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키오스크 / 사이렌오더 속으로 숨는 현대인들
몇년 전부터 각종 언론 사회면에는 흥미로운 주제의 기사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것은 바로 현대인들 (특히 젊은 2030층)에게서 상대방과 전화 통화에 어려움을 겪고 두려움을 느끼는 '콜 포비아'(Call Phobia) 증상이 만연하고 있다는 뉴스였다. 콜 포비아를 호소하는 이들은 직접 목소리를 내 타인과 통화하는 행동 자체에 거부감을 느끼고 어찌저찌 전화를 받아 통화를 이어가더라도 불안감, 긴장감을 느끼며 흡사 공황장애와 같은 '끔찍한 기분'을 느끼는 것으로 알려졌다.
극 I 성향인 나 역시 어느정도 공감할 수 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것이 전화는 갑자기 걸려온 경우 충분한 마음의 준비 없이 바로 받아야 소통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을 곰곰히 생각해보면 긴장한 나머지 엉뚱한 말을 내뱉는다던가, 혹은 언어적 소통의 오류로 손해보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반면 문자, 메신저, 톡의 경우는 다르다. 상대의 텍스트를 먼저 읽고 시간차를 두고 충분히 내 생각과 반응을 정리해서 전달할 수 있어 실수를 줄일 수 있다.
'대면 주문'도 '콜 포비아' 현상과 비슷한 선상에 놓여있다. 주문을 하기 위해서는 사람 (서버)과 얼굴을 맞대고, 육성을 내 직접 내가 원하는 바를 전달해야한다. 주문 과정도 엄연히 사람과 사람 사이의 소통이다보니 서로가 기대하는 친절도, 매너에 도달하지 못할 경우 불쾌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산업화 시대를 거쳐 본격적으로 CS(Customer Service)가 도입된 한국은 한동안 '고객이 왕이다'라는 카피를 앞세우며 서비스직 종사자들을 본격적으로 '감정 노동'의 늪에 빠지게 만들었다. 다행히 요즘은 SNS, 온라인 커뮤니티의 활성화로 인해 집단 지성이 발휘된 탓일까. '진상 고객'이라는 단어도 생기며 왕처럼 고객을 떠받드는 일은 다소 없어진 듯 하다.
나 역시 스타벅스에 자주 가지만 대면 주문을 한 적이 손에 꼽는다. 거의 99%의 경우 스타벅스의 비대면 주문 앱 시스템 '사이렌오더'를 이용한다. '오늘 무엇을 마시고 먹겠다'고 정하고 카운터 앞에 섰어도 1초마다 변하는 게 간사한 사람 마음. 이렇게 메뉴 선정에 오래 걸리는 나이기에 차라리 마음 편하게 직원과 대면 없이 사이렌오더로 주문하는 것이다. 스타벅스 이외에도 다른 카페에 방문할 경우 키오스크가 있다면 한결 마음이 편해진다.
한편으로는 우리가 이렇게 타인과의 접촉을 꺼리게 된 이유는 서로를 향한 '기본 예의의 부재'가 원인이지 않을까 싶다. 손님은 점원에게, 점원은 손님에게 각자 예의와 존중을 갖춰야한다. 찌르는 듯 공격적이고 차가운 말투와 대접 받고 싶은 심리는 잠시 접어두고 손님으로서 기본적인 예의를 갖춰야한다. 반대로 점원 역시 아무리 힘들어도 적절한 응대와 한번의 미소는 보여주는게 예의이지 않을까.
나의 시크하고 냉-한 모습은 누군가의 순간에 상처로 남을 수 있다. 우리 모두 부디 아무리 세상살이가 더럽고 힘들더라도, 상대를 향해 '예의 있을 용기'가 필요하다. 예의를 갖추는 것은 지는 게 아니다. 감정은 사라지고 결과는 남기 때문에.