼라는 느낌이 강하게 왔던 KFC 식판 위에 영수증을 보여줬더니, 보여준 영수증을 찢으면서 확인 후 갖고 가라고 한다. ㅎㅎㅎ
멕시코 KFC는 한국보다 닭이 약간 크다. 한국에서 그나마 큰 사이즈의 닭을 튀겨주는 KFC인데, 멕시코는 그것보다 크다(이후 남미에서도 치킨의 크기는 모두 멕시코 KFC 이상의 사이즈였음).
★ 멕시코시티에서 메트로버스를 타고 멕시코시티공항(MEX)까지 이동하기
이제 배도 부르겠다, 시간도 오후 6시 가까워지고 있겠다, 주위에는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겠다... 딱 공항으로 가기 좋은 타이밍이다. 비행기 출발까지는 대략 6시간 정도 남아있지만, 일찍 공항에 가서 대기하는 것이 시내에 남아 적절한 시간에 공항으로 출발하는 것보다는 나은 선택이라는 본능적 알림이 작동했다. 더구나 토요일 시내(이달고역과 후아레스역 사이...)에는 사람이 너무나도 많았다. 한국에서는 무슨 축제라도 있나? 싶을 정도의 인원이 토요일 오후 시내로 나와있다고 보면 정확할 것이다. 또한 혹시 예기치못할 일이 터지면 공항으로 가기가 더 힘들어질 것 같아서 호텔에 가서 서둘러 짐을 찾아서 바로 공항으로 출발했다. 다만 이번에 공항으로 갈 때에는 우버 대신 메트로버스를 이용하기로 했다.
메트로는 지하철이라고 잘 아실 것인데.. 메트로버스는 아마 생소할 수 있다. 버스전용차로를 다니는 멕시코시티 시내버스가 바로 메트로 버스(Metro Bus)다. MB라는 글자가 버스에 씌여있다. 전용차로를 이용하기 때문에 막히지 않고, 배차 간격도 최대 10분을 넘지 않을 정도로 자주 다닌다. 이비스 알라메다호텔 인근에는 4번 메트로버스를 탈 수 있는데, 이 버스가 공항 인근의 산 라자로(San Lazaro) 정류장까지 간다. 그리고 산 라자로 정류장에서 공항버스 터미널 간을 왕복하는 공항셔틀버스로 환승하면 된다. 요금은 메트로버스 6페소, 공항셔틀버스 24페소, 도합 30페소(약 2,100원)이면 충분하다. 다만 가는 경로 속에 멕시코시티의 센트로 마켓(재래시장)을 통과하는데, 토요일 센트로 마켓은 그야말로 인산인해다. 어느 정도로 많으냐 하면, 한국 명절을 앞두고 재래 시장을 방문하는 정도의 인파 이상이 이곳을 방문한다고 생각하면 편할 정도로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길이 안막히면 30분이면 갈 거리를 무려 1시간 20분 정도 걸려서 겨우 산 라자로 환승센터까지 올 수 있었다. 그곳에서 공항셔틀버스로 환승하면 약 10분 만에 멕시코시티 터미널 1에 바로 도착한다. 이 구간도 버스전용차로를 이용하기 때문에 막힐 일이 없다.
★ 멕시코시티공항(MEX) 터미널 1에서 출국 수숙
멕시코시티공항 터미널 1은 여러모로 희안한 공항이다. 일단 국내선과 국제선이 같은 터미널을 사용한다. 이게 매우 헷갈린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입국장은 1층이고 출국장은 2층 이상인데, 멕시코시티공항 1 터미널은 전체 건물의 반에 2층이 없다. 따라서 출국을 하고자 하는 분은 9번 출구 위로 올라가야 2층 출국장으로 갈 수 있다. 또한 몇몇 항공사는 1층에 체크인 카운터를 마련하고 있기 때문에 2층 출국장으로 가면 안된다. 그에 반하여 새롭게 지은 멕시코시티공항 터미널 2는 그나마 이용이 편리하다(에어로멕시코, 델타항공 승객 이용. 그렇다고 모든 스카이팀 소속 항공사가 터미널 2를 이용하는 것도 아님). 다만 터미널 1과 터미널 2 사이는 활주로 반대편에 위치하고 있어서 걸어서는 이동이 불가하고, 기차나 버스로 이동해야한다.
어쨌든 멕시코시티공항 터미널 1에 빨리 도착하여 시간적 여유가 충분히 있었지만, 한동안 항공사 카운터를 못찾아서 헤맸다. 공항 직원에 물어서 겨우 9번(Nueve) 게이트 인근에 위치한 2층으로 올라가서 콜롬비아 아비앙카(Avianca) 항공사 카운터에 겨우 도착할 수 있었다. 휴... 이제 체크인 수속만 하면 된다. 비행기 출발시간이 밤 12시 40분이지만, 그건 문제가 안된다. 일단 공항에 무사히 도착해서 항공사 카운터 앞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위로가 되었다.^^
오후 8시부터 아비앙카 항공사 카운터는 체크인을 시작했다. 당연히 웹체크인을 완료했지만, 캐리어를 보내기 위해서는 체크인 카운터를 이용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여정은 멕시코 멕시코시티(MEX) 출발, 콜롬비아 보고타(BOG) 경유, 볼리비아 라파스(LPB) 도착하는 루트다. 따라서 항공권 2장을 받고, 라파스 공항까지 캐리어를 보내기 위하여 여권을 보여주니, 아비앙카 항공사 카운터 직원은 나에게 한국까지 가는 항공권을 보여줄 것을 요구한다. 라파스에서 한국까지 귀국하는 항공편 말이다. 일단 라파스가 아닌, 칠레에서 한국으로 올 것이라고 이야기하면서, 한국에서 프린트하여 갖고 온 총 4편의 항공권을 보여줬다. 직원은 눈알을 굴리며 세심하게 여정을 확인한 후에야 나에게 오늘의 항공권 2장을 발행해준다. 이제 비행기 출발시간까지 PP카드를 이용하여 라운지에서 좀 쉬다가, 밤 12시쯤 게이트 앞으로 가서 콜롬비아 보고타행 비행기를 타는 일만 남았다.
* 참고자료
https://www.newspim.com/news/view/20120409000312
https://brunch.co.kr/@leeeesong/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